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가족 간 불화가 곪아 터져 이혼소송에 이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금은 가부장적 가치관의 과도기라 할 수 있다. 시댁과 처가를 비교하기 시작하면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여기에 양가 부모까지 개입하면 부부관계는 회복하기 힘든 지경으로 치닫는다. 우리 민법은 재판상 이혼 사유로 ‘배우자에 부정(不貞)한 행위가 있었을 때’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등 여섯 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직계존속과 배우자 간의 부당한 대우’가 이혼 사유라는 점이다. 그러나 직계존속과 배우자 간 문제만으로 이혼이 인정된 사례는 흔치 않다. 결국 혼인 당사자가 중심을 지키지 못하고 부모의 부당한 행동에 합세하는 경우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적용돼 이혼이 이뤄지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최근 “시부모가 경제적 지원을 빌미로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 간섭하면서 며느리에게 폭언을 했고, 남편은 매사를 부모에게 의존한 만큼 세 사람 모두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재판부가 아내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남편은 물론 시부모까지 위자료 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사례가 한 예다.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 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뜻한다. 다소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지금까지의 사정으로 볼 때 향후 정상적인 부부생활이 가능할지가 이혼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 법원은 유책주의를 기본으로 한다. 혼인 파탄의 책임을 제공한 사람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책임이 없는 당사자도 이혼 의사가 있는 경우’ ‘경하지만 쌍방유책이 있는 경우’ ‘유책행위가 혼인 파탄의 원인이 아닌 경우’에 유책(有責) 배우자의 이혼 청구도 받아들이고 있어 점차 파탄주의로 흐르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 이혼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어느 한쪽이 간통행위로 형사처벌을 받는 등의 특별한 이혼 사유가 없을 경우, 상당 기간 법원에서 지정한 부부상담클리닉에 다니면서 신뢰 회복 여부를 타진한다. 그 과정에서 이혼 의사를 철회하는 부부가 많다. 갈등 없는 부부는 없을 것이다. 결국 부부생활의 지속 여부는 당사자 문제며, 건전한 가치관에 기초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애정이 존재하는지에 달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