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작가 차오페이의 작품 ‘누구의 유토피아인가’.
전시 제목이 다소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는 자신의 하루를 아름답게 느끼는가? 예술가들은 뭔가 특별한 존재여서 그들의 일상만 아름다운 것일까? 고흐가 자신의 하루를 아름답다고 느꼈다면 왜 귀를 자르거나 권총자살을 결심했을까?
한·중·일 젊은 작가들의 눈에 비친 서민 애환과 고충 그려
전시를 기획한 태현선 큐레이터의 표현처럼 “살아가면서 누구나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심리적 갈등을 드러냄으로써 반복적이고 고달픈 일상의 문제를 진단”하는 작품들이 전시장에는 가득하다.
작가 최호철의 만화 그림은 서민들의 삶에 대한 현대판 풍속화처럼 보인다. ‘을지로 순환선’과 ‘이번 정류장’은 대중교통에 몸을 실은 승객들의 표정이나 차창 밖에 보이는 달동네와 어우러져 서민들의 애환과 고충이 절절하게 배어나온다.
작가 함진은 이렇듯 빡빡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탄환 위에 집약적으로 묘사했다. ‘폭탄 위의 도시’는 작가가 매향리에서 직접 구한 녹슨 불발탄의 표면을 지반으로 삼아 미니 도시를 세운다. 또 다른 작품 ‘Underneath It’은 눈에 띄지 않지만 그래서 더 주목받는다. 자신의 거처에 깔아놓았던 카펫 밑에 쌓인 머리카락과 먼지를 긁어모아 작가 고유의 초미니 인형들과 함께 또 다른 세계를 만들었다. 그런데 작품을 설치해놓은 곳이 절묘하다. 이 작품을 보려면 관객들은 전시장에 준비된 손전등을 들고 자세를 낮춰 전시장 벽면과 바닥 사이를 살펴봐야 한다.
함진의 작품 ‘폭탄 위의 도시’(위)와 최호철의 ‘을지로 순환선’.
광저우(廣州) 출신인 첸샤오숑의 ‘가정 풍경’은 가재도구와 인물들을 사진으로 찍어 오린 뒤 균일한 크기의 상자에 배열해 혼란에 빠진 중국 현실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서 이번 전시회 제목의 또 다른 모순이 발견된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의 대부분은 작가가 맞닥뜨린 ‘나’의 일상이라기보다는 타인 또는 사회를 바라본 ‘남’의 하루다.
일본이든 중국이든 아니면 더 먼 나라든, 또 나의 하루든 남의 하루든 각자의 삶은 고되다. 하루를 ‘아름답게 보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정연두의 작품 ‘내 사랑 지니’와 차오페이의 ‘누구의 유토피아인가’에서 이야기하듯, 사람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작은 판타지를 꿈꾸며 저마다 ‘나의 아름다운 하루’를 그린다. 전시는 12월14일부터 2008년 2월24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