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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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불리 몸집 불리려다 넘어질라

프로야구 9, 10구단 창단 논의 가열…구장 신축 등 산적한 현안 해결이 우선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0-11-08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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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섣불리 몸집 불리려다 넘어질라

    프로야구 제9, 10 구단의 출현이 가시화되면서 야구계 안팎에서 이에 대한 공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013년, 10구단 체제로 가겠다’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장밋빛 희망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2010년 프로야구는 페넌트레이스 역대 최다관중(592만8626명) 동원이란 금자탑을 세우고 연이은 포스트시즌 명승부로 야구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며 뜻깊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즌이 종료된 직후부터 9구단, 10구단 창단을 시사하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9구단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

    1982년 원년 우승팀 OB 베어스 등 6개 팀으로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는 1986년 7구단인 빙그레 이글스가 합류했고,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가 가세하며 8개 구단 체제가 확립됐다. 이후 모기업의 부침에 따라 구단주와 팀명이 바뀌는 우여곡절은 겪었지만, 8개 구단 체제는 올해까지 20년 동안 한국 프로야구를 지탱한 밑바탕이었다.

    이 과정에서 야구는 축구나 농구, 배구가 근접할 수 없는 한국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 준우승 신화를 일궈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국제적인 위상 제고에 힘입어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인 증가 추세다.

    600만 관중 기록을 눈앞에 뒀던 페넌트레이스 열기, 스탠드를 가득 채운 포스트시즌의 연이은 만원 관중 등은 이제 한국 프로야구가 8구단 체제를 넘어 9구단, 10구단 체제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만든다. 그러나 섣부른 창단 추진은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상 득보다 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KBO의 희망처럼 2013년 10구단 체제로 가기 위해선 더 냉철하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10월 26일, 유영구 KBO 총재와 박완수 창원시장은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신규 구단 창원시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신규 구단 유치를 위한 상호협력, 프로야구단 유치 후 현 마산구장 시설 보완, 프로경기가 가능한 신규 야구장 건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KBO는 그동안 9구단 후보지로 야구 열기가 뜨거운 창원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해왔다. 기존 창원시와 마산시, 진해시가 통합해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거대 도시로 다시 태어난 ‘통합창원시’는 시민을 하나로 묶을 계기가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새 구단 후보지로 창원을 점찍은 KBO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유 총재와 박 시장 모두 업무협약 체결에 적잖은 의미를 부여했지만, 업무협약이라는 것 자체가 법적 효력이 없는 그야말로 ‘선언적 형식’에 그친다. 9구단 창단의 핵심은 무엇보다 기업의 참여에 달려 있다. 당초 KBO와 창원시는 9구단을 시민구단 형태로 운영할 것을 검토했다가 이를 백지화했다. 시민구단 형태로 연당 약 200억 원이 들어가는 야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유 총재는 “적어도 복수의 기업이 9구단 창단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지만 “일러야 2013년, 9구단을 창단할 수 있다”는 말에 더 큰 진정성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9구단에 참여할 기업으로 S모 그룹, K모 그룹 등이 거론되나, 이는 어디까지나 야구계 희망사항이라는 게 경제계의 평가다. 적어도 8개 구단 중 한 팀이라도 흑자 경영을 보여야 능력 있는 그룹이 야구단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KBO와 창원시의 업무협약 이후 터져 나온 ‘10구단 창단 가시화’ 소식 역시 섣불리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 미국인 사업가가 안산문화복합돔구장 운영권을 전제로 한국에 프로야구단 창단을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은 하나의 뉴스임은 틀림없지만 10구단 창단과 곧바로 연계될 것이라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창단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오베이션스(Ovations)의 대표인 케네스 영은 트리플A 2팀, 더블A 1팀, 싱글A 1팀 등 마이너리그 야구구단을 4팀 소유하고 있고, 오베이션스를 통해 메이저리그 구단의 25% 가량의 구장 내 식음료 사업을 대행해 어느 정도 자금력과 구단 운영 능력은 갖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안산문화복합돔구장 건립이 현재 사업진행 절차에 대한 타당성 검토로 일시 중단됐다는 점이다. 당초 올 연말이면 타당성 검토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지만, 현재로선 내년 상반기로 늦춰질 가능성이 더 크다.

    2009년 KBO 규약 개정 내용에 따라 신생 창단팀의 경우 돔구장 사용 우선권이 주어지고, 2년간 신인선수 2명에 대한 우선지명권, 외국인 선수 3명 등록에 2명 출전 가능, 1군 엔트리 1명 추가, 기존 구단 보호선수 20명 외 1명 차출 등의 권리가 부여된다. 구단 창단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케네스 영은 한국 정서상 미국 기업 단독 창단이 어려울 경우 국내 기업과 공동 창단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10구단은 외국인의 몫?

    섣불리 몸집 불리려다 넘어질라

    10월 26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KBO-창원시의 신규 프로야구단 유치 업무협약식에서 유영구 총재(왼쪽)와 박완수 창원시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상일 KBO 사무총장은 최근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10구단 창단과 관련한 움직임에 적잖은 불쾌감을 표시했다. 케네스 영이 10구단 창단 논의를 위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얘기나, 추진단계에서 이미 여러 암초를 만나 표류하고 있는 안산돔구장의 운영권을 매개로 창단을 타진한다는 얘기 모두 아직은 ‘설익은 감’에 불과한데 KBO와 8개 구단의 의중은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유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케네스 영이 직접 KBO와 접촉한 적은 없다. A라는 에이전트가 지난 8월 찾아와 그런 의사를 전달했는데, 당시 ‘소개장’ 같은 편지를 한 장 들고 왔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 구단 창단 문제는 이런 식으로 소란스럽게 추진할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 그런데 A가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현 8개 구단 체제에서 9구단만 창설될 경우 팀당 경기 수(133게임)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KBO는 원칙적으로 2개 구단이 함께 창단되길 바란다. 2013년 동시에 10구장 체제로 가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9구단, 10구단 창단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잘 알려진 대로 KBO와 한국야구계는 2007년 말 현대 구단이 공중분해될 위기를 맞아 한바탕 된서리를 맞은 바 있다. 현대의 다음 주인을 놓고 국내 유수 기업들이 인수 유력후보로 거론되다 전임 KBO 수뇌부의 미숙한 일처리 때문에 좌초했고, 급기야 실체도 불명확한 미국 투자그룹이 끼어드는 해프닝까지 연출됐다.

    더군다나 히어로즈의 탄생으로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볼 수도 없다. 간판선수를 또 내다팔 것이라는 히어로즈의 ‘선수 팔기 시나리오’가 이미 야구계에는 파다하다. 실험적 성격의 운영 스타일을 100% 비난할 수는 없지만, 히어로즈의 재정 상태나 운영 방식을 고려할 때 현재의 8구단 체제 역시 언제든 새로운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8구단 체제도 완벽하게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섣부른 9구단, 10구단 창단 논의는 야구 발전에 득보다는 실이 되리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것도 그래서다. 여기에 새 구단 문제보다 시급한 것이 기존 구장 개보수 및 대구·광주 등의 새 구장 신축 유도 등 야구 인프라를 확대하는 일이다. 대구·광주구장 등의 열악한 그라운드 환경에서 팬을 더 끌어모으겠다는 생각이나, 흑자 경영을 논의하는 건 무리다. 지금 당장 9구단, 10구단 창단을 추진하기보다 산적한 숙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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