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하물며 초야에 묻혀 있던 인재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더할 나위 없다. 영화,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한다. 특히 외모가 아닌 연기로 승부하는 연기자가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마음이 설렌다.
배우 장원영(34) 씨는 자신의 말처럼 어쩌면 ‘운이 억세게 좋은 사람’일지 모른다. 많은 배우들이 뛰어난 연기력을 가졌음에도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찾지 못해 사라져간 데 비해, 그는 꼭 맞는 역할을 맡아 화려하게 비상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타짜’에서 계동춘은 주인공을 무던히도 괴롭혔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보스의 오른팔임에도 약간은 바보스럽고 순박한 면이 있었다. 게다가 시원스런 대머리와 특유의 높고 째진 목소리 연기에 시청자들은 자지러졌다. 결코 그가 아니면 소화할 수 없는 역이었던 계동춘. “저게 연기야, 아니면 실제 모습이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배우와 인물이 혼연일체가 됐다.
서울 강남의 한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온 그는 TV에서 본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슈트에 귀고리를 하고, 수염도 말끔하게 밀었다. 살짝 벗겨진 머리에서 어렴풋이 그의 TV 속 모습을 기억할 수 있을 뿐이었다.
“저 사람, ‘타짜’에 나오는 계동춘 맞아?”라는 말이 무심코 나왔다. 이런 마음을 눈치챘는지 그가 선수를 친다. “TV에는 너무 뚱뚱하게 나오죠? 옛날 의상을 입어서 그런가봐요.” 우리에게는 갑작스런 등장이었지만 어쩌면 그는 준비된 연기자다. 그가 처음 연기의 맛을 보게 된 것은 1992년 고등학교 2학년 때. 연극 ‘바쁘다 바뻐’를 보고 난 후, 새로운 세상을 본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그때까지 제가 접할 수 있는 매체라야 고작 영화나 TV였거든요. 우와, 세상에 이런 것이 있구나.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신선함이라고 할까? 연극이 무조건 좋아졌어요.” 한번 무언가가 좋아지면 그냥 미쳐버리는 거다. 그 길로 극단으로 달려갔다. 수업이 끝나면 청소년 연극교실에 나가 표를 팔고, 청소를 하며 연극 짬밥을 먹기 시작했다.
“고등학생이 연극을 한다고 밖으로 나돌아다니는데도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어요.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나봐요.” 그가 계동춘을 맡아 촬영에 들어가기까지는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한 시간이나 기다렸어요. 화가 났죠. 몇 번이나 그냥 돌아갈까 망설였습니다. 그때 가버렸으면 지금의 계동춘은 없었겠죠.”
“2년 전 실연 상처, 새 사랑 찾으며 메우는 중”
너무 큰 배역이라 신인에게 줄 역할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영화 ‘좋은 친구들’의 조 페시처럼 도전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몇 번 작가와 배우들이 교체되며 제작진에서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그사이 장씨는 연극 ‘벚꽃동산’에 참여했다. 연극이 시작되기 3일 전에야 전화가 왔다.
“참 고민을 많이 했어요. 주위에서는 네가 더 크기 위해서는 계동춘 역을 맡아야 한다고 했지만 극단과의 약속도 지켜야만 했거든요. 극단 대표님의 배려로 어렵게 ‘타짜’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그는 최고의 연기 스승으로 최민식을 꼽았다. 특히 영화 ‘파이란’에 나오는 강재의 연기에 대해 말할 때는 사춘기 소녀처럼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정말 무언가가 묻어 나와서 끈적끈적한 연기가 있는 반면, 메말라서 전혀 가슴에 와닿지 않는 경우도 있거든요. 최민식 선배의 연기는 정말 가슴을 울컥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그는 최민식 씨가 상을 받고 소감을 발표할 때의 모습에서조차 눈을 떼지 못했다. 의례적인 인사가 아닌 서투르고, 느끼는 그대로를 토해내는 모습. 단 한 번이라도 그와 같이 연기를 할 수 있다면 스쳐가는 엑스트라에 머물러도 좋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연기 못지않게 사랑도 놓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연기하듯 사랑하라면 누구보다 잘하겠지만 현실에서의 사랑은 만만치 않다. “2년 전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큰 상처를 받았어요. 저와 헤어진 뒤 바로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더군요. 내가 가진 게 없어서 그렇구나 하는 자격지심도 들었죠.” 그때 가슴 한구석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렸다고 한다. 사랑으로 인한 상처는 사랑으로 치유되는 법. 메울 수 없을 것만 같던 그 구멍이 새로운 사랑을 찾으면서 최근 조금씩 메워지는 중이라고 했다.
영화가 됐든 연극이 됐든 매체를 가리지 않고, 자신이 매력적으로 해낼 수 있는 것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영화 ‘나 홀로 집에’에 나오는 도둑 역할을 하면 잘할 거 같아요. 또 이것저것 노력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는 우리 시대 아버지도 꼭 해보고 싶은 역이죠.” 연기의 진정한 맛을 찾아보겠다는 장원영. 오늘의 계동춘보다 내일의 모습이 더 기대되는 배우.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그에게 기회는 왔다. 앞으로 펼쳐질 그의 연기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배우 장원영(34) 씨는 자신의 말처럼 어쩌면 ‘운이 억세게 좋은 사람’일지 모른다. 많은 배우들이 뛰어난 연기력을 가졌음에도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찾지 못해 사라져간 데 비해, 그는 꼭 맞는 역할을 맡아 화려하게 비상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타짜’에서 계동춘은 주인공을 무던히도 괴롭혔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보스의 오른팔임에도 약간은 바보스럽고 순박한 면이 있었다. 게다가 시원스런 대머리와 특유의 높고 째진 목소리 연기에 시청자들은 자지러졌다. 결코 그가 아니면 소화할 수 없는 역이었던 계동춘. “저게 연기야, 아니면 실제 모습이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배우와 인물이 혼연일체가 됐다.
서울 강남의 한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온 그는 TV에서 본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슈트에 귀고리를 하고, 수염도 말끔하게 밀었다. 살짝 벗겨진 머리에서 어렴풋이 그의 TV 속 모습을 기억할 수 있을 뿐이었다.
“저 사람, ‘타짜’에 나오는 계동춘 맞아?”라는 말이 무심코 나왔다. 이런 마음을 눈치챘는지 그가 선수를 친다. “TV에는 너무 뚱뚱하게 나오죠? 옛날 의상을 입어서 그런가봐요.” 우리에게는 갑작스런 등장이었지만 어쩌면 그는 준비된 연기자다. 그가 처음 연기의 맛을 보게 된 것은 1992년 고등학교 2학년 때. 연극 ‘바쁘다 바뻐’를 보고 난 후, 새로운 세상을 본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그때까지 제가 접할 수 있는 매체라야 고작 영화나 TV였거든요. 우와, 세상에 이런 것이 있구나.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신선함이라고 할까? 연극이 무조건 좋아졌어요.” 한번 무언가가 좋아지면 그냥 미쳐버리는 거다. 그 길로 극단으로 달려갔다. 수업이 끝나면 청소년 연극교실에 나가 표를 팔고, 청소를 하며 연극 짬밥을 먹기 시작했다.
“고등학생이 연극을 한다고 밖으로 나돌아다니는데도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어요.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나봐요.” 그가 계동춘을 맡아 촬영에 들어가기까지는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한 시간이나 기다렸어요. 화가 났죠. 몇 번이나 그냥 돌아갈까 망설였습니다. 그때 가버렸으면 지금의 계동춘은 없었겠죠.”
“2년 전 실연 상처, 새 사랑 찾으며 메우는 중”
너무 큰 배역이라 신인에게 줄 역할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영화 ‘좋은 친구들’의 조 페시처럼 도전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몇 번 작가와 배우들이 교체되며 제작진에서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그사이 장씨는 연극 ‘벚꽃동산’에 참여했다. 연극이 시작되기 3일 전에야 전화가 왔다.
“참 고민을 많이 했어요. 주위에서는 네가 더 크기 위해서는 계동춘 역을 맡아야 한다고 했지만 극단과의 약속도 지켜야만 했거든요. 극단 대표님의 배려로 어렵게 ‘타짜’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그는 최고의 연기 스승으로 최민식을 꼽았다. 특히 영화 ‘파이란’에 나오는 강재의 연기에 대해 말할 때는 사춘기 소녀처럼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정말 무언가가 묻어 나와서 끈적끈적한 연기가 있는 반면, 메말라서 전혀 가슴에 와닿지 않는 경우도 있거든요. 최민식 선배의 연기는 정말 가슴을 울컥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그는 최민식 씨가 상을 받고 소감을 발표할 때의 모습에서조차 눈을 떼지 못했다. 의례적인 인사가 아닌 서투르고, 느끼는 그대로를 토해내는 모습. 단 한 번이라도 그와 같이 연기를 할 수 있다면 스쳐가는 엑스트라에 머물러도 좋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연기 못지않게 사랑도 놓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연기하듯 사랑하라면 누구보다 잘하겠지만 현실에서의 사랑은 만만치 않다. “2년 전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큰 상처를 받았어요. 저와 헤어진 뒤 바로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더군요. 내가 가진 게 없어서 그렇구나 하는 자격지심도 들었죠.” 그때 가슴 한구석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렸다고 한다. 사랑으로 인한 상처는 사랑으로 치유되는 법. 메울 수 없을 것만 같던 그 구멍이 새로운 사랑을 찾으면서 최근 조금씩 메워지는 중이라고 했다.
영화가 됐든 연극이 됐든 매체를 가리지 않고, 자신이 매력적으로 해낼 수 있는 것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영화 ‘나 홀로 집에’에 나오는 도둑 역할을 하면 잘할 거 같아요. 또 이것저것 노력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는 우리 시대 아버지도 꼭 해보고 싶은 역이죠.” 연기의 진정한 맛을 찾아보겠다는 장원영. 오늘의 계동춘보다 내일의 모습이 더 기대되는 배우.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그에게 기회는 왔다. 앞으로 펼쳐질 그의 연기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