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단지 일대.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해야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옳다. 불확실한 시장 전망 때문에 실수요자까지 시장을 관망해 거래가 실종된 탓에 가계부채 해결이나 생계 대책을 위해 집을 내놓은 사람의 시름만 깊어졌기 때문이다. 거래가 없으니 부동산 관련 종사자는 물론, 건설회사 역시 파탄 일보 직전이다.
그런데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핀트가 전혀 맞지 않아 문제다. 카메라 렌즈의 초점을 맞추지 않은 채 셔터를 눌러 사진이 흐릿하게 나왔다는 얘기다. 지금은 매수세가 없어 거래가 실종된 것이지 매도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물이 넘쳐서 문제다. 그러므로 매수 심리를 회복할 수 있는 당근을 이번 정상화 방안에 집어넣었어야 했다.
먼저 정부가 시장에 폭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는 양도세 중과세 폐지를 보자. 매수자가 양도세 중과세가 무서워 집을 사지 않는 것이 아니다. 집을 사봐야 시세 차익을 거두기 어렵고 아직도 더 떨어지리라고 생각해서다. 매수세를 일으키려면 양도세 중과세 폐지보다 취득세 감면을 더 연장해야 한다. 취득세 감면이 2011년에 끝나기 때문에 2012년부터 4억 원짜리 집을 사면 880만 원만 지불하면 되던 것을 1840만 원이나 내야 한다. 취득세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취득세 감면 연장이 더 시급
2012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를 폐지하면 다주택자들이 집을 급하게 팔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급매물이 시세를 떨어뜨리는 현상은 줄겠지만 그렇다고 매수세가 살아나겠는가. 오히려 다주택자들이 집값이 오를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해서 매물이 줄어들 확률이 높다. 따라서 양도세 중과세 폐지 후속으로 보유세를 올려야 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다.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강남 재건축의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해져 거래가 활성화되리라는 판단도 초보 수준이다.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면 조합 설립 이후 전매가 가능해지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매수자가 물건을 마구 살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조합 설립이 임박한 단지에서는 나왔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매수자들은 조합 설립 이후에도 구입할 수 있으므로 느긋하게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느라 거래가 줄어들 공산이 크다.
사람들의 매수 심리가 위축된 이유는 재건축 추진이 불투명한 데다 경기까지 좋지 않아 추가 부담금이 많아져 수익성이 나빠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남 재건축 거래를 활성화하려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하루속히 폐지하고 사업성이 더 좋아지도록 재건축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든지, 소형주택 의무비율 등을 축소해야 한다.
초과이익부담금을 2년간 유보한다는 발상은 더 초보 수준으로,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고점 대비 20% 이상 가격이 떨어진 시점에서 무슨 초과이익이 있다고 부담금을 2년간 유보한단 말인가. 오히려 초과이익금은 이중과세에 위헌 소지까지 있어 하루속히 폐지해야 할 악법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들이 부동산에 대해 더 공부하고 연구했다면 투기과열지구와 함께 주택거래신고지역도 해제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투기과열지구와 주택거래신고지역,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서울 강남3구다. 투기과열지구는 분양권 전매와 주택 청약에 제한을 두려 지정한 것이고,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은 취득 후 15일 안에 거래를 신고하고 실거래가액으로 취득세를 부과하려는 의도며, 투기지역 지정은 양도세에서 탄력세율을 적용하려고 제정한 제도다.
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나붙은 아파트 매매 및 전월세 시세표.
정부는 순진하게도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를 폐지하면 다주택자들이 임대를 목적으로 집을 더 살 수도 있기 때문에 거래가 활성화되리라고 본다. 그러나 강남3구에서는 임대사업자가 되려 해도 취득세 면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구입을 망설이는 수요자가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2억 원짜리 다세대주택을 임대 목적으로 구입할 때 취득세가 면제되지 않으면 2012년부터는 취득세가 920만 원이나 된다. 2억 원짜리 주택을 월세로 놓는다 해도 1년에 700만 원 받기 힘든 현실에서 취득세 부담이 너무 큰 것이다.
실거주자 돈줄 묶어서는 곤란
국토해양부 관계자들은 지금이라도 주택거래신고지역을 없애든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미 실거래로 취득세를 부과하는 데다 60일 이내에 실거래 신고를 하게 한 마당에 주택거래신고지역이 왜 필요한가. 게다가 지정된 때가 7년 전인 2004년(서초구는 2005년)이다. 강남3구 집값이 많이 떨어진 시점에서 이제 수갑을 풀어줄 때가 되지 않았나. 정부가 임대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한다면 강남3구의 주택거래신고지역 해제는 불가피하다.
강남3구의 중개업자들은 이번 정상화 방안이 강남 부자들을 위한 조치이긴 하지만 알맹이가 빠졌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돈줄이 묶였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점을 모르지는 않지만 가뜩이나 가계부채가 심한 현실에서 이 규제를 풀면 악영향이 크기 때문에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도 이 점에는 동감한다. 하지만 투자 목적이 아니라 실거주 목적인 수요자들의 돈줄까지 묶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내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에게는 DTI 규제를 완화하고 이자 부담도 줄여줘야 매수 심리가 살아난다. 새 집을 사려는 1주택자에게도 이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 서울처럼 집이 비싼 곳에서 대출을 끼지 않고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정부가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키면서도 거래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데 고충이 따른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려면 현장 분위기를 꼼꼼히 살펴 시장이 진실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실력도 없는 전문가를 몇 명 불러놓고 의견을 들은 뒤 탁상에서 이리저리 고민해봐야 실효성 없는 대책만 늘어놓게 된다. 진찰만 잘하면 뭐하나, 약발이 들지 않으면 명의가 될 수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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