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해외시장에 진출한 우리 중소기업 제품들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고 있다. KOTRA가 최근 주요 20개 해외시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 ‘세계시장을 누비는 한국의 강소제품들’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이 국내 경기침체의 탈출구로 해외시장을 노크하며 이들 가운데 몇몇 제품은 시장을 석권할 기반을 다지고 있다.
세계시장을 누비는 한국의 강소(强小) 제품들은 기술, 마케팅, 가격, 품질 등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보통 중소기업 제품들이 대기업에 납품돼 일반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런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IT(정보기술), 전자 분야에서는 신기술 및 신제품으로 새 수요를 창출해 시장을 확대한 제품이 많다.
지문인식 단말기, 스팀청소기
‘다날’은 온라인 결제가 확산돼 있지 않은 미국 시장에 휴대전화 결제시스템을 최초로 수출해 화제가 됐다. 직접 시제품을 제작해 시연하는 등 초기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앞두고 현지 시장에 맞는 제품 개발에 주력한 결과 기술력과 사업모델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600만 달러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애니데이타’는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 방식이 99%인 러시아 이동통신 시장을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로 공략해 성공한 사례다. 시장규모가 작아 주요 휴대전화 단말기 업체들이 기피한 러시아 시장에 전용 CDMA 단말기 및 모듈을 제작, 공급한 결과 이후 3배 이상 성장한 러시아 이동통신 시장에서 최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슈프리마’의 지문인식 단말기는 세계 지문인식 알고리즘 경연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품질을 인정받고 인지도를 확대해 체코 시장에 진출했는데, 첫해에 10만 유로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금영’은 노래방 문화의 원조 격인 일본에 노래방 기기를 수출해 화제가 됐다. IT를 접목한 콘텐츠 기술로 차별성을 확보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기반이었다.
경쟁이 치열한 소비재 시장에서는 치밀한 시장조사를 통한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 차별적이고 독창적인 현지화 마케팅으로 인지도와 점유율을 높여나간 것. ‘한경희 생활과학’은 미국 홈쇼핑 1위 업체인 ‘QVC’에 스팀청소기를 납품하며 미국 소비시장에 진입했다. 기존의 스팀청소기는 바닥이 젖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미국 가정이 카펫을 깐 것을 감안, 미국 수출용으로 바닥이 젖지 않는 제품을 개발해 호평을 받았다.
침구류 업체인 ‘에버피아’는 베트남 시장에서 현지인의 정서에 맞는 디자인 제품을 출시해 인기를 누렸다. 홍콩 시장에 진출한 ‘지웰코리아’는 좁은 주거 공간에 적합한 작은 사이즈의 공기청정기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미국 시장에 진출한 ‘다산기공’은 다양한 크기의 셔츠를 다릴 수 있는 셔츠 다림기로 소비자를 공략했다.
체코 시장에 진출한 ‘인포피아’의 혈당측정기는 독특한 판매방식으로 점유율을 높였다. 경쟁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뒤 소모품인 스트립 판매로 이익을 추구하는데, 이 회사 관계자는 “(프린터는 싸게 팔고 잉크 공급으로 커다란 수익을 올리는) 유명 기업의 프린터 판매방식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귀띔했다.
환율로 인한 가격경쟁력 상승을 적극 활용한 경우도 많다. ‘S-에너지’의 ‘솔라모듈’은 중국산 대비 품질경쟁력과 유럽산 대비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프랑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유로화 대비 원화약세 현상으로 유럽산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폴란드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는 ‘포큐텍’의 유압굴착기와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대원’의 곡물선별기, 멕시코 시장을 공략한 ‘실리텍스’의 방진복 원단 등도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환율에 의한 가격우위를 활용했다.
특히 ‘삼정 캐리월드’의 블록성형용 철받침은 국제 규격인증을 통과한 고품질 제품이지만 경쟁제품인 독일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UAE 시장에서 점유율이 50%에 이르고 있다.
유통관리·마케팅 기법도 다양
품질 하나만으로 시장의 최강자로 등극한 사례도 많다. 이탈리아에 직물 원단을 수출하는 ‘베코 인터내셔날’은 2000년대 초부터 연구 개발에 꾸준히 투자한 결과 아르마니, 막스마라 등 명품 브랜드들이 탐내는 품질경쟁력을 가지게 됐다.
이 회사는 1990년대까지 미국에 저가 나일론을 대량 수출했지만, 시장의 한계를 깨닫고 고급 제품을 전환한 경우여서 동종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틈새시장을 개척한 사례들도 눈에 띈다.
‘KOF’는 화학비료 위주의 폴란드에 친환경 비료를 출시, 틈새시장을 선점했다. 건축용 동제품을 생산하는 ‘부영산업’은 소량 주문을 소화하는 마케팅으로 호주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식품 저장용기 제조업체 ‘락앤락’은 대형유통점과 백화점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인지도와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고, 화장품 업체 ‘더페이스샵’은 중저가 화장품임에도 한류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명품 이미지를 쌓아가면서 매출을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기술의 독창성과 유연성 등 장점이 많은데도 자금이나 마케팅 능력의 부족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한계를 보여왔다. 해외 진출을 하더라도 대기업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독자적인 해외마케팅 능력을 키울 수 없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KOTRA의 이번 조사는 최근 우리 중소기업들이 부품 소재 분야에서 우수 기술을 인정받고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 대상의 마케팅이나 유통관리 능력도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술에서는 일본 유럽 등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최근 환율 변화로 획득한 가격경쟁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제대회 수상이나 인증마크 획득을 통해 자사의 기술을 인정받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등 마케팅 기법도 다양해졌다.
세계시장을 누비는 한국 강소제품의 공통점은 부단한 혁신 노력과 불굴의 의지의 결과물이라는 것. 기술 및 품질 혁신을 위한 투자와 노력은 미국에 휴대전화 결제시스템을 최초로 수출하고, 러시아 CDMA 단말기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사양 분야로 인식되는 섬유 부문에서도 품질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로 명품 브랜드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끊임없는 거래선 발굴 노력, 오지 방문을 마다하지 않는 집념, 고객 요구사항에 대한 책임감 등도 우리의 경쟁력이다. 이를 통해 바이어에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다. 해외시장을 진출하려는 기업이 이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한다면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줄일 뿐 아니라, 초기 진출 시 리스크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시장을 누비는 한국의 강소(强小) 제품들은 기술, 마케팅, 가격, 품질 등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보통 중소기업 제품들이 대기업에 납품돼 일반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런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IT(정보기술), 전자 분야에서는 신기술 및 신제품으로 새 수요를 창출해 시장을 확대한 제품이 많다.
지문인식 단말기, 스팀청소기
‘다날’은 온라인 결제가 확산돼 있지 않은 미국 시장에 휴대전화 결제시스템을 최초로 수출해 화제가 됐다. 직접 시제품을 제작해 시연하는 등 초기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앞두고 현지 시장에 맞는 제품 개발에 주력한 결과 기술력과 사업모델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600만 달러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애니데이타’는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 방식이 99%인 러시아 이동통신 시장을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로 공략해 성공한 사례다. 시장규모가 작아 주요 휴대전화 단말기 업체들이 기피한 러시아 시장에 전용 CDMA 단말기 및 모듈을 제작, 공급한 결과 이후 3배 이상 성장한 러시아 이동통신 시장에서 최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슈프리마’의 지문인식 단말기는 세계 지문인식 알고리즘 경연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품질을 인정받고 인지도를 확대해 체코 시장에 진출했는데, 첫해에 10만 유로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금영’은 노래방 문화의 원조 격인 일본에 노래방 기기를 수출해 화제가 됐다. IT를 접목한 콘텐츠 기술로 차별성을 확보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기반이었다.
경쟁이 치열한 소비재 시장에서는 치밀한 시장조사를 통한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 차별적이고 독창적인 현지화 마케팅으로 인지도와 점유율을 높여나간 것. ‘한경희 생활과학’은 미국 홈쇼핑 1위 업체인 ‘QVC’에 스팀청소기를 납품하며 미국 소비시장에 진입했다. 기존의 스팀청소기는 바닥이 젖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미국 가정이 카펫을 깐 것을 감안, 미국 수출용으로 바닥이 젖지 않는 제품을 개발해 호평을 받았다.
침구류 업체인 ‘에버피아’는 베트남 시장에서 현지인의 정서에 맞는 디자인 제품을 출시해 인기를 누렸다. 홍콩 시장에 진출한 ‘지웰코리아’는 좁은 주거 공간에 적합한 작은 사이즈의 공기청정기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미국 시장에 진출한 ‘다산기공’은 다양한 크기의 셔츠를 다릴 수 있는 셔츠 다림기로 소비자를 공략했다.
체코 시장에 진출한 ‘인포피아’의 혈당측정기는 독특한 판매방식으로 점유율을 높였다. 경쟁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뒤 소모품인 스트립 판매로 이익을 추구하는데, 이 회사 관계자는 “(프린터는 싸게 팔고 잉크 공급으로 커다란 수익을 올리는) 유명 기업의 프린터 판매방식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귀띔했다.
환율로 인한 가격경쟁력 상승을 적극 활용한 경우도 많다. ‘S-에너지’의 ‘솔라모듈’은 중국산 대비 품질경쟁력과 유럽산 대비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프랑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유로화 대비 원화약세 현상으로 유럽산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폴란드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는 ‘포큐텍’의 유압굴착기와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대원’의 곡물선별기, 멕시코 시장을 공략한 ‘실리텍스’의 방진복 원단 등도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환율에 의한 가격우위를 활용했다.
특히 ‘삼정 캐리월드’의 블록성형용 철받침은 국제 규격인증을 통과한 고품질 제품이지만 경쟁제품인 독일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UAE 시장에서 점유율이 50%에 이르고 있다.
유통관리·마케팅 기법도 다양
▲‘슈프리마’의 지문인식 단말기. ▶‘금영’의 노래방 기계.▶▶‘한경희 생활과학’의 스팀청소기.
이 회사는 1990년대까지 미국에 저가 나일론을 대량 수출했지만, 시장의 한계를 깨닫고 고급 제품을 전환한 경우여서 동종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틈새시장을 개척한 사례들도 눈에 띈다.
‘KOF’는 화학비료 위주의 폴란드에 친환경 비료를 출시, 틈새시장을 선점했다. 건축용 동제품을 생산하는 ‘부영산업’은 소량 주문을 소화하는 마케팅으로 호주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식품 저장용기 제조업체 ‘락앤락’은 대형유통점과 백화점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인지도와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고, 화장품 업체 ‘더페이스샵’은 중저가 화장품임에도 한류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명품 이미지를 쌓아가면서 매출을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기술의 독창성과 유연성 등 장점이 많은데도 자금이나 마케팅 능력의 부족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한계를 보여왔다. 해외 진출을 하더라도 대기업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독자적인 해외마케팅 능력을 키울 수 없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KOTRA의 이번 조사는 최근 우리 중소기업들이 부품 소재 분야에서 우수 기술을 인정받고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 대상의 마케팅이나 유통관리 능력도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술에서는 일본 유럽 등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최근 환율 변화로 획득한 가격경쟁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제대회 수상이나 인증마크 획득을 통해 자사의 기술을 인정받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등 마케팅 기법도 다양해졌다.
세계시장을 누비는 한국 강소제품의 공통점은 부단한 혁신 노력과 불굴의 의지의 결과물이라는 것. 기술 및 품질 혁신을 위한 투자와 노력은 미국에 휴대전화 결제시스템을 최초로 수출하고, 러시아 CDMA 단말기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사양 분야로 인식되는 섬유 부문에서도 품질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로 명품 브랜드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끊임없는 거래선 발굴 노력, 오지 방문을 마다하지 않는 집념, 고객 요구사항에 대한 책임감 등도 우리의 경쟁력이다. 이를 통해 바이어에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다. 해외시장을 진출하려는 기업이 이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한다면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줄일 뿐 아니라, 초기 진출 시 리스크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