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한반도 문제를 업(業)으로 삼은 누군가라고만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아주 오랜만에 자리한 그와의 대화 끝에 문득 머리를 쥐어박히는 듯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런 것도 생각 못해봤던 거야?’ 그런 느낌 말이죠.
그의 최근 화두는 북한 나진항이었습니다. 두만강이 동해로 이어지는 지점에서 멀지 않은 끝자리의 항구. 최근 수년간 중국이 이 항구를 장기간 빌려 사용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왔음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 훈춘과 나진을 연결하는 도로 확장 작업도 이미 끝났고요. 많은 전문가가 이를 ‘중국의 150년 숙원사업이었던 동해 진출이 현실화한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중국 해군함정이 동해로 나오는 출구라며 호들갑을 떨기도 했죠.
“왜 나오는 것만 생각하고 들어가는 건 생각 안 하죠?” 그의 시각은 방향이 180도 달랐습니다. 나가는 길로 보면 중국의 동해 진출이지만, 들어가는 길로 보면 일본과 북미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잇는 부동항 신설이라는 겁니다. 이곳에서 만주횡단철도(TM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지척이고 보면, 어느새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소비처’로 탈바꿈하는 중국과 북미를 연결하는 가장 값싸고 가장 빠른 물류수송로가 새로 열리는 겁니다. 겨울이면 꽝꽝 얼어버리는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와 달리 1년 내내 이용할 수 있는 나진항은 러시아로서도 더 없는 메리트죠.
미국과 캐나다에서 중국으로 가는 배의 상당수는 부산을 거칩니다. 나진항이 본궤도에 오르면 그럴 필요가 없어지겠죠. 나진항의 물동량이 부산항을 잠식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더욱이 지상물류가 비싼 북미 서부에서는 심지어 유럽으로 물건을 보낼 때도 이 노선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답니다. 나진에 물건을 부려 값싼 TSR에 태운 뒤 유럽까지 실어 보내는 거죠.
생각은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조속한 남북 공동경제권 구축의 당위성을 떠올릴 수도, 중국의 심모원려(深謀遠慮)에 감탄할 수도,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경제 질서에 아찔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제게는 ‘돈의 힘’이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뻔히 보면서도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교묘한 아이디어를 그려내고 흥정해 현실로 만들어내는 바로 그 힘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 모든 일을 아는 척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모르는 게 기자인 듯도 합니다.
그의 최근 화두는 북한 나진항이었습니다. 두만강이 동해로 이어지는 지점에서 멀지 않은 끝자리의 항구. 최근 수년간 중국이 이 항구를 장기간 빌려 사용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왔음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 훈춘과 나진을 연결하는 도로 확장 작업도 이미 끝났고요. 많은 전문가가 이를 ‘중국의 150년 숙원사업이었던 동해 진출이 현실화한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중국 해군함정이 동해로 나오는 출구라며 호들갑을 떨기도 했죠.
“왜 나오는 것만 생각하고 들어가는 건 생각 안 하죠?” 그의 시각은 방향이 180도 달랐습니다. 나가는 길로 보면 중국의 동해 진출이지만, 들어가는 길로 보면 일본과 북미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잇는 부동항 신설이라는 겁니다. 이곳에서 만주횡단철도(TM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지척이고 보면, 어느새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소비처’로 탈바꿈하는 중국과 북미를 연결하는 가장 값싸고 가장 빠른 물류수송로가 새로 열리는 겁니다. 겨울이면 꽝꽝 얼어버리는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와 달리 1년 내내 이용할 수 있는 나진항은 러시아로서도 더 없는 메리트죠.
미국과 캐나다에서 중국으로 가는 배의 상당수는 부산을 거칩니다. 나진항이 본궤도에 오르면 그럴 필요가 없어지겠죠. 나진항의 물동량이 부산항을 잠식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더욱이 지상물류가 비싼 북미 서부에서는 심지어 유럽으로 물건을 보낼 때도 이 노선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답니다. 나진에 물건을 부려 값싼 TSR에 태운 뒤 유럽까지 실어 보내는 거죠.
생각은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조속한 남북 공동경제권 구축의 당위성을 떠올릴 수도, 중국의 심모원려(深謀遠慮)에 감탄할 수도,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경제 질서에 아찔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제게는 ‘돈의 힘’이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뻔히 보면서도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교묘한 아이디어를 그려내고 흥정해 현실로 만들어내는 바로 그 힘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 모든 일을 아는 척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모르는 게 기자인 듯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