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살모넬라균 오염 달걀로 인한 식중독 환자가 2000명 넘게 발생하자 미국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살모넬라 식중독은 주로 음식물을 통해 감염되는데, 대표 증상은 발열·복통·설사·메스꺼움·구토다. 건강한 사람은 자연 치유되기도 하지만, 어린이나 노약자, 면역력 약한 사람은 증상이 심각해질 수 있다. 살모넬라균은 법정전염병인 장티푸스나 파라티푸스의 원인이기도 하다.
미 연방정부 발표에 따르면, 살모넬라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는 달걀 약 5억5000만 개가 회수됐다. 8월 18일 오염 달걀을 공급한 아이오와 주의 ‘라이트 카운티 에그’사가 약 3억8000만 개의 달걀을 리콜한 데 이어, 21일엔 같은 주의 ‘힐란데일 팜스 오브 에그’사가 약 1억7400만 개를 리콜한 것. 미국에서 이뤄진 달걀 리콜 가운데 최대 규모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문제의 달걀을 생산한 두 회사에서 사용하는 닭 모이가 살모넬라균 감염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쯤 되면 문제의 달걀과 이 달걀로 만든 가공용 원료, 또는 이 달걀을 원료로 한 식품이 수입돼 한국인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에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국내에 유통 중인 달걀은 전량 국내에서 생산한 것”이라며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미국산 달걀이 유통됐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안전위생과 강대진 사무관은 “식용 달걀의 경우 미국은 물론, 어떤 나라에서도 수입되지 않는다. 유통기간이 길어져 경쟁력이 없을뿐더러 외국산이 국내 유통시스템에 진입하기도 어렵다. 법으로 수입을 막은 건 아니지만, 이런 특성 때문에 시중에서 파는 달걀은 전부 국산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산 액란은 전량 검사
하지만 액상 형태의 액란(液卵·깬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과 가루 형태의 전난분 등 달걀 가공용 원료(알 가공품)는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는 빵이나 과자, 화장품 등의 원료로 쓰인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위생검역부 검역검사과 이수엽 씨는 “미국에서 알 가공품을 수입하고 있지만, 문제가 된 두 회사의 것은 아니다. 또 알 가공품은 전량 살모넬라균과 대장균 검사 등을 실시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과자 등 달걀이 들어간 미국산 식품도 현재로선 살모넬라균 오염 가능성이 크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 식품관리과 안영순 사무관은 “수입식품은 어느 회사에서 공급한 원료를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즉 미국산 과자가 문제가 된 두 회사의 달걀을 사용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살모넬라균은 가열하면 죽기 때문에, 문제의 달걀을 사용했다고 해도 빵이나 과자 등 수입식품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식약청 수입식품과 이찬영 사무관도 “미국 내에서도 달걀 자체가 아닌, 달걀을 사용한 가공식품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회수 조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식약청은 8월 24~25일 미국산 식품을 수입하는 업체들에게 ‘문제의 두 회사가 제공한 달걀을 사용한 식품은 들여오지 않도록 협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식품 자체가 어느 회사의 달걀을 사용했는지 정확히 명시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수입업체가 현지 제조사에 구두로 일일이 확인할 수밖에 없다.
한편 전문가들은 “문제가 된 미국산 달걀 및 가공품이 국내에 반입됐는지 여부보다, 국내산 달걀이 살모넬라균으로부터 안전한지를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대진 사무관은 “최근 단 한 번도 달걀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매년 1900여 개소의 농장과 판매점에서 달걀을 수거 검사하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살모넬라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 또 달걀의 해외 수출을 위해 2009년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22개 산란 농장에서 분변 시료를 대상으로 한 오염도 검사와 산란계용 배합사료 검사에서도 살모넬라균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처럼 국내산 달걀은 살모넬라균로부터 안전하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서울대 수의과학대 김재홍 교수(조류질병학)는 “살모넬라는 닭과 달걀을 통해 전파하는 대표적 식중독균”이라며 “양계장이나 판매점 등에서 조금만 관리를 소홀히 하면, 언제라도 쉽게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달걀을 실온에 오랫동안 방치하면 균이 증식, 옆에 있는 멀쩡한 달걀까지 오염시키니 특히 주의해야 한다.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도 “살모넬라는 인수공통전염병균으로 사람을 통해서도 전염된다. 즉 달걀이나 기타 식재료, 조리 환경 등이 깨끗해도 조리사가 균을 보유하고 있으면 음식에 오염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식중독 증상이 없는 보균자도 있기 때문에 조리사는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은 물론, 정기적으로 관련 검진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살모넬라균은 70℃ 이상 가열하면 사멸하는 만큼, 소비자 스스로 달걀을 완전히 익혀먹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상자기사 참조).
소비자에게 온전한 형태로 유통되는 신선 달걀보다 식품공장 등으로 납품되는 액란이 각종 세균에 더 취약하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특히 빵, 과자를 만드는 데 쓰이는 ‘비살균 액란’은 60℃ 내외로 가열해 세균을 없애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 더욱 위험하다. 이에 대해 식품회사들은 “살균 액란보다 비살균 액란을 써야 거품이 많이 나고 더 부드러운 식품을 만들 수 있다. 설사 살모넬라균에 오염됐다 해도 고열로 굽는 과정을 통해 세균이 죽고 독소가 없어지기 때문에 식중독 사고가 생길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빵을 굽기 전 액란을 다루는 사람을 통해서도 살모넬라균은 감염될 수 있다. 한 식품회사 관계자는 “살균 액란이 비살균 액란보다 10~15% 비싸기 때문에 비살균 액란을 사용한다”고 귀띔했다.
비좁고 비위생적 양계 시스템
다행히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2010년 3월 12일, 살균 액란에만 적용하던 세균 수, 살모넬라균 보유 여부 등 미생물 기준 규격을 비살균 액란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긴 ‘계란제품 위생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이는 6월 1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즉 과거엔 세균 검사 없이 비살균 액란을 빵·과자 등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젠 살모넬라균 음성, 세균 수 1g당 50만 마리 이하라는 기준을 통과해야만 가능하다. 김재홍 교수는 “불결하고, 깨지거나 금이 간 달걀은 아예 비살균 액란으로 쓰지 못하게 하는 등 관련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때 ‘후진국 설사병’으로 불리던 식중독이 최근 미국 등 선진국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는 건 참 아이러니다. 이에 대해 김우주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호주 등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가축을 대량으로 키워 납품하다 보니, 살모넬라균을 비롯해 각종 식중독균에 더 취약해졌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에선 대규모 달걀 리콜 사태 이후 비좁고 비위생적인 양계 시스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적절한 기준을 제시하고, 엄격하게 감시하며, 외부로부터 오염된 식품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건 이젠 정부의 몫이다.
미 연방정부 발표에 따르면, 살모넬라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는 달걀 약 5억5000만 개가 회수됐다. 8월 18일 오염 달걀을 공급한 아이오와 주의 ‘라이트 카운티 에그’사가 약 3억8000만 개의 달걀을 리콜한 데 이어, 21일엔 같은 주의 ‘힐란데일 팜스 오브 에그’사가 약 1억7400만 개를 리콜한 것. 미국에서 이뤄진 달걀 리콜 가운데 최대 규모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문제의 달걀을 생산한 두 회사에서 사용하는 닭 모이가 살모넬라균 감염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쯤 되면 문제의 달걀과 이 달걀로 만든 가공용 원료, 또는 이 달걀을 원료로 한 식품이 수입돼 한국인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에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국내에 유통 중인 달걀은 전량 국내에서 생산한 것”이라며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미국산 달걀이 유통됐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안전위생과 강대진 사무관은 “식용 달걀의 경우 미국은 물론, 어떤 나라에서도 수입되지 않는다. 유통기간이 길어져 경쟁력이 없을뿐더러 외국산이 국내 유통시스템에 진입하기도 어렵다. 법으로 수입을 막은 건 아니지만, 이런 특성 때문에 시중에서 파는 달걀은 전부 국산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산 액란은 전량 검사
하지만 액상 형태의 액란(液卵·깬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과 가루 형태의 전난분 등 달걀 가공용 원료(알 가공품)는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는 빵이나 과자, 화장품 등의 원료로 쓰인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위생검역부 검역검사과 이수엽 씨는 “미국에서 알 가공품을 수입하고 있지만, 문제가 된 두 회사의 것은 아니다. 또 알 가공품은 전량 살모넬라균과 대장균 검사 등을 실시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과자 등 달걀이 들어간 미국산 식품도 현재로선 살모넬라균 오염 가능성이 크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 식품관리과 안영순 사무관은 “수입식품은 어느 회사에서 공급한 원료를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즉 미국산 과자가 문제가 된 두 회사의 달걀을 사용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살모넬라균은 가열하면 죽기 때문에, 문제의 달걀을 사용했다고 해도 빵이나 과자 등 수입식품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식약청 수입식품과 이찬영 사무관도 “미국 내에서도 달걀 자체가 아닌, 달걀을 사용한 가공식품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회수 조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식약청은 8월 24~25일 미국산 식품을 수입하는 업체들에게 ‘문제의 두 회사가 제공한 달걀을 사용한 식품은 들여오지 않도록 협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식품 자체가 어느 회사의 달걀을 사용했는지 정확히 명시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수입업체가 현지 제조사에 구두로 일일이 확인할 수밖에 없다.
한편 전문가들은 “문제가 된 미국산 달걀 및 가공품이 국내에 반입됐는지 여부보다, 국내산 달걀이 살모넬라균으로부터 안전한지를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대진 사무관은 “최근 단 한 번도 달걀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매년 1900여 개소의 농장과 판매점에서 달걀을 수거 검사하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살모넬라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 또 달걀의 해외 수출을 위해 2009년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22개 산란 농장에서 분변 시료를 대상으로 한 오염도 검사와 산란계용 배합사료 검사에서도 살모넬라균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처럼 국내산 달걀은 살모넬라균로부터 안전하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서울대 수의과학대 김재홍 교수(조류질병학)는 “살모넬라는 닭과 달걀을 통해 전파하는 대표적 식중독균”이라며 “양계장이나 판매점 등에서 조금만 관리를 소홀히 하면, 언제라도 쉽게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달걀을 실온에 오랫동안 방치하면 균이 증식, 옆에 있는 멀쩡한 달걀까지 오염시키니 특히 주의해야 한다.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도 “살모넬라는 인수공통전염병균으로 사람을 통해서도 전염된다. 즉 달걀이나 기타 식재료, 조리 환경 등이 깨끗해도 조리사가 균을 보유하고 있으면 음식에 오염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식중독 증상이 없는 보균자도 있기 때문에 조리사는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은 물론, 정기적으로 관련 검진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살모넬라균은 70℃ 이상 가열하면 사멸하는 만큼, 소비자 스스로 달걀을 완전히 익혀먹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상자기사 참조).
소비자에게 온전한 형태로 유통되는 신선 달걀보다 식품공장 등으로 납품되는 액란이 각종 세균에 더 취약하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특히 빵, 과자를 만드는 데 쓰이는 ‘비살균 액란’은 60℃ 내외로 가열해 세균을 없애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 더욱 위험하다. 이에 대해 식품회사들은 “살균 액란보다 비살균 액란을 써야 거품이 많이 나고 더 부드러운 식품을 만들 수 있다. 설사 살모넬라균에 오염됐다 해도 고열로 굽는 과정을 통해 세균이 죽고 독소가 없어지기 때문에 식중독 사고가 생길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빵을 굽기 전 액란을 다루는 사람을 통해서도 살모넬라균은 감염될 수 있다. 한 식품회사 관계자는 “살균 액란이 비살균 액란보다 10~15% 비싸기 때문에 비살균 액란을 사용한다”고 귀띔했다.
비좁고 비위생적 양계 시스템
다행히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2010년 3월 12일, 살균 액란에만 적용하던 세균 수, 살모넬라균 보유 여부 등 미생물 기준 규격을 비살균 액란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긴 ‘계란제품 위생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이는 6월 1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즉 과거엔 세균 검사 없이 비살균 액란을 빵·과자 등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젠 살모넬라균 음성, 세균 수 1g당 50만 마리 이하라는 기준을 통과해야만 가능하다. 김재홍 교수는 “불결하고, 깨지거나 금이 간 달걀은 아예 비살균 액란으로 쓰지 못하게 하는 등 관련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때 ‘후진국 설사병’으로 불리던 식중독이 최근 미국 등 선진국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는 건 참 아이러니다. 이에 대해 김우주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호주 등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가축을 대량으로 키워 납품하다 보니, 살모넬라균을 비롯해 각종 식중독균에 더 취약해졌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에선 대규모 달걀 리콜 사태 이후 비좁고 비위생적인 양계 시스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적절한 기준을 제시하고, 엄격하게 감시하며, 외부로부터 오염된 식품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건 이젠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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