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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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백신과 4대강 살리기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9-09-16 1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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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9일 신종플루 예방백신의 국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대학교수와 통화를 했습니다. 전화 첫머리부터 그는 “중국과 유럽은 이미 백신 임상시험을 끝내고 10월 초면 백신접종이 가능한데 우리는 이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며 장탄식을 쏟아냈습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이 엄중한 시기에 임상시험 절차를 놓고 틈만 나면 태클을 건다”며 “이러다간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11월이 돼서도 우리 국민에게 백신을 제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통화 중에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말을 다섯 번이나 썼습니다. “답답하다”는 말도 반복했습니다.

    “신종플루 진단키트의 민감도가 50%밖에 안 됩니다. 몇 억원만 주면 제대로 된 진단키트를 당장 만들어줄 바이오 벤처가 널려 있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정부가 돈을 풀지 않는 게 문젭니다. 국민이 바라는 게 뭐죠? 자신이 신종플루인지 바로 알아서 빨리 타미플루를 먹고 싶다는 것 아닙니까. 진단키트가 오진을 해 환자가 며칠씩 돌아다니면 그 책임을 누가 집니까.”

    얘기를 들어보니 문제는 그것뿐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각 제약사와 신종플루 백신 공급계약을 하면서 외국 제약사 수입가보다 30~40% 싼 가격에 국내 제약사와 계약했다고 합니다. 그 제약사는 정부에 ‘찍소리’도 못했다고 하네요. 기자도 해당 제약사 직원들의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누구는 땅 파서 장사합니까. 백신 공장 지을 때 전체 예산의 20%도 안 되는 돈을 대줘놓고 정작 신종플루 대유행이 닥쳐오니 전부 자기네가 미리 알아 다 만든 것처럼 얘기합니다. 잘한 건 전부 정부 공이고, 못하면 모두 기업 탓이죠.”

    신종플루 백신과 4대강 살리기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에 9월 말부터 막대한 돈이 풀린다고 합니다. 4대강 살리는 것, 좋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백성을 괴질에서 구하는 게 먼저 아닐까요? 정말 어렵게 만든 백신이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으려면, 국민을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고 싶다면 지금 신종플루와 악전고투하는 의학자, 의료인, 제약사, 제약벤처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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