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의 장성숙, 성미자, 한기숙 간호사(왼쪽부터).
7월 12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에서 만난 허원(56) 간호부장은 병원 간호부의 봉사활동에 대한 주변 칭찬에 오히려 손사래를 쳤다. 그는 “받는 사람보다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얻는 것이 배로 많다”며 뿌듯해했다. 말이 쉬워 봉사활동이지 간호사의 일상을 고려할 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간호사는 잦은 밤 근무와 교대 근무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은 부모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꾸준히 보살피기 힘든 아동 혹은 위탁기관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중증 장애아를 24시간 돌보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간호사의 업무 강도가 어느 곳보다 세다.
그러나 이들은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사랑으로 환아를 돌본다. 중증 환아의 간호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업무 인계를 마치고 나면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간호사를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여 한 달에 한 번 성남 ‘안나의 집’으로 봉사활동을 간다. 이·미용 기술을 배운 간호사들은 시설에 들른 노숙자나 독거노인 이발을 돕는다. 다른 간호사들은 배식이 끝난 뒤 400여 명분 식기를 설거지한다.
“당연히 도와야죠.”
이날도 새벽부터 시작된 고된 업무로 지칠 법한데, 그들은 끄덕없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허 간호부장의 말처럼 ‘나누면 나눌수록 베푸는 사람이 감사함을 느낀다’는 생각을 가지고 똘똘 뭉쳐 있었다. 이들은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2009년 1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약 23개월 동안 퇴근 후 자발적으로 남아 주 1회 미용 이론과 실기 교육을 받았다. 이렇게 익힌 이·미용 기술을 가지고 국군장병, 노숙자,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9년 여름부터.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의 김남식(왼쪽), 이윤화 간호사.
이들이 시간을 투자해 이·미용 기술을 배우고, 주말과 휴가를 활용해 봉사활동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 간호사는 “현재 우리가 일하는 기관이 다른 사람들에게 큰 도움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많은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나누기 위해 병원을 찾습니다. 특수교육, 아동복지, 간호학을 전공하는 실습생과 봉사활동에 관심 있는 학생이 병실 봉사를 돕는 거죠. 사랑의 나눔을 받았으니 봉사를 통해 이를 다시 나누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