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고 활기찬 와인의 대명사로 꼽히는 ‘몬산토’.
소 내장을 토마토소스로 볶은 것, 즉 트리파 알라 피오렌티나는 우리의 곱창볶음 맛이 나고, 돼지갈비구이는 모양과 맛이 거의 흡사하다.
이탈리아가 가난하던 시절 먹다 남은 빵과 채소로 죽을 쑤어 먹은 데서 비롯된 음식은 우거짓국을 연상시킨다. 생경한 토스카나의 풍경 한가운데서 우리네 여느 밥상이 떠오르는 것은 특수성 속의 일반성 같은 것이다.
키얀티에 가려면 박물관 같은 도시 피렌체를 지나야 한다. 도시 남쪽으로 이어지는 변화무쌍한 구릉지대에 키얀티가 자리잡고 있어서다. 구릉들은 수천년간 반복된 싸움에도 미끈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몰려오는 관광객의 발길에도 여전히 고풍스런 자태를 지니는, 다시 말하면 좀처럼 닳지 않는 고전미가 넘치는 곳이 바로 피렌체다.
해발 600m에 이르는 드높은 구릉은 높은 곳에서 보면 색깔이 다르다. 구름이 자욱해도 재 너머에는 연한 하늘색 잿빛으로 언덕이 빛나고 가까운 고개는 푸른색으로 자욱하다. 키얀티는 ‘구름도 울고 넘는 울고 넘는 저 산 아래’라는 우리 유행가 가사가 어울리는 곳이다.
이런 키얀티 지역 중에서도 클라시코가 제일이다. 다이내믹한 구릉은 클라시코에서 더욱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해발고도가 더 높아 포도의 생장기간을 길게 만드는 효과가 있으며, 지역 특산 포도종인 산지오베제를 가을 늦도록 익힐 수 있어 특유의 신맛과 타닌을 완숙할 수 있다. 수풀로 덮인 산등성이를 넘고 또 넘어가면 좌우로 양조장 간판이 인사를 한다.
카스텔로 디 몬산토(Castello di Monsanto). 뜻은 몬산토 성. 프랑스 보르도 샤토에 해당한다. 그냥 몬산토 양조장이라고 하면 맞다. 성곽은 오랜 세월 변하지 않고, 땅에 자리잡고 있다. 토스카나의 중심 키얀티 클라시코에서 오랫동안 산지오베제로 와인을 담그고 있는 곳, 몬산토 성으로부터 수출된 와인이 우리나라에 막 들어왔다. 키얀티로부터 꽤 많은 와인이 와인가게에 널려 있는데, 몬산토의 맛은 어떨까 궁금하다.
몬산토는 몬스터 같은 와인이다. 강하고 확실한 맛을 주기 때문이다. 기존의 키얀티와는 다른 특징을 지녀 몬스터라고 할 만하다. 시고 약한 줄로만 알았던 키얀티 클라시코에서 단연 그 맛이 돋보인다. 올곧은 질감과 풍성한 향기 뒤에 만만치 않은 타닌이 도사리고 있는 강하고 활기찬 와인이다.
몬산토는 토마토에 잘 어울린다. 토마토와 몬산토라…. 그 붉은색도 그렇고, 몬산토의 산도와 토마토의 신맛이 식탁을 풍성하게 한다. 붉은 과일 향내가 퍼져나오는 몬산토는 토마토소스에 고기를 갈아 넣은 파스타, 이를테면 나폴리 스타일과 볼로냐 스타일을 합쳐 만든 파스타와 궁합이 잘 맞는다. 신맛은 신맛대로 맞고, 고기의 질감은 타닌과 앙상블을 이룬다. 닭강정볶음이나 불고기, 갈비 같은 우리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