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연방경기대회(Commonwealth Games)’는 올림픽 다음으로 규모가 큰 국제 스포츠대회다. 1930년 11개국 4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한 캐나다 대회를 시작으로 제2차 세계대전 기간을 제외하고 4년마다 열리는데, 영연방 소속 국가들의 화합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영연방경기’로 부른다. 80년 가까이 대영제국대회(British Empire Games), 친선대회(Friendly Games), 영연방경기대회(British Commonwealth Games) 등 다양한 명칭이었지만 1978년 이후 연방경기대회로 부른다.
28년 만에 국제 스포츠 행사에 흥분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국가들이 모여 친목 도모를 위한 스포츠 행사를 개최한다는 것이 우리 정서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영국 연방 즉 코먼웰스의 성격과 기능을 살펴보면 납득이 갈지도 모르겠다. 현재 총 54개 국가가 가입한 코먼웰스는 영국의 말보로(Marlborough)에 본부를 두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가 상징적 수장인 비정치적 기구로, 54개 회원국 중 51개국이 영국의 식민지배를 경험했다. 식민지배의 공통 경험은 이들 국가의 언어, 스포츠, 문학, 정치 및 법률 제도 등에 유사한 흔적을 남겨놓았다. 이렇듯 상당 부분 공통된 문화를 가지고 있기에 회원국 상호 간에 ‘외국’이라는 개념보다 같은 수장을 모신다는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어 보인다. 예를 들면 이들은 회원국 간에 파견된 재외공관을 한 국가를 대표하는 대사가 이끄는 외교사절단이 아닌, ‘외교의 사무를 처리하도록 보호국이나 식민지에 파견하는 관리’란 뜻의 ‘고등판무관(High Commissions)’으로 부른다.
코먼웰스 본부는 회원국 정부 간의 다각적인 소통을 도모하고, 각국의 경제·사회 발전과 관련한 정책 조언과 기술 지원도 제공한다. 1971년에 발표한 ‘싱가포르 선언’을 기초로 대의제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 증진, 인종차별 반대, 빈곤과의 전쟁, 무지와 질병 타파 등을 공동의 목적으로 천명했다. 코먼웰스는 연방작가상 제정, 연방 비즈니스 협의회 운영 등 다양한 채널로 친선을 도모하는데, 연방경기대회는 그중 가장 규모가 큰 행사다.
올해로 19회를 맞은 연방경기대회가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10월 3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됐다. 1998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대회 이후 아시아에서 열린 두 번째 대회인데다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이후 인도가 거의 30년 만에 개최한 국제적 규모의 스포츠대회라 인도 정부는 물론 뉴델리 시민도 무척 들뜬 분위기였다.
이를 위해 실제 뉴델리 외관도 많이 바뀌었다. 반듯해진 도로에 도시 구석구석까지 연결되는 지하철 개통, 신형 버스 도입, 유적지 정비 등. 불과 3개월 전에 이곳을 방문했던 사람이라도 달라진 모습을 금세 알아차릴 정도다. 앞으로 국제회의와 스포츠대회 유치를 겨냥해 2000여 명의 기자가 동시에 취재와 편집을 할 수 있는 쇼핑몰 형태의 프레스센터도 세워졌다. 또 뉴델리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1982년이 인도에 처음으로 컬러TV가 소개된 해였다면 올해는 HDTV(High Definition Television)가 소개된 해로 기록됐다.
인도 정부는 이번 연방경기대회를 통해 인도의 경제·사회 진보를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일류 스포츠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실 인도는 연방회원국 사이에서 ‘크리켓에만 열광하는 나라’로 인식될 뿐, 다른 스포츠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지난 두 차례 연방경기대회에서 호주, 캐나다, 잉글랜드에 이어 연속 4위를 차지했지만, 2002년 대회의 경우 3위인 캐나다가 획득한 총 메달이 118개인 데 비해 인도는 69개에 그쳐 큰 차이를 보였다. 2006년 대회 때는 3, 4위의 격차가 더욱 커졌다. 스포츠 국가의 이미지를 제고하고자 인도 정부는 이번 대회에서 100개의 메달을 획득해 최소한 3위를 차지하겠다는 각오로 역대 최대인 619명의 선수를 참가시켰다.
아울러 인도 정부는 연방경기대회를 계기로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각각 8.5%와 9.7%로 기존 예상치에서 0.3%씩 상향 조정했다. 또한 대회 참가단과 함께 인도를 방문한 각국 정부와 기업은 인도 정부가 인도전국경제인연합과 인도상공회의소를 주축으로 발족한 ‘비즈니스 클럽 오브 인디아(Business Club of India)’와 각종 행사를 하며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도 언론들은 “1991년 재무부 장관으로 인도의 경제개혁을 최전방에서 이끌었던 만모한 싱 현 인도 총리가 어느 때보다 활력이 넘친다”며 각국 정부와의 경제협상 내용을 전하기에 바쁘다.
49억4000만 달러의 경제적 효과
인도 정부는 이미 7월 영국의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무역사절단과, 경기 개막 이후에는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과 양국 CEO포럼 행사를 열었다. 특히 호주는 이번 대회 폐막 이후 인도와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연방경기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 개최로 247만 개의 일자리 창출과 총 49억4000만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대회 준비 기간부터 터져 나온 각종 문제점은 폐막 이후에도 인도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개막 직전까지도 완공되지 못한 경기장과 선수촌 공사를 비롯, 주경기장과 주차장을 잇는 육교 붕괴, 대회조직위원회의 부정부패 사건 등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또 석연찮은 이유로 시내 350여 곳의 슬럼가가 강제 철거되고 4만 명에 가까운 노숙자가 이른 새벽 열차, 트럭 등에 태워져 교외로 보내지는 것을 목격했다는 시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빈민가 주변으로 들어선 대형 광고판들은 대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난한 시민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연방경기대회 이후 이런 불만을 해소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인도의 유력 일간지 ‘타임즈 오브 인디아’는 칼럼을 통해 “이번 대회에서 인도의 물질적 인프라의 부실함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안팎에서 쏟아진 비판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이것은 인도가 얻게 될 가장 큰 승리”라면서 “이제는 정신적 인프라의 발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28년 만에 치른 국제무대에서의 시험 결과를 인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28년 만에 국제 스포츠 행사에 흥분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국가들이 모여 친목 도모를 위한 스포츠 행사를 개최한다는 것이 우리 정서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영국 연방 즉 코먼웰스의 성격과 기능을 살펴보면 납득이 갈지도 모르겠다. 현재 총 54개 국가가 가입한 코먼웰스는 영국의 말보로(Marlborough)에 본부를 두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가 상징적 수장인 비정치적 기구로, 54개 회원국 중 51개국이 영국의 식민지배를 경험했다. 식민지배의 공통 경험은 이들 국가의 언어, 스포츠, 문학, 정치 및 법률 제도 등에 유사한 흔적을 남겨놓았다. 이렇듯 상당 부분 공통된 문화를 가지고 있기에 회원국 상호 간에 ‘외국’이라는 개념보다 같은 수장을 모신다는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어 보인다. 예를 들면 이들은 회원국 간에 파견된 재외공관을 한 국가를 대표하는 대사가 이끄는 외교사절단이 아닌, ‘외교의 사무를 처리하도록 보호국이나 식민지에 파견하는 관리’란 뜻의 ‘고등판무관(High Commissions)’으로 부른다.
코먼웰스 본부는 회원국 정부 간의 다각적인 소통을 도모하고, 각국의 경제·사회 발전과 관련한 정책 조언과 기술 지원도 제공한다. 1971년에 발표한 ‘싱가포르 선언’을 기초로 대의제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 증진, 인종차별 반대, 빈곤과의 전쟁, 무지와 질병 타파 등을 공동의 목적으로 천명했다. 코먼웰스는 연방작가상 제정, 연방 비즈니스 협의회 운영 등 다양한 채널로 친선을 도모하는데, 연방경기대회는 그중 가장 규모가 큰 행사다.
올해로 19회를 맞은 연방경기대회가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10월 3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됐다. 1998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대회 이후 아시아에서 열린 두 번째 대회인데다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이후 인도가 거의 30년 만에 개최한 국제적 규모의 스포츠대회라 인도 정부는 물론 뉴델리 시민도 무척 들뜬 분위기였다.
이를 위해 실제 뉴델리 외관도 많이 바뀌었다. 반듯해진 도로에 도시 구석구석까지 연결되는 지하철 개통, 신형 버스 도입, 유적지 정비 등. 불과 3개월 전에 이곳을 방문했던 사람이라도 달라진 모습을 금세 알아차릴 정도다. 앞으로 국제회의와 스포츠대회 유치를 겨냥해 2000여 명의 기자가 동시에 취재와 편집을 할 수 있는 쇼핑몰 형태의 프레스센터도 세워졌다. 또 뉴델리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1982년이 인도에 처음으로 컬러TV가 소개된 해였다면 올해는 HDTV(High Definition Television)가 소개된 해로 기록됐다.
인도 정부는 이번 연방경기대회를 통해 인도의 경제·사회 진보를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일류 스포츠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실 인도는 연방회원국 사이에서 ‘크리켓에만 열광하는 나라’로 인식될 뿐, 다른 스포츠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지난 두 차례 연방경기대회에서 호주, 캐나다, 잉글랜드에 이어 연속 4위를 차지했지만, 2002년 대회의 경우 3위인 캐나다가 획득한 총 메달이 118개인 데 비해 인도는 69개에 그쳐 큰 차이를 보였다. 2006년 대회 때는 3, 4위의 격차가 더욱 커졌다. 스포츠 국가의 이미지를 제고하고자 인도 정부는 이번 대회에서 100개의 메달을 획득해 최소한 3위를 차지하겠다는 각오로 역대 최대인 619명의 선수를 참가시켰다.
아울러 인도 정부는 연방경기대회를 계기로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각각 8.5%와 9.7%로 기존 예상치에서 0.3%씩 상향 조정했다. 또한 대회 참가단과 함께 인도를 방문한 각국 정부와 기업은 인도 정부가 인도전국경제인연합과 인도상공회의소를 주축으로 발족한 ‘비즈니스 클럽 오브 인디아(Business Club of India)’와 각종 행사를 하며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도 언론들은 “1991년 재무부 장관으로 인도의 경제개혁을 최전방에서 이끌었던 만모한 싱 현 인도 총리가 어느 때보다 활력이 넘친다”며 각국 정부와의 경제협상 내용을 전하기에 바쁘다.
49억4000만 달러의 경제적 효과
인도 정부는 이미 7월 영국의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무역사절단과, 경기 개막 이후에는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과 양국 CEO포럼 행사를 열었다. 특히 호주는 이번 대회 폐막 이후 인도와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연방경기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 개최로 247만 개의 일자리 창출과 총 49억4000만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대회 준비 기간부터 터져 나온 각종 문제점은 폐막 이후에도 인도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개막 직전까지도 완공되지 못한 경기장과 선수촌 공사를 비롯, 주경기장과 주차장을 잇는 육교 붕괴, 대회조직위원회의 부정부패 사건 등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또 석연찮은 이유로 시내 350여 곳의 슬럼가가 강제 철거되고 4만 명에 가까운 노숙자가 이른 새벽 열차, 트럭 등에 태워져 교외로 보내지는 것을 목격했다는 시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빈민가 주변으로 들어선 대형 광고판들은 대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난한 시민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연방경기대회 이후 이런 불만을 해소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인도의 유력 일간지 ‘타임즈 오브 인디아’는 칼럼을 통해 “이번 대회에서 인도의 물질적 인프라의 부실함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안팎에서 쏟아진 비판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이것은 인도가 얻게 될 가장 큰 승리”라면서 “이제는 정신적 인프라의 발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28년 만에 치른 국제무대에서의 시험 결과를 인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