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맞긴 한 걸까. 사방이 어둠과 침묵이다. 소리도 냄새도 기척도 없다. 외롭다. 수면을 향한 그리움이 가슴을 충동질한다. 안 되겠다 싶어 몸을 돌리는 찰나, 거짓말 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반짝반짝, 은하수처럼 빛나는 은빛 연어 떼와 껄렁껄렁하게 몸을 누인 불가사리 가족들. 수세기 동안 이어져온 그들만의 고요한 질서에,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마저 엄숙해진다. 30년간 바다와 사랑에 빠진 작가의 눈을 빌려 해저를 엿볼 기회가 생겼다. 사진 속 바다지만 웬만한 아쿠아리움보다 더 감동적이다. 7월 2~18일, 롯데갤러리 본점, 문의 02-726-4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