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얀트리 서울의 멤버스 라운지 1층은 소나무 등을 들여와 정원으로 꾸며졌다.
분양가는 개인회원 기준 1억원
그리하여 지난 10년간 한국 진출을 모색해온 세계적인 고급 리조트 체인 반얀트리 홀딩스(Banyan Tree Holdings)가 드디어 국내 상륙을 실현하면서 타깃으로 삼은 대상 또한 VVIP다. 서울 남산의 타워호텔을 리모델링해 2009년 3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이하 반얀트리 서울)로 재탄생시키는데, 이곳은 철저히 회원제로 운영된다.
“VVIP들에게 프라이빗(private)한 도심 속 휴식공간을 제공하겠다.” 반얀트리 서울의 출사표는 이렇게 요약된다. 반얀트리 서울 관계자는 “일반 호텔이 수백 개 객실을 갖추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우리는 프라이빗한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한국의 VVIP들에게 이러한 욕구가 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로 건축가 고(故) 김수근의 설계로 1965년 개관한 타워호텔의 리모델링은 해외 유수 호텔 건축 및 리모델링에 경험이 많은 쌍용건설이 맡았다.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타워호텔 본관의 218개 객실은 50여 개로 대폭 줄어든다. 대신 객실당 면적은 60㎡(18평) 이상으로 늘어난다. 기존 야외 수영장 이외에도 실내 수영장, 골프연습장, 고급 대리석으로 마감된 프라이빗 풀 빌라(Private Pool Villa), 몽골식 게르 천막, 헬스클럽, 반얀트리 스파, 키즈클럽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골프연습장은 세계 유명 골프 매니지먼트사인 트룬 골프(Troon Golf)가 맡는다.
반얀트리 서울은 현재 회원권을 분양하고 있는데, 분양가는 1억원(개인회원 기준) 수준이다. 부부회원이나 가족회원, 법인회원의 경우 가격은 더 올라간다. 일반인에겐 고가로 비춰질 수 있으나 가격저항은 거의 없다고 한다. “호텔 헬스클럽 회원권도 수천만원에 거래되지 않습니까. 헬스클럽뿐 아니라 골프연습장, 객실, 수영장 등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으니 그다지 비싸게 느껴지진 않죠.” 반얀트리 서울 회원 가입에 관심을 가진 한 인사는 이렇게 평했다.
반얀트리 서울은 지난해 9월 공식 런칭 행사를 가졌다. 그러나 그 전에 이미 500여 명의 창립회원을 확보했다. 이는 목표로 하는 전체 회원 수의 5분의 1 규모다. 언론을 통한 노출 없이도 알음알음으로 다수의 VVIP를 고객으로 확보한 것. 반얀트리 서울 측은 “전문경영인, 사업가, 예술인 등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이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VVIP들의 만남 장소로 애용되는 서울 청담동 멤버스 라운지 2층의 전경(왼쪽), 서울 남산의 타워호텔은 리모델링을 거쳐 내년 3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로 개관될 예정이다.
폭스바겐 공식 딜러사인 마이스터모터스의 이기준 대표도 지난해 여름 반얀트리 서울의 창립회원으로 가입했다. 아내와 중학생, 초등학생인 두 아들과 함께 가족회원으로 등록한 그는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이용할 수 있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 대표는 호텔 헬스클럽 회원권을 두 개 가지고 있다. 그러나 18세 이상만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가족이 함께 이용할 수는 없다. 주말에는 아이들만 집에 둘 수 없어 아예 헬스클럽에 가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반얀트리 서울이 개관하면 그의 주말 풍경은 달라질 것이다. 이 대표는 “아이들과 함께 수영도 하고 농구도 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반얀트리 서울이 ‘파는’ 것은 프라이빗한 휴식공간만은 아니다. ‘VVIP를 위한 소셜 커뮤니티의 제공’. 이 또한 반얀트리 서울이 내세우는 VVIP 상품이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국내 최초로 상류사회를 대변하는 클럽으로 상류층을 위한 프레스티지 클럽을 개발하고, 회원들의 3~4대 자손에 걸쳐 멤버십이 이어지는 헤리티지 클럽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회원가입 신청서에 적힌 이 문구대로 반얀트리 서울은 시설은 고급 리조트, 콘텐츠는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클럽 같은 상류층 사교클럽을 지향한다. 반얀트리 서울 관계자는 “크리에이티브 리더들을 회원으로 모시면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사교모임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반얀트리 서울은 입회 심사를 통해 회원을 선별적으로 가입시키고 있다. 10여 명의 창립회원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입회 심사를 맡아 신청자들의 이모저모를 살핀다. 연예인의 경우 가족이나 부부회원만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몸에 문신이 많은 어느 신청자는 가입이 거절됐다고 한다.
창립회원이자 운영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박윤수 디자이너(한국패션디자인협회장)는 이러한 반얀트리의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본다. 한국사회에서도 VVIP들의 사교모임이 점점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막상 한데 모일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호텔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특정인들을 대상으로 한 좀더 프라이빗한 공간이 제공된다면 다양한 테마를 가진 사교모임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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