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33)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이하 ‘내마들’)에서 선과 악을 넘나드는 인물을 연기하며 배우로서 인정받은 그는 드라마에서 봉마루와 장준하라는 두 개의 이름으로 살아간다. 봉마루는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자마자 외할머니(윤여정 분)가 맡아 키운 인물. 외할머니는 부모 없는 마루를 위해 양아들인 바보 봉영규(정보석 분)를 아버지로 만들어주지만 마루는 지긋지긋한 가난으로부터 도망쳐 재벌가 사모님 태현숙(이혜영 분)의 아들이 돼 의사로 성장한다. 하지만 태현숙이 남편인 최진철(송승환 분)에게 복수하려고 최진철의 친아들인 자신을 입양했다는 사실을 알면서 분노한다.
‘내마들’의 갈등 구조를 이끌어가는 남궁민을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국내 드라마 대부분이 그렇듯 ‘내마들’도 쪽대본으로 악명이 높다. 그는 며칠 밤을 새운 탓에 감기는 눈을 애써 부릅뜨며 인터뷰에 응했다.
“작가 선생님이 대사 하나하나에 깊은 뜻을 담으려고 하시는 게 보이니까 대본이 늦어지는 걸 탓할 수 없어요. 다만 앞부분에 대한 얘기를 대략적으로 듣고, 뒷부분을 먼저 촬영하다 보니 감정이입이 어렵긴 하죠.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봉마루와 장준하 완벽히 소화
그가 연기에 애착을 갖는 것은 ‘장준하를 인생 최고의 캐릭터’로 꼽기 때문인 듯했다. 역의 비중도 비중이지만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다.
“봉마루란 캐릭터는 지극히 현실적이에요. 만약에 어머니가 저를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바보인 아버지와 가난하게 사는데, ‘이상적인 엄마’ 같은 사람이 나타나 자기 아들로 살자고 제안하면 저라도 흔들릴 것 같아요. 정보석 선배님이 바보 아빠를 좋고 선한 사람으로 그려서 상황이 아름답게 보이기도 하지만 어린 마음에 그런 환경을 감내하기는 쉽지 않겠죠.”
더욱이 그는 봉마루가 태현숙에게 분노하며 어두운 마루, 즉 ‘다크 마루’로 변신하는 것에도 절대 동감한다. 물론 연기할 때마다 배역의 모든 상황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매끄럽게 연기할 수 있고, 시청자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새 가족에 편입돼 선한 아들, 좋은 형으로 살다가 복수의 화신이 된 기분은 어떨까. 악한 감정을 내뱉으면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는지 묻자 고개를 완강히 내젓는다.
“카타르시스는 전혀 느끼지 않아요. 도리어 힘들죠. 존경하는 선배님 앞에서 분노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이혜영 선배님께 ‘최진철! 내 아버지 데려와!’라고 말하는데 바람이 척추에 들어와 머리끝을 타고 나가는 기분이 들면서 기운이 쫙 빠지더라고요.”
한 작품에서 착한 사람과 복수에 눈먼 냉혈한까지 다양한 연기를 펼쳐야 하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법하다. 하지만 정보석과 윤여정이 자기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데도 상대 배우가 감정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를 가다듬는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윤여정 선배님이 ‘난 너의 할머니가 될 테니까 넌 내 손자가 되는 거야. 우리 가짜로 하지 말고 진짜로 해보자’면서 다독여주세요. 준하가 할머니를 찾아가 출생의 비밀을 확인하고 절규할 때는 진짜라고 생각하며 7시간 동안 몰입해 촬영했습니다.”
그는 형제로 출연하는 김재원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남궁민은 배역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질까 싶어 동료 배우와 가까이 지내지 않는 편. 하지만 김재원과는 마음이 잘 통해선지 연기에 대한 조언을 주고받는 사이로 발전했다. 그럼에도 그는 대중과의 소통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사생활을 노출하는 게 싫고, 배우 홍보는 홍보 담당자 몫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작품을 보면서 탐나는 배역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건 생각해본 적 없다. 내가 맡은 역을 충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모습에서도 고지식한 성격이 엿보였다.
그가 배우가 된 건 우연이었다. 배우에 대한 호기심이 전혀 없던 대학 2학년 때 무심코 TV를 보다 공채 탤런트 모집 공고에 마음이 움직였다. “군대 가기 전 기념 삼아 한번 나가볼까” 했더니 어머니가
“추억 하나 만들어보라”며 권했다.
“그때까지 꿈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공부했고, 취직 잘 되는 학과에 들어가 묵묵히 살았죠. 하지만 오디션을 보니까 사람들이 꿈을 향해 노력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더라고요. 그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뭘까 고민하면서 입대도 미루고 연기자 공채 시험을 봤는데 줄줄이 떨어져 단역으로 시작했죠.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연기일 수 있겠다 싶어서 덤빈 거예요. 그러다 3년을 보내고 2002년에 고정출연을 하게 됐죠.”
하지만 부모님은 평범하지 않은 삶을 택한 아들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럴 때마다 곁에서 응원해주는 이는 남동생이었다.
“연기력 쌓으려 연기에 매진”
“형제끼리 사이가 안 좋은 경우도 있는데 저희는 안 그래요. 물론 많이 싸우면서 자랐지만 지금은 둘도 없는 사이죠. 무의식 속에 가장 소중한 사람이 동생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그 앞에서는 물론 ‘네가 내 보물 1호’라고 얘기하겠지만 동생이 보물 1호인 건 바뀌지 않을 거예요. 그런 게 어디 쉽게 바뀌겠어요?”
데뷔한 지 어느 덧 10년. 드라마 ‘장밋빛 인생’과 ‘어느 멋진 날’ 영화 ‘비열한 거리’ 등을 찍으며 얼굴을 알렸지만 오랜 무명 시절을 보냈다. 그간 어려운 일은 없었느냐고 묻자 “위기는 없었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시트콤에 비중 있는 인물로 캐스팅됐다가 무산된 적도 있고, 특정 감독과 연이어 작품을 하는 것이 문제가 돼 역이 없어지기도 했지만 그런 일을 어려움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성적인 편이라 ‘여긴 정글이기 때문에 나보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일로 마음을 독하게 먹지는 않아요. 분노할 시간에 연기 연습하고, 뮤지컬 배우에게 발성 레슨 받고, 볼펜 물고 발음 연습하면서 자신감을 키웠죠.”
이 같은 성격이기에 봉마루의 폭발적인 감정 연기가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내마들’ 촬영장에서 남궁민을 지켜본 황정음은 그에게 “오빠가 독기 서린 연기를 잘하는 건 그만큼 감정을 꾹꾹 담아두는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덤덤한 그도 “고통스러웠다”고 인정하는 순간이 있다. 허리 디스크로 고생해 3년여 동안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기 쉽지 않았던 것. 하지만 드라마 ‘부자의 탄생’에 캐스팅돼 배역을 준비하면서 근육 강화 운동을 해 건강을 되찾았다. 공백기의 힘겨움을 잘 아는 그는 “역시 사람은 일을 해야 하는 것 같다”며 “연기력을 쌓으려 연기에 매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금부터가 시작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를 알아본다고 해서 자만하지 않고, 연기에 몰입할 거예요. 방송을 보면서 스스로 반성하는데, 이 열등감을 계속 가져가면서 쉬지 않고 연기하려고요.”
자신의 바람을 반영하기보다 주어진 역에 자신을 투영하는 남궁민. 그의 배우 인생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내마들’의 갈등 구조를 이끌어가는 남궁민을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국내 드라마 대부분이 그렇듯 ‘내마들’도 쪽대본으로 악명이 높다. 그는 며칠 밤을 새운 탓에 감기는 눈을 애써 부릅뜨며 인터뷰에 응했다.
“작가 선생님이 대사 하나하나에 깊은 뜻을 담으려고 하시는 게 보이니까 대본이 늦어지는 걸 탓할 수 없어요. 다만 앞부분에 대한 얘기를 대략적으로 듣고, 뒷부분을 먼저 촬영하다 보니 감정이입이 어렵긴 하죠.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봉마루와 장준하 완벽히 소화
그가 연기에 애착을 갖는 것은 ‘장준하를 인생 최고의 캐릭터’로 꼽기 때문인 듯했다. 역의 비중도 비중이지만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다.
“봉마루란 캐릭터는 지극히 현실적이에요. 만약에 어머니가 저를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바보인 아버지와 가난하게 사는데, ‘이상적인 엄마’ 같은 사람이 나타나 자기 아들로 살자고 제안하면 저라도 흔들릴 것 같아요. 정보석 선배님이 바보 아빠를 좋고 선한 사람으로 그려서 상황이 아름답게 보이기도 하지만 어린 마음에 그런 환경을 감내하기는 쉽지 않겠죠.”
더욱이 그는 봉마루가 태현숙에게 분노하며 어두운 마루, 즉 ‘다크 마루’로 변신하는 것에도 절대 동감한다. 물론 연기할 때마다 배역의 모든 상황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매끄럽게 연기할 수 있고, 시청자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새 가족에 편입돼 선한 아들, 좋은 형으로 살다가 복수의 화신이 된 기분은 어떨까. 악한 감정을 내뱉으면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는지 묻자 고개를 완강히 내젓는다.
“카타르시스는 전혀 느끼지 않아요. 도리어 힘들죠. 존경하는 선배님 앞에서 분노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이혜영 선배님께 ‘최진철! 내 아버지 데려와!’라고 말하는데 바람이 척추에 들어와 머리끝을 타고 나가는 기분이 들면서 기운이 쫙 빠지더라고요.”
한 작품에서 착한 사람과 복수에 눈먼 냉혈한까지 다양한 연기를 펼쳐야 하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법하다. 하지만 정보석과 윤여정이 자기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데도 상대 배우가 감정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를 가다듬는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윤여정 선배님이 ‘난 너의 할머니가 될 테니까 넌 내 손자가 되는 거야. 우리 가짜로 하지 말고 진짜로 해보자’면서 다독여주세요. 준하가 할머니를 찾아가 출생의 비밀을 확인하고 절규할 때는 진짜라고 생각하며 7시간 동안 몰입해 촬영했습니다.”
그는 형제로 출연하는 김재원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남궁민은 배역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질까 싶어 동료 배우와 가까이 지내지 않는 편. 하지만 김재원과는 마음이 잘 통해선지 연기에 대한 조언을 주고받는 사이로 발전했다. 그럼에도 그는 대중과의 소통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사생활을 노출하는 게 싫고, 배우 홍보는 홍보 담당자 몫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작품을 보면서 탐나는 배역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건 생각해본 적 없다. 내가 맡은 역을 충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모습에서도 고지식한 성격이 엿보였다.
그가 배우가 된 건 우연이었다. 배우에 대한 호기심이 전혀 없던 대학 2학년 때 무심코 TV를 보다 공채 탤런트 모집 공고에 마음이 움직였다. “군대 가기 전 기념 삼아 한번 나가볼까” 했더니 어머니가
“추억 하나 만들어보라”며 권했다.
MBC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차가움과 따뜻한 매력을 동시에 선보인 남궁민.
하지만 부모님은 평범하지 않은 삶을 택한 아들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럴 때마다 곁에서 응원해주는 이는 남동생이었다.
“연기력 쌓으려 연기에 매진”
“형제끼리 사이가 안 좋은 경우도 있는데 저희는 안 그래요. 물론 많이 싸우면서 자랐지만 지금은 둘도 없는 사이죠. 무의식 속에 가장 소중한 사람이 동생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그 앞에서는 물론 ‘네가 내 보물 1호’라고 얘기하겠지만 동생이 보물 1호인 건 바뀌지 않을 거예요. 그런 게 어디 쉽게 바뀌겠어요?”
데뷔한 지 어느 덧 10년. 드라마 ‘장밋빛 인생’과 ‘어느 멋진 날’ 영화 ‘비열한 거리’ 등을 찍으며 얼굴을 알렸지만 오랜 무명 시절을 보냈다. 그간 어려운 일은 없었느냐고 묻자 “위기는 없었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시트콤에 비중 있는 인물로 캐스팅됐다가 무산된 적도 있고, 특정 감독과 연이어 작품을 하는 것이 문제가 돼 역이 없어지기도 했지만 그런 일을 어려움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성적인 편이라 ‘여긴 정글이기 때문에 나보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일로 마음을 독하게 먹지는 않아요. 분노할 시간에 연기 연습하고, 뮤지컬 배우에게 발성 레슨 받고, 볼펜 물고 발음 연습하면서 자신감을 키웠죠.”
이 같은 성격이기에 봉마루의 폭발적인 감정 연기가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내마들’ 촬영장에서 남궁민을 지켜본 황정음은 그에게 “오빠가 독기 서린 연기를 잘하는 건 그만큼 감정을 꾹꾹 담아두는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덤덤한 그도 “고통스러웠다”고 인정하는 순간이 있다. 허리 디스크로 고생해 3년여 동안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기 쉽지 않았던 것. 하지만 드라마 ‘부자의 탄생’에 캐스팅돼 배역을 준비하면서 근육 강화 운동을 해 건강을 되찾았다. 공백기의 힘겨움을 잘 아는 그는 “역시 사람은 일을 해야 하는 것 같다”며 “연기력을 쌓으려 연기에 매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금부터가 시작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를 알아본다고 해서 자만하지 않고, 연기에 몰입할 거예요. 방송을 보면서 스스로 반성하는데, 이 열등감을 계속 가져가면서 쉬지 않고 연기하려고요.”
자신의 바람을 반영하기보다 주어진 역에 자신을 투영하는 남궁민. 그의 배우 인생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