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가슴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려고, 혹은 불가피한 이유로 가슴성형수술을 한 프랑스 여성들이 지금 공포에 휩싸였다. 파장이 시작된 것은 2011년 12월 초, 프랑스 보건국이 “암을 유발한 것으로 판정된 PIP사의 가슴성형용 보형물을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 현재 공식 발표된 암 발생 사례만도 여덟 건이다. 프랑스는 이런 의학적, 사회적 충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번 가슴성형용 보형물 사건은 단순한 의학적 사고에서 그치지 않고 정치 스캔들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2011년 12월 23일 그자비에 베르트랑 전 프랑스 보건장관은 “PIP사의 보형물을 전면 퇴출시킬 것이며, 가슴에 삽입한 여성들에게 보형물 제거를 권유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수술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PIP사의 보형물로 가슴성형을 한 프랑스 여성이 3만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수술을 한 여성이 보형물을 모두 제거하려면 최대 6000만 유로가 든다. 이 막대한 수술비를 과연 누가 부담할까. 프랑스 정부는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유방암 등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보형물을 삽입한 환자의 제거 비용은 국민건강보험에서 전액 부담할 것이지만, 미용을 위해 수술한 여성의 비용은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
황당한 대응책에 분노 들끓어
소식을 접한 피해 여성들은 분노했다.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보형물이 유통되는 것을 이제껏 지켜보다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프랑스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 사건의 파장이 커가는 중에 베르트랑 전 보건장관은 프랑스 국립암센터 측의 보고서에서 “연구에 따르면 PIP사의 보형물이 타사의 것에 비해 암을 발병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결과는 없었다. 즉 모든 보형물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보형물 제거를 권장하는 것은 단순히 예방 차원일 뿐이다”라고 말을 바꿔 더 큰 비난을 불렀다. 여기에 프랑스 보험재정국도 “수술비 지원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정부와 특정 기업의 불찰을 국민건강보험에 떠넘기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사건의 중심에 있는 PIP사 측의 상황은 어떨까. 1991년 세인 쉬르메르 지방에서 창립한 PIP사는 한때 세계 3위의 가슴성형용 보형물 생산 및 유통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연 수십만 개의 제품을 수출했던 대기업. 그러나 2010년 초 프랑스 위생안전부가 PIP사 보형물 제품에 공업용 실리콘을 사용하는 문제에 의문을 제기해 수사가 진행되면서 폐업했다.
이후 PIP사 대주주이자 창립자인 장 클로드 마스는 경찰에 두 차례 소환됐지만 재판을 받지 않고 풀려났다. 올해 73세인 마스는 이번 스캔들이 터지자 잠적했다. PIP사 변호사인 이브 하다드는 최근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그가 도주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과연 언제쯤 마스의 입을 통해 가슴성형용 보형물에 대한 명확한 얘기를 들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그는 “올바르지 못한 행위였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윤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황당 발언으로 분노를 키웠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그녀들의 사투
PIP사의 보형물 사건이 터지자 가슴성형수술을 받은 프랑스 여성들이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 들고 일어났다. 피해 여성을 한곳에 결집시킨 인물은 예가바로 조엘 마니에티라는 여성으로, 블로그를 개설해 보형물 폐해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포에 휩싸인 많은 여성에게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최근 ‘이제 그만!’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PIP사 보형물을 삽입한 후 림프종으로 고통받다 53세의 나이로 2011년 11월 사망한 에드위지 리고네슈라는 여성의 사례를 들며 “이 사건을 통해 무지한 정부와 파렴치한 기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낀다. 이들은 추후 대응도 미흡해 사회적 공포를 확산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1년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대신 피해자의 전화를 받거나 자택에서 취재팀과 인터뷰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또한 PIP사 보형물 삽입 여성 보호단체인 MDF PIP에서 활동하면서 PIP사 보형물로 인한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보상에 관해 정부와 의견 조율도 시도 중이다.
마니에티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까닭은 그도 피해자 중 한 사람으로 누구보다 그들의 고통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2009년 유방암 판정을 받고 가슴을 절제한 후 보형물을 삽입했다. 하지만 평범한 삶을 되찾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삽입 수술에 사용한 PIP사의 보형물은 얼마 후 파열됐고, 다른 회사 제품으로 재수술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수차례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각종 전염병에 시달리다 결국 등 부위 지방과 근육을 절제해 가슴에 이식하는 방법을 선택한 후에야 조금이나마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현재 PIP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해 재판을 기다리는 중인 마니에티는 PIP사에 대한 신속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법적 근거가 없어 처벌이 힘든 상태입니다. 하지만 PIP사는 값싼 공업용 실리콘을 사용한 보형물을 무분별하게 판매해 100만 유로에 이르는 이윤을 봤습니다. 그들의 무책임함 때문에 프랑스 여성 3만여 명이 불안에 떨게 됐죠. 이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마땅하며, 그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길 바랍니다. 억만금의 보상금을 준다 해도 나뿐 아니라 다른 피해 여성이 받은 고통과 정신적 충격은 치료될 수 없습니다.”
PIP사의 보형물이 사건화된 시점은 최근이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불만을 제기했다. 2000년까지 미국에 PIP USA와 PIP America 지사를 두고 보형물을 판매한 PIP사는 고객들로부터 수차례 항의를 받았지만 외부에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2010년까지 보형물을 계속 수출했다. 2009년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크와틴 가족은 1999년, 2000년, 그리고 2003년 세 차례에 걸쳐 마스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또한 2003년부터는 일리노이 주와 텍사스에서도 10여 건의 고소가 있었다. 미국의 피해자가 ‘제품의 결함, 의학적으로 사용 불가능한 보형물’이라고 PIP사를 공격했지만 재판까지 간 경우는 없었다. 그들 대부분 기나긴 법정 싸움에 지쳐 중도에 재판을 포기했거나, 자국에서 보형물 삽입이 법적으로 허락되지 않은 곳에 거주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를 뒤흔든 이번 사건으로 전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승무원 신디는 “나도 6년 전 가슴성형을 했다. 다행히 PIP사 보형물은 아니지만 이 사건 이후 다른 기업 제품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혹시 문제가 생겨 제거를 원한다 해도 단순한 성형이기 때문에 보험 처리가 안 될 거라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 주부 조슬린도 “내 가족이나 지인이 이런 피해를 겪은 것은 아니지만 여성으로서 정말 화가 난다. PIP사와 장 클로드 마스는 돈을 위해 인간의 목숨을 놓고 장난을 친 파렴치한”이라고 말했다.
인체에 유해한 공업용 실리콘을 사용해 보형물을 생산한 PIP사는 현재 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결말은 예상보다 오랜 시간 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2000명 이상의 프랑스 여성이 PIP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고 피해자 수는 프랑스 3만, 영국 3만~4만, 전 세계적으로는 총 3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 여성의 마음 고통과 망가진 인생은 도대체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이번 가슴성형용 보형물 사건은 단순한 의학적 사고에서 그치지 않고 정치 스캔들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2011년 12월 23일 그자비에 베르트랑 전 프랑스 보건장관은 “PIP사의 보형물을 전면 퇴출시킬 것이며, 가슴에 삽입한 여성들에게 보형물 제거를 권유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수술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PIP사의 보형물로 가슴성형을 한 프랑스 여성이 3만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수술을 한 여성이 보형물을 모두 제거하려면 최대 6000만 유로가 든다. 이 막대한 수술비를 과연 누가 부담할까. 프랑스 정부는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유방암 등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보형물을 삽입한 환자의 제거 비용은 국민건강보험에서 전액 부담할 것이지만, 미용을 위해 수술한 여성의 비용은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
황당한 대응책에 분노 들끓어
소식을 접한 피해 여성들은 분노했다.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보형물이 유통되는 것을 이제껏 지켜보다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프랑스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 사건의 파장이 커가는 중에 베르트랑 전 보건장관은 프랑스 국립암센터 측의 보고서에서 “연구에 따르면 PIP사의 보형물이 타사의 것에 비해 암을 발병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결과는 없었다. 즉 모든 보형물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보형물 제거를 권장하는 것은 단순히 예방 차원일 뿐이다”라고 말을 바꿔 더 큰 비난을 불렀다. 여기에 프랑스 보험재정국도 “수술비 지원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정부와 특정 기업의 불찰을 국민건강보험에 떠넘기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사건의 중심에 있는 PIP사 측의 상황은 어떨까. 1991년 세인 쉬르메르 지방에서 창립한 PIP사는 한때 세계 3위의 가슴성형용 보형물 생산 및 유통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연 수십만 개의 제품을 수출했던 대기업. 그러나 2010년 초 프랑스 위생안전부가 PIP사 보형물 제품에 공업용 실리콘을 사용하는 문제에 의문을 제기해 수사가 진행되면서 폐업했다.
이후 PIP사 대주주이자 창립자인 장 클로드 마스는 경찰에 두 차례 소환됐지만 재판을 받지 않고 풀려났다. 올해 73세인 마스는 이번 스캔들이 터지자 잠적했다. PIP사 변호사인 이브 하다드는 최근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그가 도주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과연 언제쯤 마스의 입을 통해 가슴성형용 보형물에 대한 명확한 얘기를 들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그는 “올바르지 못한 행위였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윤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황당 발언으로 분노를 키웠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그녀들의 사투
PIP사의 보형물 사건이 터지자 가슴성형수술을 받은 프랑스 여성들이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 들고 일어났다. 피해 여성을 한곳에 결집시킨 인물은 예가바로 조엘 마니에티라는 여성으로, 블로그를 개설해 보형물 폐해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포에 휩싸인 많은 여성에게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최근 ‘이제 그만!’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PIP사 보형물을 삽입한 후 림프종으로 고통받다 53세의 나이로 2011년 11월 사망한 에드위지 리고네슈라는 여성의 사례를 들며 “이 사건을 통해 무지한 정부와 파렴치한 기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낀다. 이들은 추후 대응도 미흡해 사회적 공포를 확산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1년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대신 피해자의 전화를 받거나 자택에서 취재팀과 인터뷰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또한 PIP사 보형물 삽입 여성 보호단체인 MDF PIP에서 활동하면서 PIP사 보형물로 인한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보상에 관해 정부와 의견 조율도 시도 중이다.
마니에티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까닭은 그도 피해자 중 한 사람으로 누구보다 그들의 고통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2009년 유방암 판정을 받고 가슴을 절제한 후 보형물을 삽입했다. 하지만 평범한 삶을 되찾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삽입 수술에 사용한 PIP사의 보형물은 얼마 후 파열됐고, 다른 회사 제품으로 재수술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수차례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각종 전염병에 시달리다 결국 등 부위 지방과 근육을 절제해 가슴에 이식하는 방법을 선택한 후에야 조금이나마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현재 PIP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해 재판을 기다리는 중인 마니에티는 PIP사에 대한 신속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법적 근거가 없어 처벌이 힘든 상태입니다. 하지만 PIP사는 값싼 공업용 실리콘을 사용한 보형물을 무분별하게 판매해 100만 유로에 이르는 이윤을 봤습니다. 그들의 무책임함 때문에 프랑스 여성 3만여 명이 불안에 떨게 됐죠. 이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마땅하며, 그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길 바랍니다. 억만금의 보상금을 준다 해도 나뿐 아니라 다른 피해 여성이 받은 고통과 정신적 충격은 치료될 수 없습니다.”
PIP사의 보형물이 사건화된 시점은 최근이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불만을 제기했다. 2000년까지 미국에 PIP USA와 PIP America 지사를 두고 보형물을 판매한 PIP사는 고객들로부터 수차례 항의를 받았지만 외부에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2010년까지 보형물을 계속 수출했다. 2009년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크와틴 가족은 1999년, 2000년, 그리고 2003년 세 차례에 걸쳐 마스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또한 2003년부터는 일리노이 주와 텍사스에서도 10여 건의 고소가 있었다. 미국의 피해자가 ‘제품의 결함, 의학적으로 사용 불가능한 보형물’이라고 PIP사를 공격했지만 재판까지 간 경우는 없었다. 그들 대부분 기나긴 법정 싸움에 지쳐 중도에 재판을 포기했거나, 자국에서 보형물 삽입이 법적으로 허락되지 않은 곳에 거주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를 뒤흔든 이번 사건으로 전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승무원 신디는 “나도 6년 전 가슴성형을 했다. 다행히 PIP사 보형물은 아니지만 이 사건 이후 다른 기업 제품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혹시 문제가 생겨 제거를 원한다 해도 단순한 성형이기 때문에 보험 처리가 안 될 거라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 주부 조슬린도 “내 가족이나 지인이 이런 피해를 겪은 것은 아니지만 여성으로서 정말 화가 난다. PIP사와 장 클로드 마스는 돈을 위해 인간의 목숨을 놓고 장난을 친 파렴치한”이라고 말했다.
인체에 유해한 공업용 실리콘을 사용해 보형물을 생산한 PIP사는 현재 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결말은 예상보다 오랜 시간 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2000명 이상의 프랑스 여성이 PIP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고 피해자 수는 프랑스 3만, 영국 3만~4만, 전 세계적으로는 총 3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 여성의 마음 고통과 망가진 인생은 도대체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