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방문을 위해 하루 전날 이름, 주민등록번호, 카메라 장비를 알려놨습니다. 안내실에 신분증과 휴대전화를 맡긴 뒤 취재용 녹음기를 갖고 들어가도 되느냐고 물었죠. 정보요원들이 모처(?)에 전화를 걸어 부탁을 거듭한 끝에야 겨우 반입을 허락받았습니다.
“절대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요원에게 애절할 정도로 매달려 결국 뒷모습만 흐릿하게 찍기로 ‘합의’했습니다. 녹음기를 꺼내자 이번에는 “녹음하면 한마디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갖고 들어온 건데…. 하지만 답답한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거의 모든 대답이 두루뭉술했으니까요. 총칼을 막는 방검복이 실제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줄 수 없답니다. “사내 커플이 얼마나 있느냐”는 질문에는 “(사내 커플이 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있겠는가”라고만 합니다. “내 아들이 아빠가 국정원에 다니는 줄 모른다”고 하기에 아들 나이를 물었더니 그것조차 안 알려줍니다.
기자에겐 팩트(fact) 확인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그래서 ‘○○빵집의 비닐봉투 가격은 50원’ 등 사사로운 것까지도 정확히 확인해 외우는 직업병을 앓는데…. 저도 모르게 눈썹에 힘을 줬나봅니다. 요원은 “영화 대사에도 나오듯이 우리는 ‘감추는 게 직업’이잖아요”라며 허허 웃어 보입니다.
영화 ‘7급 공무원’에서 남녀 주인공이 갈등을 겪는 이유는 목숨 걸고 보안을 지켜야 하는 국정원 요원의 숙명 때문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용의자를 추격하던 수지(김하늘 분)는 시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여기는 울릉도”라고 둘러댑니다. 난폭하게 차를 몰면서도 여느 며느리처럼 상냥한 ‘며느리 버전’으로 목소리 바꾸는 걸 잊지 않습니다. 보안 유지, 그리고 일상과의 조화. 늘 이 두 가지 숙제가 따라다니는 게 국정원 요원의 또 다른 숙명이겠죠.
팩트 쫓는 게 직업인 기자가 팩트 감추는 게 직업인 이들을 만나니 정말 갑갑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들은 쉴 새 없이 묻고 확인하려는 기자를 얼마나 난감해했을까요. 신태라 감독님, 속편에선 이 둘의 ‘잘못된 만남’을 한 장면 집어넣으면 어떨까요?
“절대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요원에게 애절할 정도로 매달려 결국 뒷모습만 흐릿하게 찍기로 ‘합의’했습니다. 녹음기를 꺼내자 이번에는 “녹음하면 한마디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갖고 들어온 건데…. 하지만 답답한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거의 모든 대답이 두루뭉술했으니까요. 총칼을 막는 방검복이 실제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줄 수 없답니다. “사내 커플이 얼마나 있느냐”는 질문에는 “(사내 커플이 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있겠는가”라고만 합니다. “내 아들이 아빠가 국정원에 다니는 줄 모른다”고 하기에 아들 나이를 물었더니 그것조차 안 알려줍니다.
기자에겐 팩트(fact) 확인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그래서 ‘○○빵집의 비닐봉투 가격은 50원’ 등 사사로운 것까지도 정확히 확인해 외우는 직업병을 앓는데…. 저도 모르게 눈썹에 힘을 줬나봅니다. 요원은 “영화 대사에도 나오듯이 우리는 ‘감추는 게 직업’이잖아요”라며 허허 웃어 보입니다.
영화 ‘7급 공무원’에서 남녀 주인공이 갈등을 겪는 이유는 목숨 걸고 보안을 지켜야 하는 국정원 요원의 숙명 때문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용의자를 추격하던 수지(김하늘 분)는 시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여기는 울릉도”라고 둘러댑니다. 난폭하게 차를 몰면서도 여느 며느리처럼 상냥한 ‘며느리 버전’으로 목소리 바꾸는 걸 잊지 않습니다. 보안 유지, 그리고 일상과의 조화. 늘 이 두 가지 숙제가 따라다니는 게 국정원 요원의 또 다른 숙명이겠죠.
팩트 쫓는 게 직업인 기자가 팩트 감추는 게 직업인 이들을 만나니 정말 갑갑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들은 쉴 새 없이 묻고 확인하려는 기자를 얼마나 난감해했을까요. 신태라 감독님, 속편에선 이 둘의 ‘잘못된 만남’을 한 장면 집어넣으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