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자원개발 기업 페트로브라스가 운용하는 반잠수식 석유 플랫폼 P-52. 심해 유전에서 원유 시추와 가스전 개발 및 생산 작업을 하는 해상종합기지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 문제의 원인이 공급량 감소가 아닌 절대적 수요 급증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 한 고유가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20년간 30억 명에 달하는 신흥국의 중산층이 새로운 수요자로 등장함으로써 2035년까지 석유, 석탄, 천연가스 같은 1차 에너지 수요가 지금보다 40%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자원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 호주, 브라질 등 자원 부국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자원민족주의’ 경향도 이러한 자원 부족의 심각성을 대변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수요 급증으로 인한 자원 부족 심화
개념적으로 보면 부족한 자원 문제의 해법은 공급량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한계를 보이는 육상 자원만으로는 어렵다. 현재로서는 잠재력이 큰 해양 자원 개발이 최선의 대안이다.
지구 표면의 71%를 차지하는 바다는 우주공간과 같은 미지의 세계다. 사람이 달에는 가봤지만 바닷속 가장 깊은 곳인 수심 11km 지점에는 누구도 가보지 못했다. 전체의 10% 정도만 탐사가 이루어졌을 뿐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해양에는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조6000억 배럴의 석유와 15%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 이뿐 아니라 해저에 깔린 열수광상(熱水鑛床·hydrothermal deposit)이나 망간 단괴에는 구리, 망간, 니켈, 코발트 등이 육상보다 훨씬 많이 매장돼 있는데, 200년에서 1만 년 정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확인됐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수심 300m 이하에 있는, 일명 ‘불타는 얼음’인 메탄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다. 이는 해저 지각의 틈새에서 분출되는 가스가 고압, 저온의 환경에서 바닷물과 만나 생긴 고체 상태의 가스다. 그 양은 전 세계에 매장된 천연가스의 100배로, 현재 전 세계가 500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탄소에너지 양인 10조t에 달한다. 앞으로 깊은 바닷속까지 탐사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므로 해양 자원 개발의 잠재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은 개발 잠재력이 큰 해양 자원을 확보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1차 오일쇼크 이후인 1970년대부터 자국 연안 200해리 이내 모든 자원의 독점 권리를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xclusive Economic Zone·EEZ)을 경쟁적으로 선포해 인접한 국가 간 영유권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육상 자원이 부족한 일본은 한국, 중국, 대만과 충돌이 잦다.
해양 광물 자원 개발로 확대
일본이 한국 영토인 독도를 넘보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도 근처 해역에 널리 분포한 해저 광물 자원에 대한 욕심 때문이고, 센카쿠 열도(중국 이름 댜오위다오)에서 중국과 겨루는 것 역시 인근 해저에 있는 원유와 각종 광물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일본은 대만과 인접한 오키노토리시마라는, 해면 위로 16cm 솟아오른 작은 암초 주변에 수천억 원을 들여 인공 시멘트 구조물을 만들고 자기 땅이라 주장하기까지 한다. 이와 함께 일본은 자원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독립 행정 기관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 주도 아래 올해부터 메탄하이드레이트를 채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선진 각국이 해양 자원 개발을 위한 글로벌 경쟁을 본격 전개할 태세다.
해양 개발은 1878년 카스피해에서 해안 유전을 최초로 개발한 뒤 육상에서 사용하던 장비와 방식 그대로 수심 수m인 매우 얕은 바다의 유전을 개발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그러다 1954년 미국 남부 멕시코만에서 해양 전문 장비인 드릴링 리그(Rig)를 최초로 사용해 해양 유전을 개발했으며 오일쇼크 이후인 1970년대에 북해 유전을 개발한 후에는 더욱 활발히 해양 유전 개발에 나섰다. 최근에는 탐사 및 시추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서아프리카해안, 브라질해안, 카스피해, 북극까지 영역을 넓히며 좀 더 깊고 험악한 환경에서 해양 유전을 개발하고 있다.
지금껏 석유와 가스 등 해양 유전을 중심으로 진행한 해양 자원 개발은 앞으로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향후 매년 8%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양 유전의 경우 탐사나 시추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개발 범위가 점점 더 깊은 바다로 넓어질 것이다. 해양 유전 개발 초기만 하더라도 사람이 잠수 장비를 활용해 직접 해저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해저 300m보다 더 깊은 바다를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무인 작업 장비인 ROV(Remotely Operated Vehicle), 깊은 바다에서도 안정적으로 시추 작업을 할 수 있는 드릴십 같은 부유식 시추 설비, 그리고 심해저 유전에서 끌어올린 원유를 해상에서 불순물과 구분하고 저장하며 하역까지 가능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 등을 개발해 개발 작업이 한결 수월해졌다.
2000년 이후에는 해저 3000m보다 더 깊은 초(超)심해까지 개발 범위를 확장했는데, 세계 바다의 평균 수심이 4000m 이하라고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해양 개발을 위해 더욱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체 원유 중 8.5%의 비중을 차지하는 심해 유전은 미래에도 계속 개발해 2025년경에는 13%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해양 자원 개발의 대상이 석유나 가스를 넘어 해양 광물 자원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미래에는 해양 자원 개발을 위한 국가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부족한 자원 여건을 극복하려고 자국의 인근 해역에서 메탄하이드레이트, 열수광상, 코발트리치클러스트(cobalt rich crust), 망간 단괴 등의 본격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첨단 해양 탐사선인 ‘백령(白嶺)호’를 건조하고, 해양 광물 자원의 탐사·굴착 및 운반 기술 개발에 200억 엔 이상을 투자해 2018년부터 상업화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한국도 2008년 남서태평양 통가 해역의 탐사권을 확보했으며 최근에는 피지 인근에 위치한 여의도 350개 정도 크기의 해저에 대한 독점 탐사권도 확보했다. 만약 탐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한다면 2017년 이후부터는 해양 광물 자원을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바다는 자원 빈국 한국에 기회의 영역
개발 잠재력이 무한한 바다는 자원 빈국인 한국으로서는 기회의 영역이다. 한국이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해양 자원 개발 분야에서 단기간 내 경쟁력을 확보해 관련 사업을 주도할 수만 있다면, 부족한 광물 자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해양 자원 개발 과정에서도 막대한 수익을 확보하는 1석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은 먼저 단기간 내에 해양 자원 개발에 특화된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해양 자원을 개발하려면 해상에서 초속 40m 이상 강풍과 10m가 넘는 높은 파도를 극복해야 한다. 최근 심해 개발이 늘어남에 따라 300기압 이상인 열악한 환경에서도 개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육상에서와는 크게 다른 기술 역량이 필요하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조선 기술력을 확보했으므로 해상 작업에 필요한 각종 설비에 대해서는 충분한 기술적 역량을 갖췄다. 또한 육상 유전 개발 및 원유 가공에 필요한 설비를 건설하고 설치하는 역량도 선진국 수준이다. 하지만 해저 구조물의 건설과 설치, 원유의 시추 및 생산 부문의 역량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해양 자원 개발을 위한 기본 설계(Front end engineering design·FEED) 역량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
특히 2010년 4월 멕시코만에서 시추 작업을 하던 ‘딥워터 허라이즌(Deepwater horizon)호’의 원유 유출 사고로 280억 달러 이상의 손실과 자연 재해를 기록한 이후, 해양 자원 개발은 안전사고 예방을 더욱 중시하는 추세다. 이는 해양 개발 경험이 부족한 한국에는 불리한 상황이다.
한국이 해양 자원 개발에서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려면 국가 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산업계와 정부, 학계가 연계해 공동의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고 한국의 해양 개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반 역량을 함께 육성하며,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의 해양 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빅 플랜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기업은 육상을 넘어 해양 자원의 거대한 잠재력을 사업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기업 차원의 필요 역량을 확보해나가야 한다. 특히 기존의 육상 역량을 해양 분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해양 개발 분야로의 진출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단기간에 확보하기 힘든 해양 사업의 사업 경험(Track record)과 FEED 같은 엔지니어링 역량은 신속하게 외부에서 조달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학계는 기업이 전개할 해양 자원 개발에 적합한 융·복합 인재를 육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해양 자원 개발을 위해서는 해양물리, 화학, 생물학, 지질학 같은 기초 해양과학 분야뿐 아니라 기계, 전자, 토목, 조선, 기상, 잠수의학 같은 응용과학 분야의 지식까지 섭렵하고 실무까지 경험한 인재 풀(pool)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해양 자원 개발 시범 사업 등을 추진하는 동시에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전개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