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과장 vs 마 부장
“엇! 마 부장님?”
“아니, 용 과장! 자네가 여길….”
갑작스런 마 부장의 등장에 용 과장은 무척 놀랐다. 이곳은 다름 아닌 로스쿨 전문 H학원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부장님께서도 로스쿨을…?”
“하하, 이거 참.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순간 밀려드는 배신감과 억울함에 용 과장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마 부장을 바라보았다. 마 부장의 얼굴엔 10년 동안 함께 회사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 스쳐갔다.
“내가 법대 출신이잖아. 자네가 로스쿨을 준비한다는 얘길 들으니 나도 관심이 많이 가더라고.”
마 부장은 법조인을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한 명문 사립 고구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나 지독한 가난 탓에 그는 사법시험을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그렇기에 평소 누구보다 법조인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게 아쉽던 그였다.
“사모님께서는 뭐라고 하세요?”
“난 기러기아빠 3년차야. 아내는 아직 몰라. 알게 돼도 아마 좋아하겠지. 공부하면서 술이나 끊으라고 말이야.”
“그러시군요.”
“그나저나 난 빨리 들어가봐야겠네. LEET 귀신이라는 강남조 선생님과 면담이 잡혀 있거든. 아, 용 과장도 강 선생님께 배우나?”
“강남조 선생님이 아니라 강남 조 선생님이세요.”
“강 선생이나 조 선생이나! 어서 가봐!”
‘아이고, 저 성질머리하고는….’ 앞으로 학원에서까지 마 부장을 마주할 생각을 하니 용 과장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다음 날 아침
“어이, 용 과장! 좋은 아침!”
“네, 부장님도 좋은 아침입니다.”
‘갑자기 웬 친한 척일까?’ 용 과장은 몹시 불안해졌다.
“이봐, 용 과장. 우리 앞으로 같이 공부하게 됐으니 잘해보자고. 그리고 굳이 회사사람들이 이런 일까지 알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하하.”
“네? 아, 그럼요. 그럴 필요 없지요.”
“그럼, 우리 오늘 할 일 빨리 마치고 정시에 퇴근해서 함께 공부나 할까? 자,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가 뭐지?”
“네, 오늘은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로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물품을 파악해 각 영업소에 통지해야 하고요. 그와 별도로 재고현황 파악해 비상수급 계획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11시에 상반기 결산을 위한 부서 전체 회의가 있고요. 14시에는 본사에서 진행하는 ‘고객과 함께하는 스마일 친절교육’이 있습니다. 이번 교육 참가자는 부장님과 이 대리입니다.”
“벌써 내 차례야? 젠장! 각 업무를 처리하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어?”
“김 대리와 이 대리가 수급에 차질 있는 물품을 파악하는 데 2시간, 박 대리가 각 영업소에 통지하는 데 1시간, 박 대리가 재고현황을 파악하는 데 1시간, 김 대리와 박 대리가 비상수급 계획을 수립하는 데 2시간, 부서 회의 1시간, 본사 교육 1시간, 본사까지 왕복 2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중간에 12시에서 13시까지 점심시간이고요.”
“빨리빨리 하면 언제 끝낼 수 있겠어? 정시 퇴근 가능해?”
“9시부터 시작하면 16시에 모두 마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빨리? 확실해?”
“네, 확실합니다. 그럼 제 설명을 한번 들어보시죠.”
“용 과장, 자네 원래 이렇게 계산이 빨랐나? 아무튼 잘 진행하게. 오늘은 꼭 정시에 퇴근할 수 있도록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업무계획을 세우는 게 꼭 LEET 수리추리 문제를 푸는 것 같구나. 마 부장님은 이런 걸 알고 계실까? 역시 LEET 공부는 생활 속에서 시작되는 거야.’ 용 과장은 자신의 향상된 계산 실력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다 보니 금세 퇴근시간이 됐다.
“이봐, 용 과장! 급한 일 없지? 급한 일 있으면 가도 되고.”
“아닙니다. 같이 가시지요.”
매일매일 이렇게 마 부장에게 시달릴 생각을 하니 용 과장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결국 로스쿨을 향한 용 과장의 여정에 시련이 찾아오고 말았다. (합격의 법학원 ‘논리와비판연구소’ 제공, 다음 호에 계속)
“엇! 마 부장님?”
“아니, 용 과장! 자네가 여길….”
갑작스런 마 부장의 등장에 용 과장은 무척 놀랐다. 이곳은 다름 아닌 로스쿨 전문 H학원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부장님께서도 로스쿨을…?”
“하하, 이거 참.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순간 밀려드는 배신감과 억울함에 용 과장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마 부장을 바라보았다. 마 부장의 얼굴엔 10년 동안 함께 회사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 스쳐갔다.
“내가 법대 출신이잖아. 자네가 로스쿨을 준비한다는 얘길 들으니 나도 관심이 많이 가더라고.”
마 부장은 법조인을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한 명문 사립 고구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나 지독한 가난 탓에 그는 사법시험을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그렇기에 평소 누구보다 법조인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게 아쉽던 그였다.
“사모님께서는 뭐라고 하세요?”
“난 기러기아빠 3년차야. 아내는 아직 몰라. 알게 돼도 아마 좋아하겠지. 공부하면서 술이나 끊으라고 말이야.”
“그러시군요.”
“그나저나 난 빨리 들어가봐야겠네. LEET 귀신이라는 강남조 선생님과 면담이 잡혀 있거든. 아, 용 과장도 강 선생님께 배우나?”
“강남조 선생님이 아니라 강남 조 선생님이세요.”
“강 선생이나 조 선생이나! 어서 가봐!”
‘아이고, 저 성질머리하고는….’ 앞으로 학원에서까지 마 부장을 마주할 생각을 하니 용 과장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다음 날 아침
“어이, 용 과장! 좋은 아침!”
“네, 부장님도 좋은 아침입니다.”
‘갑자기 웬 친한 척일까?’ 용 과장은 몹시 불안해졌다.
“이봐, 용 과장. 우리 앞으로 같이 공부하게 됐으니 잘해보자고. 그리고 굳이 회사사람들이 이런 일까지 알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하하.”
“네? 아, 그럼요. 그럴 필요 없지요.”
“그럼, 우리 오늘 할 일 빨리 마치고 정시에 퇴근해서 함께 공부나 할까? 자,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가 뭐지?”
“네, 오늘은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로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물품을 파악해 각 영업소에 통지해야 하고요. 그와 별도로 재고현황 파악해 비상수급 계획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11시에 상반기 결산을 위한 부서 전체 회의가 있고요. 14시에는 본사에서 진행하는 ‘고객과 함께하는 스마일 친절교육’이 있습니다. 이번 교육 참가자는 부장님과 이 대리입니다.”
“벌써 내 차례야? 젠장! 각 업무를 처리하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어?”
“김 대리와 이 대리가 수급에 차질 있는 물품을 파악하는 데 2시간, 박 대리가 각 영업소에 통지하는 데 1시간, 박 대리가 재고현황을 파악하는 데 1시간, 김 대리와 박 대리가 비상수급 계획을 수립하는 데 2시간, 부서 회의 1시간, 본사 교육 1시간, 본사까지 왕복 2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중간에 12시에서 13시까지 점심시간이고요.”
“빨리빨리 하면 언제 끝낼 수 있겠어? 정시 퇴근 가능해?”
“9시부터 시작하면 16시에 모두 마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빨리? 확실해?”
“네, 확실합니다. 그럼 제 설명을 한번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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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과장, 자네 원래 이렇게 계산이 빨랐나? 아무튼 잘 진행하게. 오늘은 꼭 정시에 퇴근할 수 있도록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업무계획을 세우는 게 꼭 LEET 수리추리 문제를 푸는 것 같구나. 마 부장님은 이런 걸 알고 계실까? 역시 LEET 공부는 생활 속에서 시작되는 거야.’ 용 과장은 자신의 향상된 계산 실력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다 보니 금세 퇴근시간이 됐다.
“이봐, 용 과장! 급한 일 없지? 급한 일 있으면 가도 되고.”
“아닙니다. 같이 가시지요.”
매일매일 이렇게 마 부장에게 시달릴 생각을 하니 용 과장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결국 로스쿨을 향한 용 과장의 여정에 시련이 찾아오고 말았다. (합격의 법학원 ‘논리와비판연구소’ 제공,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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