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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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정열에 빠져보실래요

라틴아메리카 현대미술展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0-09-06 15: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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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남미 정열에 빠져보실래요

    (왼쪽)이그나시오 이투리아, ‘Summer in Cadaques’, oil, 100x80cm, 2005 (오른쪽)모니카 사르미엔토, ‘나무-사람’, mixed media, 80x60cm, 2006

    “남미는 흙부터 붉다. 그 야만성과 광기, 생명력은 살인적 힘이 느껴질 만큼 강렬하고 아름답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여행소설집 ‘불륜과 남미’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그리고 붉은 대지와 짙푸른 정글 속에 적토색과 회색 물이 뒤섞여 거대한 뱀을 연상시키는 폭포 사진이 실려 있는데, 사진을 보는 순간 두근두근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 떨림은 2008년 서울 정동 덕수궁미술관에서 있었던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과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열린 ‘페르난도 보테로’전을 보면서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특히 튜브에 바람을 넣은 듯 한껏 부풀린 인물로 유명한 보테로의 작품은 중남미 특유의 유머와 풍자를 화려한 색감에 담고 있는데요. 빨간 머리띠를 하고, 빨간 원피스를 입고, 빨간 구두를 신고, 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채 남자의 품에 안겨 춤추는 여인의 풍만한 뒤태에 숨이 턱 막혔죠.

    9월 15일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갤러리 본점 및 에비뉴엘에서 열리는 ‘라틴아메리카 현대미술’전도 이 같은 중남미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젠 국내에서도 유명작가가 된 콜롬비아의 보테로, 우루과이와 파라과이에서 국민작가로 칭송되는 이그나시오 이투리아, 카를로스 콜롬비노의 작품을 대거 선보이는 1부 ‘라틴아메리카 거장 3인’전(10월 4일까지)과 최근 부상한 신진작가들을 소개하는 2부 ‘라틴아메리카 젊은 작가’전(10월 31일까지)을 함께 감상하면 중남미 미술의 흐름과 미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라틴아메리카와 관련된 이 전시는 ‘갤러리 반디트라소스’의 안진옥(50) 대표가 기획했습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5년 동안 지내며 박물관학과 예술기획을 공부한 안 대표는 중남미 대륙의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미술을 국내에 알리는 데 주력해왔습니다. 그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유럽적인 모던한 스타일이고, 브라질과 쿠바는 아프리카 색채가 강하며, 멕시코나 페루, 에콰도르 등은 잉카문명 등 선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합니다. 즉 하늘과 땅, 나무 등을 생기 넘치게 그리면서 마야, 아스텍 문양을 활용하면 중남미 작가의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죠. 또 그는 본인이 운영하는 갤러리 반디트라소스(종로구 사간동)를 통해 라틴아메리카의 젊은 작가를 소개해왔는데요. 9월 3일부터 25일까지 에콰도르의 모니카 사르미엔토(43)와 베네수엘라의 크리스티나 누녜스(33)의 전시가 이어집니다. (문의 02-734-2312)



    안 대표는 “한국인은 라틴 그림을 좋아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식민지와 군부독재라는 역사적으로 비슷한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아픔을 한국 작가들은 내재하고 응축시켰다면 중남미 작가들은 거침없이 밖으로 폭발시켰습니다. 거기서 우리는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해요. 제가 가졌던 두근거림은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요? 전시뿐 아니라 음악, 춤 등 라틴아메리카의 문화를 다양한 경로로 알리고 싶다는 안 대표를 보며 그 떨림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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