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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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처럼 “영어야 놀자!”

‘토종파’ 영어 영재들의 3인3색 실력 증강 노하우

  • 입력2009-06-11 1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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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친구처럼 “영어야 놀자!”
    [김호연] “엄마 같은 선생님과 일대일로 즐기며 공부”

    좋은 친구처럼 “영어야 놀자!”
    초등학교 1학년 김호연 군은 일곱 살이 될 때까지 영어유치원을 다니기는커녕 영어학습지도 공부하지 않았고, 오디오북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 영어교육에 대한 어머니 이재경 씨의 생각이 남달랐기 때문.

    “일곱 살짜리에게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 말고 뭘 더 바라겠어요. 조기유학을 보낼 것도 아니니 외국어는 모국어 구사능력을 어느 정도 갖춘 뒤 배워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주변에서 ‘우리 아이는 뭘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씨도 긴장이 되긴 했다. 그럼에도 영어를 늦게(?) 시작한 이유는 ‘부작용’을 많이 봤기 때문. 영어를 일찌감치 배운 아이들은 우리말이 서툴렀다. 맞춤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건 물론 한국식 어법도 잘 구사하지 못했다.

    이씨는 외국어는 언어에 대한 이해력이 있는 나이에 해야 한다는 ‘상식’을 따랐다. “일곱 살 여름에 영어교육을 시켜야지 하고 마음먹었어요. 그런데 학원에 넣자니 친구들은 벌써 앞서나갔더군요.”



    그래서 아이의 눈높이를 배려해줄 수 있는 개인교습을 택했다. 굳이 원어민 강사를 고집하진 않았다. 한국인 선생님이 아이의 상황에 맞게 더 잘 가르칠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 선생님은 일주일에 한 번씩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하는 것처럼 노래 부르기, 대화하기, 비디오 보기, 읽기, 쓰기, 말하기 등을 가르쳤다.

    “아이는 영어를 좋아하고 재미있게 공부했어요. 하지만 일대일로 하다 보니 한번 공부할 때 배우는 양이 많았고, 숙제도 아주 많았어요.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숙제를 다 할 수 있었죠. 선생님이 아이 수준에 맞는 책도 많이 추천해줬어요.”

    이씨는 아이가 숙제를 재미있게 하고,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관리해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숙제는 적당한 분량으로 나누고, 모르는 것은 가르쳐주고, 책읽기 같은 것은 함께 했다. 받아쓰기, 말하기, 일기 쓰기 등을 할 때는 격려하며 지켜봤다.

    영어 공부를 늦게 시작해서 좋은 점도 있다고 한다. 다른 친구들은 다 아는데 혼자만 모르는 것에 ‘갈증’을 느끼던 아이가 신나서 ‘따라잡기’를 했기 때문. 영어 공부한 지 1년도 안 돼 몇 년 공부한 아이의 수준이 됐다.“학교에서 수준별 수업을 하는데 가장 높은 반에 들어갔어요. 영어 수업이 가장 재미있다고 해요. 영어를 잘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김수영 교육전문프리랜서 kimsu01@hanafos.com

    [진시화] “영어 ‘편식’ 막았더니 다방면 재능 발휘”

    좋은 친구처럼 “영어야 놀자!”

    진시화 양은 에어캐나다 주니어 영어 스피치 콘테스트 금상, 고려대 국제 영어대회 금상, 연세대 국제 영어 글쓰기 대회 장려상 등 영어 관련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엄마, 나 아니었으면 오늘 영어 수업에서 우리 3조는 망했을 거야.”

    초등학교 5학년인 진시화 양은 어머니 박금숙 씨에게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한다.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듣는 어머니 박씨는 진양에게는 좋은 친구이자 영어 선생님이다.

    박씨는 딸이 태어난 지 6개월 됐을 때 한글과 알파벳 벽보를 함께 붙여놓았고, 영어 동화책과 우리말 동화책을 읽어줬다. 길가에서 나무를 보면 “나무! 트리!”라고 일러줬다. 하지만 진양이 영어를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 흥미를 가지게 했기 때문이다.

    “게임식으로 단어를 익히게 했어요. 영어 단어로 스무고개를 하는 식이죠. 덕분에 시화는 지금도 영어를 공부하는 게 아니라 노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진양은 그동안 영어 관련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강남 SLP에서 주최한 에어캐나다 주니어 영어 스피치 콘테스트에서 금상을 받았고 그 부상으로 캐나다 여행을 다녀왔다.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진양은 영어로 여행기를 썼다. 그렇다면 진양은 영어만 ‘편식’하고 있는 건 아닐까? 박씨는 고개를 젓는다.

    “영어를 가장 좋아하지만, 수학과 과학도 좋아하고 야구 같은 운동도 좋아해요. 반 대표 수학영재로 뽑힌 적도 있는걸요.”

    진양이 이처럼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이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박씨는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하고, 토론을 통한 종합적 사고를 기르게 한 것이 비결이라고 말한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명승고적을 찾아다녔어요. 우포늪에 가서 ‘지구온난화와 늪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생각해보는 식이죠. 강릉 오죽헌에 가면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에 대해 이야기해봅니다. 엄마, 아빠, 시화, 동생 원준이까지 네 식구가 함께 여행을 가면서 영어 낱말 맞히기도 하고 토론도 합니다. 야구장이나 축구장에도 자주 가요. 운동도 많이 하고요.”

    최근 박씨는 남편 진재호 씨와 함께 ‘시화네 도토리 영어’라는 책을 냈다. 자녀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것은 금물. 여러 경험을 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양의 꿈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같은 훌륭한 외교관이 되는 것. 공부를 놀이처럼 즐기고, 사회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며 스스로 앞길을 헤쳐나가는 진양에게서 세계를 누비는 활기찬 여성의 모습이 그려진다.

    심보선 자유기고가 vreal09@hanmail.net

    [김민경] “우리말 동화책 많이 읽기가 영어 실력 바탕”

    좋은 친구처럼 “영어야 놀자!”

    초등학교 3학년인 김민경 양의 영어 읽기 실력이 미국 초등학교 4학년 수준임을 알려주는 증명서 (왼쪽에서 두 번째).

    초등학교 3학년 김민경 양은 영어학원에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영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특별히 영어 방송을 시청하거나 영어 DVD를 틀어놓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미국 사립학교에서 치르는 읽기 테스트 결과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학년의 원어민보다 읽기 실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또 김양은 자신이 다니는 영어학원인 폴리스쿨이 주최한 스피치 콘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미국 연수도 다녀왔다. 귀국학생이 포함된 학원에서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한다. 그 비결은 뭘까.

    어머니 주금옥 씨는 “어렸을 때부터 우리말 익히기에 신경 쓴 것이 오히려 영어 실력을 키웠다”고 강조했다. 주씨는 특별히 영어 테이프를 틀거나 영어 책을 읽어준 적이 없다고 한다. 대신 우리말로 된 동화책을 많이 읽어줬다. 영어 실력은 우리말에 대한 완벽한 이해력에서 나온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 김양 역시 “어느 나라 말로 된 책이든, 읽는 것은 다 좋다”며 활짝 웃었다.

    하지만 김양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누가 뭐래도 영어다. 학원 수업도 억지로 듣는 게 아니라 즐거워서 한다. 도서관에서 영어 책을 읽고 숙제하는 것도 김양에게는 즐거운 놀이일 뿐. 김양은 가족과 간 유럽여행에서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또 외국인들과 자연스럽게 의사소통하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요즘 김양은 이번 여름방학 때 미국 여름 캠프에 갈 꿈에 부풀어 있다. 주씨는 신종 플루에 대한 걱정과 적지 않은 비용 때문에 반대했지만, 김양은 “나도 비행기 삯을 보태겠다”며 용돈을 모을 정도로 의지를 불태웠고 마침내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냈다. “우주비행사가 꿈”이라는 김양은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영어 책을 빌리러 도서관으로 뛰어갔다.

    심보선 자유기고가 vreal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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