주간동아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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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재취업 돕는 다양한 정책으로 불안 덜어

고령자 생활 안전판 마련하는 일본 연금개혁

  • 도쿄=김동운 통신원 dogguli@hotmail.com

    입력2012-02-20 13: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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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금과 세금 문제로 일본이 시끄럽다. 여당인 민주당은 최근 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사회보장제도 및 세제 개혁에 대해 논의했다. 조사위원회에서 발표한 내용은 2015년까지 소비세를 지금의 5%에서 10%로 올리는 것과 연금제도 개선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일본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면 소비세 인상과 연금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총체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야당도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해결책에서는 이견이 많아 앞으로 넘어야 할 난관이 적잖아 보인다.

    연금으로는 노후생활비 부족

    일본 연금제도의 시작은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인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을 때 그 가족에게 지급하던 연금이 시초다. 이후 공무원에게도 같은 연금제도를 적용했고, 20세기 초 ‘은급법(恩給法)’이라는 이름의 관련 법률을 제정했다. 현대적 의미에서의 연금제도는 1961년 제정한 국민연금법이 시초며, 85년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지금의 연금제도가 기본 골격을 갖췄다.

    일본 연금은 크게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으로 나뉜다. 공적연금은 국가가 사회보장제도의 일환으로 시행하며, 재정보조와 세제혜택이 주어진다. 자영업자, 파트타이머, 가정주부, 무직자 등의 최저생계비를 지원하는 국민연금, 직장인이 가입하는 후생연금, 공무원이 가입하는 공제연금이 대표적이다. 사적연금은 국가 외의 조직이 운영하는 것으로 가입 의무가 없으며, 공적연금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개인이나 기업이 가입한다. 국민연금기금, 후생연금기금, 확정급부연금이 대표적이다.

    일본인은 노후에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2008년 발표한 일본 총무성 자료에서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 있다. ‘60대 부부에게 한 달 동안 필요한 최저생활비는 얼마인가?’라는 물음에 20대 30만 엔, 30대 25만 엔, 40대 26만 엔, 그리고 노후세대와 가장 근접한 50대는 27만 엔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특이한 것은 노후에 혼자 살 때의 예상 금액이다. 20대 48만 엔, 30대 30만 엔, 40대 27만 엔, 50대 29만 엔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혼자 살 경우 병구완이나 복지시설 입소에 필요한 돈이 추가로 들기 때문에 부부가 함께 살 때보다 오히려 생활비가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그렇다면 60대 부부가 일본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실제 생활비는 얼마일까. 2008년 총무성은 직업이 없는 60세 이상 노부부가 한 달 동안 생활하는 데 필요한 돈이 평균 27만5430엔이라고 조사했다. 그중 소비지출금액이 24만2773엔, 각종 세금과 보험에 들어가는 비소비지출금액이 3만2657엔이다. 반면 60대 이상 노부부의 월수입은 22만6043 엔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보다 지출이 4만9387엔 더 많으니, 기존에 저축해둔 돈 등을 헐어 보충해야 한다.

    독신생활자도 60대에 적자 인생을 사는 것은 마찬가지다. 60세 이상 무직자 1가구의 월 지출금액은 평균 15만5007엔으로 조사됐다. 소비지출금액이 14만3677엔, 비소비지출금액이 1만1330엔이다. 이에 비해 연금이나 저축 이자에서 발생하는 수입은 12만2278엔으로, 매달 3만2729엔이 부족하다.

    통계자료가 보여주듯 일본에서 60세 이상 고령자가 연금에만 의존해 살기는 힘들다. 연금과 이자소득만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60세 이상 노후세대가 의존하는 것은 예금 잔고다. 2008년 총무성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후세대의 평균 예금액은 2346만 엔이다. 또한 2000만 엔 이상 저축한 가구가 전체의 41.1%로, 일본의 60세 이상 노후세대는 대부분 급할 때 사용 가능한 현금을 보유한 셈이다.

    노인 재취업 돕는 다양한 정책으로 불안 덜어

    일본의 60대 이상 노인은 부부가 함께 살 때보다 혼자 살 때 돈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장려금 주며 노인 재취업 지원

    하지만 금리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일본에서 인플레이션까지 고려한다면, 이자소득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노후세대엔 재취업이 생활을 유지해나가는 버팀목이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나비넥타이를맨 채 카페에서 음료를 나르는 모습, 식당에서 할머니가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 이유도 부족한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노후세대가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60세 이상 노인의 재취업을 도우려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특정구직자고용개발조성금과 고연령자고용개발특별장려금이 대표적이다. 특정구직자고용개발조성금은 60세 이상 65세 미만 고령자를 1년 이상 고용하는 사업자에게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보조금 액수는 고령 노동자의 근무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주 20시간 이상 30시간 미만 근무하는 고령 노동자가 1년 이상 일할 경우, 그가 속한 기업이 대기업이면 30만 엔, 중소기업이면 60만 엔을 지급한다. 주 30시간 이상 근무를 1년 이상 지속한 경우에는 대기업에 50만 엔, 중소기업에 90만 엔을 준다.

    고연령자고용개발특별장려금은 65세 이상 고령자가 1년 이상 일할 경우 정부가 해당 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보조금 액수와 지급 방법은 특정구직자고용개발조성금과 같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주 20시간 이상 30시간 미만 근무를 1년 이상 지속한 경우 대기업에는 30만 엔, 중소기업에는 60만 엔을 정부가 지급한다. 또한 65세 이상 고령자가 주 30시간 이상 1년 이상 근무한 경우 대기업에는 50만 엔, 중소기업에는 90만 엔을 지급한다.

    연금제도 개선은 일본 정부가 재정악화를 해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아 연금개혁을 어떻게 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고령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 덕분에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한국은 고령자를 위한 일본 정책을 본보기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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