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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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의 소리 없는 아우성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1-04-15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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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과 교수의 자살로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열음을 내는 데가 그곳만은 아닙니다. 충남 아산의 순천향대 학생들도 들고일어났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해 순천향대를 찾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어느 지방대 몇 개 학과의 문제지만, 그들에게는 절박했습니다. 순천향대는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사립대학 경영컨설팅 지원 사업’에 선정돼 같은 해 12월 6일부터 올 3월 5일까지 컨설팅 전문업체로부터 경영컨설팅을 받았습니다. 빠르면 내년에 연극무용전공과 영화애니메이션전공에서 각각 무용과 영화를 분리해 폐지하고 해양생명공학과, 생명공학과, 생명과학과를 통합할 예정입니다.

    통폐합 사실을 모른 채 입학한 2011학번은 황당합니다. 한 학생은 바다에 관심이 많아 해양생명공학과에 입학했지만 학교는 바다가 멀다며 비전이 없답니다. 졸업 후 공부했던 학과와 그 추억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고학번들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불만을 쏟아내 보지만 소용없습니다. 학교는 외부 경영컨설팅 업체의 객관적인 평가인 만큼 따르라 합니다.

    과의 통폐합 기준에도 불만이 많습니다. 3개월 만에 학교 실정 파악이 가능한지, 입학충원율과 재학생이탈률 같은 수치만으로 학과 특성을 알 수 있는지 묻습니다. 교과부 관계자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려줍니다. 학생들 의견은 ‘당연히(?)’ 묻지 않았습니다. 한 보직교수는 “학생에게 물을 게 있고 안 물을 게 있다. 전체를 보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지방대의 소리 없는 아우성
    한 학생은 “학교 장사하는 데 방해한 적 있느냐. 등록금 달라는 대로 주었다”며 분노했습니다. 갈수록 줄어드는 고교 졸업자 수를 생각하면 학교 측 처지도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장사 잘될 때 무분별하게 학교를 확장한 뒤 불황이 감지되자 부담을 학생에게만 전가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서울의 명문 사립대 관계자의 말입니다.

    “컨설팅을 받는 것은 아주 쉽죠. 개혁이 성공하려면 학내 구성원의 의견 조율이 가장 먼저입니다. 경영컨설팅은 명분을 채워줄 뿐입니다. 정당한 의견 개진을 막으면 그 개혁은 반드시 실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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