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귀농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정경식 대표.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전이 되면 사람들이 모여든다. 인근에서 각종 친환경 농산물을 들고 찾아오는 농민들이다. 이들은 법인이 물류센터 구실을 하기 때문에 판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법인의 김여경 과장은 “전북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취급한다”고 말했다. 현재 취급 품목은 우리 밀 빵, 라면 등 가공식품까지 포함해 200여 가지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학교에는 주곡 및 잡곡류, 과일, 채소, 닭 등 50여 가지를 공급하고 있다. 법인의 한 달 매출은 7000만~1억원 정도.
전북 10개 학교에 우리 농산물 공급
지난해 말 물류센터를 완공한 법인이 전국적인 관심 대상이 된 것은 농림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데다 법인의 정경식 대표가 20년 전부터 무농약 유기농사를 지어온 ‘참농군’이기 때문. 여기에 그가 이 법인을 장차 전북 지역의 학교 급식 지원센터로 만들 꿈을 갖고 있는 점도 한 가지 이유다. 자라나는 학생들을 위해 수입 농산물이 아닌 우리 농산물로 학교 급식을 해야 한다는 시민단체나 학부모들이 정 대표의 실험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법인이 현재 농산물을 공급하는 곳은 9월에 전북교육청이 지정한 20개 ‘우리 농산물 학교 급식 시범학교’ 가운데 10곳과 전주한울생활협동조합 등이다. 그리고 취급하는 농산물 가운데 과일만 저농약 상품이다. 친환경 농산물은 저농약→무농약→전환기 유기농→유기농의 단계 가운데 무농약 이상을 말한다. 그런데 과일은 재배 기법 등의 문제 때문에 무농약으로 인증받은 농가가 거의 없어 저농약 과일을 납품하고 있다.
전주 시내 유치원생들이 심은 무농약 재배 벼를 돌보고 있는 전북정농영농조합법인 직원들.
정 대표는 친환경 농산물로 학교 급식을 하면 우리 농업까지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학교 급식은 교육적인 견지에서 풀어가야 한다. 단순히 도시락을 싸는 학부모들의 수고를 덜어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친환경 농산물로 학교 급식을 하고, 그런 학교들의 화장실을 바꿔 학생들의 대변을 다시 거름으로 이용하면 농업까지 바꿀 수 있다. 여기에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지역 농가는 학생들에게 자연의 원리에 따라 생명을 가꾸며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산교육 현장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