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벽두 서울 강남지역 고등학교에 다니던 한 2학년 학생이 간암으로 죽었다. 18세가 간암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일. 이 아이는 중학생 때부터 이른바 ‘공부 못하는 병’으로 알려진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한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성격. 담임선생님의 채근으로 결국 정신과 의원을 찾은 아이는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인 각성제를 근 2년간 복용했다. 하지만 아이의 산만함은 그칠 줄 몰랐다. 성적이 바닥을 헤매자 부모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냈고 쌓였던 갈등이 폭발했다. 폭언이 오가고 손찌검도 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는 방문을 굳게 잠근 채 대화와 식사를 거부했다. 아이는 이제 무슨 말만 하면 눈물을 흘리고 벽에 머리를 찧어댔다. 정신과 의원에서는 아이에게 우울증 진단을 내리고 역시 마약류 의약품인 항우울제를 처방했다. 약만 먹으면 구역질을 해대던 아이는, 자살하기 위해 약을 한 움큼 입에 털어넣었다. 하지만 죽기는커녕 환청이 들리고 환각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분이 극도로 좋아졌다. 마약류 약물에 중독된 것. 약을 끊자 금단현상이 몰려왔다. 뒤늦게 상담치료를 시도했지만 허사. 약을 주지 않자 아이는 가출했다. 그 후 1년,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알코올중독과 간암에 걸려 있었다.
속된 말로 우리 아이들이 ‘미쳐가고’ 있다. 21세기, 문화의 새 천년이 시작됐지만 부모들의 교육열은 식을 줄 모른다. 엄청난 학업 스트레스를 견뎌낼 재간이 없는 아이들은 끝내 정신줄을 놓는다. 사교육 열기가 뜨거운 지역일수록 아이들의 정신질환 발병률도 높아만 간다.
지금껏 ‘그럴 것’이라며 입소문만 돌던 이 ‘불편한 진실’은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3~2008년 서울지역 25개 자치구별 10대 ADHD 진료 인원’ 조사결과 발표로 기정사실화됐다. 이는 ‘주간동아’가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것으로, 그 내용은 ‘불편한’ 정도를 넘어 놀라울 지경이다. 10대 청소년의 ADHD는 6년 동안 3.5배, 우울증은 40.3% 증가했다. 서울지역의 학원 밀집지역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노원구, 양천구 등 이른바 ‘사교육 특구’에서 10대 청소년의 정신질환이 많다는 막연한 추측도 사실로 확인됐다. 이들 5개 구 10대 청소년의 진료 인원은 25개 구 전체를 합한 인원의 40%를 상회했다. 이들 지역 학생의 자살 발생건수도 전체의 35%를 점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아이들에 대한 병·의원의 치료가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하는 데 한정돼 있고, 그것도 자세한 진단 없이 남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ADHD 치료제는 흔히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졌던 각성제이고, 항우울제는 중독성 때문에 장기간 복용하다 끊으면 금단현상을 일으킨다. 그런데 주간동아 취재결과, 이런 약물이 채 5분도 안 되는 진단을 거쳐 1회에 2~3알씩 무려 한 달치가 처방되기도 했다. 복약지도를 충분히 하는 병·의원이나 약국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병·의원들은 ‘청소년에게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처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제약사의 주의도 무시한 채 거리낌 없이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했다. 아이들은 날로 미쳐가고 있는데 치료를 핑계로 마약류 의약품을 권하는 세상, 이것이 21세기 ‘교육강국’을 꿈꾸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속된 말로 우리 아이들이 ‘미쳐가고’ 있다. 21세기, 문화의 새 천년이 시작됐지만 부모들의 교육열은 식을 줄 모른다. 엄청난 학업 스트레스를 견뎌낼 재간이 없는 아이들은 끝내 정신줄을 놓는다. 사교육 열기가 뜨거운 지역일수록 아이들의 정신질환 발병률도 높아만 간다.
지금껏 ‘그럴 것’이라며 입소문만 돌던 이 ‘불편한 진실’은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3~2008년 서울지역 25개 자치구별 10대 ADHD 진료 인원’ 조사결과 발표로 기정사실화됐다. 이는 ‘주간동아’가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것으로, 그 내용은 ‘불편한’ 정도를 넘어 놀라울 지경이다. 10대 청소년의 ADHD는 6년 동안 3.5배, 우울증은 40.3% 증가했다. 서울지역의 학원 밀집지역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노원구, 양천구 등 이른바 ‘사교육 특구’에서 10대 청소년의 정신질환이 많다는 막연한 추측도 사실로 확인됐다. 이들 5개 구 10대 청소년의 진료 인원은 25개 구 전체를 합한 인원의 40%를 상회했다. 이들 지역 학생의 자살 발생건수도 전체의 35%를 점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아이들에 대한 병·의원의 치료가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하는 데 한정돼 있고, 그것도 자세한 진단 없이 남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ADHD 치료제는 흔히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졌던 각성제이고, 항우울제는 중독성 때문에 장기간 복용하다 끊으면 금단현상을 일으킨다. 그런데 주간동아 취재결과, 이런 약물이 채 5분도 안 되는 진단을 거쳐 1회에 2~3알씩 무려 한 달치가 처방되기도 했다. 복약지도를 충분히 하는 병·의원이나 약국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병·의원들은 ‘청소년에게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처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제약사의 주의도 무시한 채 거리낌 없이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했다. 아이들은 날로 미쳐가고 있는데 치료를 핑계로 마약류 의약품을 권하는 세상, 이것이 21세기 ‘교육강국’을 꿈꾸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