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와 프랑스의 카를라 브루니가 미국의 유명 연예잡지 ‘배니티 페어’가 선정한 ‘옷 잘 입는 남녀 리스트’에 나란히 올라 화제가 됐다. 모델도 연예인도 아니면서 매일같이 신문과 잡지에 오르내리는 여성들. 퍼스트레이디의 패션은 사회, 정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대통령 선거전에서 후보자 아내의 역할은 러닝메이트와 같다. 따라서 퍼스트레이디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무개의 부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민의 존경과 지지를 받는 데서 그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는 점에서, 또 여론과 국가 정책의 방향을 대통령과는 또 다른 관점에서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퍼스트레이디의 역할과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미셸 패션은 진보주의의 또 다른 발현
미셸 오바마는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남편 버락 오바마 후보를 당선시킨 일등공신이다. 그의 행보와 매무새, 발언 하나하나는 유권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샀다. 또 하루가 멀다 하고 세간의 화제로 오르내린 미셸의 패션 스타일은 미국 역사상, 아니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퍼스트레이디의 입지를 격상시켰다. 이미 그는 세계 어느 모델보다 주목받는 패션계의 ‘핫피플’이 됐다.
미셸의 패션 스타일은 역대 퍼스트레이디 중 가장 패셔너블한 인물로 꼽히는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와 비교된다. 그러나 미셸의 스타일에는 재클린의 패션보다 큰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 보수로 규정되는 부시 정권과 차별화한 오바마 정권의 진보적 성향을 패션을 통해서도 보여줘야 했던 것이다. 서민 정치를 내세우는 만큼 보수적인 고급스러움, 단정함으로 상징되는 기존 퍼스트레이디들의 스타일을 뛰어넘어야 했다.
대통령 취임식 때 과거 어느 퍼스트레이디도 입은 적이 없는,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 차림을 해 입방아에 올랐던 미셸은 품위가 떨어진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는 그 후에도 7부바지에 아가일 체크 패턴의 카디건을 입고 때 묻은 운동화 차림으로 자선행사에 참석하는가 하면 아예 한쪽 어깨를 훤히 드러낸 티셔츠를 입고 대중 앞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공식 석상이나 성조기 앞에서는 역대 어느 퍼스트레이디보다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예의를 지켰다. 미셸의 패션 스타일링은 철저히 ‘계산된 파격’인 셈이다.
브랜드나 디자인의 성격에서도 이러한 정치적 고려가 드러난다. 대통령 취임식 무도회 드레스는 대만 출신의 26세 신예 디자이너 제이슨 우의 작품이며, 취임식장에서 입은 연두색 계열의 노란색 투피스와 코트는 쿠바계 디자이너 이사벨 톨레도의 야심작이다. 인종차별의 벽을 뛰어넘고자 하는 오바마 정부의 의지를 반영, 젊고 감각적인 유색 인종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시도한 것이다.
미셸이 당대의 패션 아이콘으로 떠오르면서 그가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마리아 핀토, 타쿤, 지미추, 마이클 코어스 등의 브랜드 아이템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여성들로부터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았다. 디자이너 엘리 타하리는 미셸의 이름을 붙인 기성복 드레스를 선보였고 탈보츠, 엘렌 트레이시, 리즈 클레어본 등도 미셸을 ‘핀업걸’로 삼고 그의 이름을 내건 컬렉션을 진행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셸이 평소 즐겨 입는 J.크루, 화이트하우스 등의 중저가 의류 브랜드들까지 그를 모티프로 한 의류를 선보이자 퍼스트레이디 패션은 중년 여성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셸이 ‘보그’ ‘모아’ 같은 잡지의 표지모델로 발탁된 것도 이러한 대중의 반향을 감안한 결과다. 미셸 오바마와는 다른 의미에서,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 카를라 브루니도 세계적인 스타일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결혼 전부터 유명 패션모델로 활약하며 각종 패션지의 화보를 장식한 그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여성스럽고 세련된 스타일을 과시한다. 그의 스타일 역시 다른 퍼스트레이디들과는 뚜렷하게 차별화된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브루니를 ‘간택’한 배경에도 정치적 고려가 있지 않았을까.
평소 여론의 반응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대처해온 노련한 정치인이, 혜성처럼 등장한 모델 겸 가수로서 공공연히 좌파 지지자임을 드러내온 브루니를 퍼스트레이디로 맞은 것은 일부 국민의 반대에 부딪힐지라도,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플러스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귀족 가문 출신으로 사교계의 중심 인물이기도 한 브루니의 배경과 뛰어난 외모가 빚어내는 국제적 ‘주목성’은 현 정권의 인기몰이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브루니는 해외 순방길에 유명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의 최신 의상을 선보이면서 웬만한 스타 마케팅을 능가하는 광고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것이 국가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미치는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브루니 스타일, 국가 브랜드 이미지 Up!
한국에서도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는 것 같다. 김윤옥 여사는 해외 방문길에 다양한 디자인의 한복을 챙겨갈 만큼 한복 마니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즐겨 입는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씨의 의상은 세계 어느 나라의 전통의상이나 드레스와 견줘도 돋보일 만큼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덕분에 한국의 이미지가 한층 격상됐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굳이 한복이 아니더라도 김 여사의 남다른 패션 감각은 선거운동 때부터 화제가 됐다. 단정하면서도 품위 있는 스타일을 고수한 만큼 그의 패션 스타일도 고루함에서 벗어난 고급스러움으로 얘깃거리가 되곤 한다. 하지만 우리의 국민정서를 생각할 때 퍼스트레이디의 의상이 지나치게 고급스러운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 일색인 브루니에 비하면 김 여사의 의상은 소박하다 싶을 정도지만, ‘영부인’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정서가 다른 만큼 그의 스타일은 때때로 공격의 대상이 된다.
퍼스트레이디의 스타일에는 자신의 개성과 남편의 정치 성향이 모두 반영되는 만큼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인 데다 책임까지 뒤따른다. 미셸 오바마와 카를라 브루니가 세계에서 가장 옷 잘 입는 여성으로 꼽힌 반면 청렴의 상징으로 통하는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의 부인 저우메이칭(周美靑)은 남편의 총통 당선일 아침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청재킷에 청바지 차림으로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이처럼 퍼스트레이디의 패션에는 그 나라가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 상징성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들의 패션은 이제 세계 여성들을 움직이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전에서 후보자 아내의 역할은 러닝메이트와 같다. 따라서 퍼스트레이디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무개의 부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민의 존경과 지지를 받는 데서 그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는 점에서, 또 여론과 국가 정책의 방향을 대통령과는 또 다른 관점에서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퍼스트레이디의 역할과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미셸 패션은 진보주의의 또 다른 발현
미셸 오바마는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남편 버락 오바마 후보를 당선시킨 일등공신이다. 그의 행보와 매무새, 발언 하나하나는 유권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샀다. 또 하루가 멀다 하고 세간의 화제로 오르내린 미셸의 패션 스타일은 미국 역사상, 아니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퍼스트레이디의 입지를 격상시켰다. 이미 그는 세계 어느 모델보다 주목받는 패션계의 ‘핫피플’이 됐다.
미셸의 패션 스타일은 역대 퍼스트레이디 중 가장 패셔너블한 인물로 꼽히는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와 비교된다. 그러나 미셸의 스타일에는 재클린의 패션보다 큰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 보수로 규정되는 부시 정권과 차별화한 오바마 정권의 진보적 성향을 패션을 통해서도 보여줘야 했던 것이다. 서민 정치를 내세우는 만큼 보수적인 고급스러움, 단정함으로 상징되는 기존 퍼스트레이디들의 스타일을 뛰어넘어야 했다.
대통령 취임식 때 과거 어느 퍼스트레이디도 입은 적이 없는,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 차림을 해 입방아에 올랐던 미셸은 품위가 떨어진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는 그 후에도 7부바지에 아가일 체크 패턴의 카디건을 입고 때 묻은 운동화 차림으로 자선행사에 참석하는가 하면 아예 한쪽 어깨를 훤히 드러낸 티셔츠를 입고 대중 앞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공식 석상이나 성조기 앞에서는 역대 어느 퍼스트레이디보다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예의를 지켰다. 미셸의 패션 스타일링은 철저히 ‘계산된 파격’인 셈이다.
브랜드나 디자인의 성격에서도 이러한 정치적 고려가 드러난다. 대통령 취임식 무도회 드레스는 대만 출신의 26세 신예 디자이너 제이슨 우의 작품이며, 취임식장에서 입은 연두색 계열의 노란색 투피스와 코트는 쿠바계 디자이너 이사벨 톨레도의 야심작이다. 인종차별의 벽을 뛰어넘고자 하는 오바마 정부의 의지를 반영, 젊고 감각적인 유색 인종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시도한 것이다.
미셸이 당대의 패션 아이콘으로 떠오르면서 그가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마리아 핀토, 타쿤, 지미추, 마이클 코어스 등의 브랜드 아이템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여성들로부터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았다. 디자이너 엘리 타하리는 미셸의 이름을 붙인 기성복 드레스를 선보였고 탈보츠, 엘렌 트레이시, 리즈 클레어본 등도 미셸을 ‘핀업걸’로 삼고 그의 이름을 내건 컬렉션을 진행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셸이 평소 즐겨 입는 J.크루, 화이트하우스 등의 중저가 의류 브랜드들까지 그를 모티프로 한 의류를 선보이자 퍼스트레이디 패션은 중년 여성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셸이 ‘보그’ ‘모아’ 같은 잡지의 표지모델로 발탁된 것도 이러한 대중의 반향을 감안한 결과다. 미셸 오바마와는 다른 의미에서,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 카를라 브루니도 세계적인 스타일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16일 백악관에서 만난 김윤옥 여사(오른쪽)와 미셸 오바마. 한국의 퍼스트레이디가 의상을 고를 때는 ‘국민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평소 여론의 반응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대처해온 노련한 정치인이, 혜성처럼 등장한 모델 겸 가수로서 공공연히 좌파 지지자임을 드러내온 브루니를 퍼스트레이디로 맞은 것은 일부 국민의 반대에 부딪힐지라도,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플러스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귀족 가문 출신으로 사교계의 중심 인물이기도 한 브루니의 배경과 뛰어난 외모가 빚어내는 국제적 ‘주목성’은 현 정권의 인기몰이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브루니는 해외 순방길에 유명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의 최신 의상을 선보이면서 웬만한 스타 마케팅을 능가하는 광고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것이 국가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미치는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브루니 스타일, 국가 브랜드 이미지 Up!
한국에서도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는 것 같다. 김윤옥 여사는 해외 방문길에 다양한 디자인의 한복을 챙겨갈 만큼 한복 마니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즐겨 입는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씨의 의상은 세계 어느 나라의 전통의상이나 드레스와 견줘도 돋보일 만큼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덕분에 한국의 이미지가 한층 격상됐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굳이 한복이 아니더라도 김 여사의 남다른 패션 감각은 선거운동 때부터 화제가 됐다. 단정하면서도 품위 있는 스타일을 고수한 만큼 그의 패션 스타일도 고루함에서 벗어난 고급스러움으로 얘깃거리가 되곤 한다. 하지만 우리의 국민정서를 생각할 때 퍼스트레이디의 의상이 지나치게 고급스러운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 일색인 브루니에 비하면 김 여사의 의상은 소박하다 싶을 정도지만, ‘영부인’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정서가 다른 만큼 그의 스타일은 때때로 공격의 대상이 된다.
퍼스트레이디의 스타일에는 자신의 개성과 남편의 정치 성향이 모두 반영되는 만큼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인 데다 책임까지 뒤따른다. 미셸 오바마와 카를라 브루니가 세계에서 가장 옷 잘 입는 여성으로 꼽힌 반면 청렴의 상징으로 통하는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의 부인 저우메이칭(周美靑)은 남편의 총통 당선일 아침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청재킷에 청바지 차림으로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이처럼 퍼스트레이디의 패션에는 그 나라가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 상징성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들의 패션은 이제 세계 여성들을 움직이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