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하 ‘밤의 새’
2008년 첫 메이저 세일은 조정기를 겪고 있는 작가들에 대한 선별적 구매, 그리고 그동안 아트마켓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몇몇 대가의 성과가 돋보였다. 그중 2007년 하반기에 작품의 진위 여부에 대한 판단유보로 경매에 출품될 수 없었던 윤중식, 늘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는 변종하, 이응로, 김흥수 등의 작품들이 추정가를 훨씬 넘어선 가격에 거래됐다. 이를 통해 컬렉터들이 기대하는 차세대 작가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실제 이응로 변종하 윤중식에 대한 가격상승 기대는 시장이 크게 움직이던 2005년부터 제기돼왔다. 그러나 컬렉터들은 급격히 가격이 상승하는 5인방의 작품을 우선 구매하기에 급급했다.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도상봉, 천경자를 확실한 블루칩으로 분류한다면 변종하, 김흥수, 윤중식, 고암 이응로, 한국화의 대가인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식 등은 차기 블루칩으로 인정받기 충분한 작가들이다. 대다수의 컬렉터들이 다음 투자처로 주목한 곳은 컨템포러리 작가군과 저평가된 대가군이다. 컨템포러리 작가들은 불안정성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반면 저평가된 대가군은 안정성 대비 높지 않은 수익률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관록 있는 컬렉터들은 불안정한 마켓보다는 안정성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을 더욱 만족스럽게 하는 것은 저평가된 대가들의 작품에 녹아 있는 높은 예술성을 감상하고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응로 이상범 변관식 등이 대가들임에도 가격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예술성에서만은 누구도 반기를 들 수 없을 만큼 한국 미술사에 확고한 자리매김을 한 작가들이다. 때문에 작품의 진위, 작품 수급 조절, 유족의 작품 관리 문제 등이 무사히 해결된다면 당연히 제대로 된 가치평가가 따라올 것이다. 이들에 대한 컬렉터들의 관심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컬렉터들은 늘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만 적절한 구매 타이밍인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들 대가의 작품이 다시 한 번 아트마켓을 드라마틱하게 흔들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