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폴스미스 부티크에서 에디 강을 만났다.영락없이 수줍음 많이 타는 소년이다.
에디 강은 지금 상하이 박여숙화랑에서 ‘I am waiting for you’란 이름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그리고 갤러리 기능을 겸해 올해 4월 새로 문 연 서울 청담동의 폴스미스 부티크에서도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12월31일까지).
그는 실과 조각천으로 꿰맨 자국투성이의 몸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곰인형(곰이 아니다), 강아지인형, 광대인형을 만든다. 작가는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하고 솜을 채워 넣은 인형 오브제를 캔버스에 붙이기도 하고, 평면으로 만들거나 플라스틱 조각을 공간에 세우기도 한다. 켜켜이 쌓인 추억 같은 장난감들을 벽면 가득 그려 넣는 설치작업도 한다.
에디 강은 중학교 3학년 때 미국 펜실베이니아로 유학을 떠나 로드아일랜드스쿨에서 필름/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그의 작품이 팝아트적 소재를 ‘차용’했다는 인상 없이 그 자체로 ‘팝’인 것은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 자신이 투영된 장난감들의 ‘멍 때리는’ 표정, 그것이 정이든 추억이든 강제로 떨어져나가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갖게 되는 허기는 ‘코리안’을 빼놓고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Comic-absorbing’, 2008, 혼합재료
“유학을 처음 갔을 때 뭔가 몰두할 게 필요해서 바느질을 시작했다. 붓질과 바느질이 내겐 똑같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땐 미술시간에 야단 많이 맞았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명암을 그리지 않고 마음대로 상상해서 그렸으니까. 한국에 있었다면 미술대학에 들어가지 못했을 거다.(웃음)”
-장난감들이 모두 행복하게만 보이진 않는다.
“나라마다 장난감에 보이는 반응이 다른 것이 흥미롭다. 대만에선 장난감의 ‘해피’한 면을 보기 원하고, 중국과 일본에선 애절한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더라.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에 대한 추억을 되찾아주길 기다리는 아이들이다.”
-2009년의 전시 계획은.
“4월과 6월에 도쿄아트페어 등 일본 전시가 2회, 대만 등 중국권 전시가 2회 열린다.”
-한국과 미국이 아닌, 아시아에서도 활발하게 전시를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우연히 상하이 현대미술관 디렉터인 빅토리아 루가 서울에서 내 작품을 보고, 중국 전시를 권유하면서 대만과 일본으로 먼저 연결됐다.”
-단연 잘나가는 ‘코리안 아티스트’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 반대다. 재능 있는 작가들을 많이 봐서 주눅이 들어 있다. 노력으로 가능하다면 그들에게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바느질하고 그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