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한국군에서는 잘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왜 이라크에 파병해야 하는가” “왜 미래 군은 그런 모양이 되어야 하는가”라고 물으면 더더욱 말없음표만 이어질 뿐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철학이 없다는 데 있다.
지난 50여년간 한국군은 ‘근육’을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 그 다음이 싸우는 기술을 익히는 훈련이었다. 한마디로 싸움에 처했을 때 지지 않을 궁리만 한 것이다. 이제 한국은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넘긴 나라가 되었다. 사람으로 말하면 대학을 마치고 사회에 나온 성인이 된 것이다. 저 요량만 하지 말고 주변에 베풀 줄 알아야 성인이다. 미래의 자기를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해서도 설계도를 갖고 있어야 한다.
“한국군은 무엇을 위해 목숨을 걸 것인가?” 정치학 박사이자 현역 공군 대령인 강진석 씨가 최근 출판한 ‘한국의 안보전략과 국방개혁’이라는 책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이 지켜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가에서부터 해답을 찾아간다. 그는 단군의 건국이념인 성통광명(性通光明), 재세이화(在世理化), 홍익인간(弘益人間)을 한국의 국가 가치로 본다. 이 가치를 지키고 아울러 한국의 국가이익을 지키는 것이 한국군이 해야 할 일로 보는 것이다. 이 일을 하기 위해 한국군이 갖춰야 할 장비는 무엇이며, 한국군이 사귀어야 할 친구(동맹)는 누구인지를 연구한 것이 그의 저서이다. 이제 한국군에는 잘 싸우는 군인도 필요하지만 철학을 하는 군인도 있어야 한다. 군이 해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검토했다는 점에서 그는 한국군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