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역 일대 업무용 오피스텔(오피스)이 주거용으로 속속 바뀌고 있다. 입주해 있던 기업들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가산디지털단지, 성수동, 경기 판교 등으로 이전하면서 ‘국내 오피스 중심지’라는 명성이 퇴색됐다. 임차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 임대인들은 ‘렌트 프리’(임대계약을 장기간 체결하면 몇 개월 임대료를 받지 않는 것), 인테리어 비용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강남권 오피스 공실률은 6~8%를 웃돌고 있다.
반면 주거용 오피스텔은 임대에 큰 어려움이 없다. 강남역 일대 유명 학원들은 부동산 비수기인 2~3월에도 강의를 계속하기 때문에 1년 계약자 수요가 늘 있다. 또한 인근 유흥업 종사자에게도 인기가 많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되며 주로 상업지역에 업무용으로 공급됐다. 그러나 최근 시장이 변하면서 주거 기능이 강화되는 추세다. 바닥 난방을 허용하고 욕조가 있는 욕실까지 설치 가능해 사실상 업무용과 주거용 오피스텔의 구조 차이는 거의 없다.
10년 후엔 합법적 용도 변경 가능
최초 오피스텔은 주거 기능을 최소한으로 제한했다. 주거용 기능이라고는 싱크대와 화장실이 전부였고, 외관도 대형 프리미엄급 빌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냉난방 역시 중앙식이라 야간에는 별도 공급이 어려웠고 관리비도 비쌌다. 그러다 1995년 정부가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고자 ‘오피스텔 바닥 난방 금지 규정’을 삭제하면서 주거용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특히 2004년을 기점으로 오피스텔의 변신이 본격화됐다. ‘두산위브’ ‘SK허브’ ‘쌍용플래티넘’ ‘대우아이빌’ 등 대형건설사 이름을 단 오피스텔은 내부에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풀옵션’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해 과잉공급을 우려한 정부가 바닥 난방을 다시 금지했지만 2년 후인 2006년에는 50㎡ 이하 오피스텔에 바닥 난방을 재허용했다. 이후 주택시장이 활황세를 맞으며 전셋값이 급등하자 2009년 바닥 난방을 85㎡ 이하 오피스텔까지 확대 허용하는 등 규제가 계속 완화됐다.
이처럼 주거 기능에 초점을 맞춘 오피스텔이 속속 공급되면서 업무용으로 등록한 채 사실상 주거용으로 활용됐다. 주거용임에도 전입신고가 불가능하던 이유가 그 때문이다. 오피스텔을 10년 동안 임대한다는 조건으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부가가치세(신규 오피스텔 건축비의 10%)를 매년 환급받을 수 있어 오피스텔 분양자 사이에서는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이 필수 코스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용도 변경에 따른 세금 부담이 사라졌다. 준공한 지 10년이 넘으면 용도를 변경해도 부가가치세를 토해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풀옵션’ 개념의 오피스텔이 2004년부터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4년부터 주거용 변경이 자유로워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최근 1인 가구의 급증으로 주거용 오피스텔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업무용을 주거용으로 바꾸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제로 2004년 완공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우디오빌플러스’는 10년 전 주거용 비율이 5%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30%가 넘는다. 인근 ‘한화오벨리스크’(2003년 완공)와 ‘풍림아이원매직’(2004년 완공)도 지금은 주거용 비율이 60~70%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주거용 오피스텔이라는 점을 내세워 공급하는 경우도 적잖다. 서울지하철 2호선 역삼역 인근에 들어서는 ‘역삼역 센트럴푸르지오시티’는 오피스텔 736실을 아예 주거용으로 구성했다. 전용 39㎡ F타입에는 ‘ㄷ’자형 주방과 팬트리 공간을 제공한다. 요즘은 아파트 구조를 차용했다고 해서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합친 ‘아파텔’이라는 용어도 새롭게 등장했다. 강남구 세곡동에 들어서는 ‘강남지웰파인즈’는 복층 구조를 적용하고 방과 거실을 각각 분리했다.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건수 급증
업무용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바꾸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관할 구청을 방문해 오피스텔이 실제 주거용으로 사용된다는 것을 증명하면 된다. 먼저 해당 주거용 오피스텔에 전입신고를 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 반드시 소유주일 필요는 없으며, 임대 중이라면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한 주민등록등본으로도 충분하다. 아울러 오피스텔에서 살림을 하고 있는 사진을 준비하면 된다.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으로도 입증 가능하다. 증빙자료로는 전기요금 및 도시가스요금 고지서를 준비한다. 이 자료들은 각각 한국전력공사와 도시가스공사로부터 팩스로 받을 수 있다.한편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바꾸면 소유자는 주택임대사업자 등록도 가능해진다. 보통 취득세를 감면받으려고 오피스텔 분양 시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데, 최소 4년 이상 중·장기적으로 주택을 임대할 계획이라면 취득세 혜택을 받지 않더라도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주택으로 인정돼 그 외 주택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 다주택자로 세금 부담이 생기지만, 오피스텔을 임대사업 주택으로 등록하면 해당 오피스텔은 주택에서 제외돼 종합부동산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2018년까지 연소득 2000만 원 이하 임대소득은 비과세 대상이고, 전용면적 40㎡ 이하가 2채 이상이면 재산세도 면제된다. 그뿐 아니라 세입자가 전입신고가 가능한 주택임대사업자의 물건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임대시장에서도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연도별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건수 현황을 보면 2010년 서울 내 주택임대사업 등록자는 961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2년 8691명, 2014년 1만686명, 2016년 1만6055명 등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증가를 견인하는 것은 이른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다. 지난해 기준 강남 3구의 주택임대사업 등록자는 4564명으로 전체의 28.4%를 차지했다. 자치구별로 봐도 강남구(1831명)가 가장 많고 송파구(1793명)가 2위, 서초구가 5위로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2010년 49명에 불과하던 강서구는 2015년 1165명, 지난해 1326명으로 급증했다. 강서구에는 마곡지구가 포함돼 2014년 전만 해도 연간 수백 실에 불과하던 오피스텔 입주 물량이 2015년 3100여 실, 지난해 7200여 실로 대폭 늘어났다. 이에 따라 주택임대사업 등록자 수도 증가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게 불리할 수도 있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부동산세무팀장은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원이 노출되는 만큼 지역의료보험 가입자는 보험료가 대폭 인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