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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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지 않은 세기의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공연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8-12-31 1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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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슬지 않은 세기의 테너

    8년 만에 방한하는 플라시도 도밍고(위)와 내한 무대에 함께 서는 미녀 디바 캐서린 젠킨스.

    2007년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세상을 떠난 뒤 세계 3대 테너의 전설은 잊힌 걸까. 아니다. 호세 카레라스와 플라시도 도밍고는 ‘아직도 우리는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하듯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08년 10월 말 카레라스가 찾아와 감미로우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팬들을 사로잡았고, 새해엔 도밍고가 ‘핫 디바(hot diva)’ 캐서린 젠킨스와 방한해 드라마틱한 목소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도밍고는 ‘오페라의 제왕’ ‘음악계의 진정한 르네상스인’ ‘금세기 최고의 오페라 가수’ 같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당대 최고의 테너, 지휘자 겸 음악행정가다. 67세로 전성기는 지났지만 트레이드 마크가 “만약 (음악을) 쉰다면 나는 녹슬 것이다(If I rest, I rust)”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열정이 끝이 없다. 지난 여름 베이징올림픽 폐막 공연에선 여전한 노래 실력을 보여줬고, 최근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에 곡을 붙인 ‘아모레 인피니토(Amore Infinito)’를 내놓았다. 2006년 롤란도 빌라존, 안나 네트렙코와 함께 한 베를린 숲 속의 발트뷔네 원형경기장 콘서트(DVD 출시)의 감동을 기억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스페인 민속 오페라인 사르수엘라 가수였던 부모 밑에서 성장해 바리톤으로 음악 인생을 시작한 도밍고는 노력을 통해 테너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파바로티가 타고난 미성으로 세계를 사로잡았다면, 도밍고는 강한 음색과 다양한 창법, 드라마틱한 톤으로 세계 최고의 테너 자리를 유지해왔다. 이번에 같이 무대에 서는 메조소프라노 젠킨스는 모델 못지않은 미모에 뛰어난 가창력으로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팝과 뮤지컬까지 넘나들어 ‘제2의 사라 브라이트먼’이라 불리는 이다. 두 사람은 바그너, 푸치니, 레하르 등의 오페라 아리아와 번스타인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같은 뮤지컬 곡들을 선보인다.

    1월13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현대카드 슈퍼 콘서트Ⅳ)은 도밍고가 2001년 3대 테너 내한공연 이후 8년 만에, 1995년 이후 14년 만에 하는 단독 리사이틀이다(문의 클럽발코니 1577-5266, 8만~25만원).





    앨범 ‘머레이 페라이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녹슬지 않은 세기의 테너
    ‘피아노의 서정시인’이라 불리는 머레이 페라이어(61)는 피아니스트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손가락 부상을 이겨내 더 유명해졌다. 2002년 첫 내한 연주에서 신들린 기교를 선보였던 그는 2004년 재방문을 추진하던 중 손가락에 염증이 생겨 공연을 취소한 적이 있다. 1991년에도 염증 발생으로 연주를 한참 쉬어야 했다.

    그러다 지난 10월30일 다시 4년 만에 한국을 찾아와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팬들의 가슴을 적셨다. 그의 연주를 듣노라면 손가락 부상을 극복한 불굴의 의지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 면에서 페라이어는 작곡가에게 역시 생명과도 같은 청력을 잃고도 위대한 작품들을 창작했던 베토벤과 닮은 면이 있다. 페라이어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연주가 더욱 특별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인간의 기쁨과 슬픔을 핵심적으로 표현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모두 32곡이다. ‘비창’이나 ‘월광’ 같은 곡들도 좋지만 페라이어는 최근 발매한 앨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에서는 개성적인 9, 10, 12, 15번 곡을 골랐다. 밝은 햇살이 비추는 것처럼 따뜻하고 명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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