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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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식 한정식은 한정식 아니다

  • 입력2009-04-03 18: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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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식 한정식은 한정식 아니다
    한국인의 외식 1순위는 한식이고, 그 절정에 있는 것이 한정식이다.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으로 꾸미는 푸짐한 상차림의 매력이 여간 아니기 때문이다.

    한정식은 본디 ‘상다리가 휘어진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많은 가짓수의 음식이 상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 풍요로움의 상징이다. 하지만 요즘은 어디 그런가. 서양식 코스요리처럼 차례로 하나씩 접시에 찔끔찔끔 얹혀 나오는 형식이 대세로 자리잡아 정통 한정식을 원하는 이들로서는 꽤나 불만스럽다.

    어떤 이들은 음식 낭비를 줄이고 폭식을 막으며 먹는 모양도 품위가 있으니 서양의 코스요리 형식이 더 낫다고 말하지만, 이는 우리 음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양요리는 각기 독립적인 개념이기에 간과 양념도 제각각 딱 떨어지게 맞춰서 차례로 한 가지씩 먹는 것이 어울리나, 우리 음식은 ‘독립적인’ 성격이 아니라 ‘조화와 협력’의 형태로 만들어진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우리의 식탁을 한번 살펴보자.

    싱거운 쌀밥에서부터 매우 짠 젓갈과 장류, 맵고 차갑고 시고 달고 질기고 부드러운 음식이 상 위에 놓여 있지만 취향에 따라 양과 염도, 종류를 달리해 입 안에서 조화를 맞춰내는 ‘입 안의 비빔밥’ 형식을 취하고 있다. 국은 퍽퍽한 음식을 적셔주고 밥은 짠 것들을 누그러뜨리고 산뜻한 나물부터 자극적인 양념의 구이/볶음류까지가 어우러져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교향곡인 반면, 서양 음식은 빵, 수프, 샐러드 등이 각기 먹어도 간이며 양념에서 문제가 없는 독주회다.



    근본이 다른 한정식을 코스 형식으로 내려니 간과 양념이 세지고, 조화로운 맛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물론 극복해야 할 문제도 없지 않다.

    낭비를 줄이고 재활용을 막기 위해 가짓수보다는 질에 더 신경 쓰고, 차림표를 손님이 원하는 것으로 구성한다든지 남는 음식은 잘 포장해주는 등의 노력이 곁들여져야 한다. 지금의 코스식 한정식이라는 것들은 한식 코스요리로 바꿔 불러야 한다. 예전의 한상 차림 한정식이 다시 우리 품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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