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운 풍경으로 ‘한국의 나폴리’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장호항 전경.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운 풍경으로 ‘한국의 나폴리’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장호항.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오누이처럼 나란히 서 있는 항구 끝에는 고래바위를 비롯해 기이한 형태의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아늑함을 자아낸다. 그 한쪽으로 폭 파묻힌 반달형의 아담한 해수욕장도 포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사람들로 붐비지 않고 어수선하지 않아 좋다.
마을 풍경 또한 정겹다. 낮은 지붕과 넓은 마당, 푸근한 나무마루가 있는 집들. 허름한 담 밑으로 봉선화와 이름 모를 풀들이 제멋대로 자란 좁은 골목을 빠져나가면 시원한 해변이 펼쳐지는 모습도 아주 인상적이다. 이곳은 동해안의 여느 해수욕장과 달리 밤늦은 시간에도 모래사장을 거닐 수 있다. 동이 틀 무렵 바닷가 모래사장에 앉아 해를 맞는 것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다.
수채화 같은 풍경 ‘한국의 나폴리’
잔잔하게 들락거리는 파도 소리만 들릴 뿐 까맣기만 하던 바다도 어느새 파르스름한 빛을 띠면서 새벽을 맞이할 즈음, 밤새 나가 있던 고깃배들이 통통거리며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항구 안으로 작은 고깃배들이 들어올 때마다 그 뒤를 따르는 갈매기들의 날갯짓이 마을을 찾아온 손님에게 반갑다고 손짓을 보내는 것만 같다. 이때부터는 작은 항구에도 활기가 넘친다. 밤새 바다와 씨름하다 보면 피곤하기도 하련만 밝은 표정의 어민들을 보면 새삼 삶의 활력을 느끼게 된다. 갓 잡아 올린 고기들을 놓고 시작되는 경매는 눈 깜짝할 새에 이루어지고, 경매가 끝나면 즉석에서 싼값으로 싱싱한 활어회를 맛볼 수 있다. 펄떡펄떡 뛰던 고기들이 각각의 주인을 따라 떠나고 나면 항구는 또다시 고즈넉한 풍경 속에 묻힌다.
이곳에선 어촌 체험도 할 수 있다. 거창한 건 아니지만 노 젓는 나룻배를 타고 가까운 바다에 나가 물안경을 끼고 성게 등 해산물을 관찰할 수 있다. 직접 노를 저어도 되지만 서툰 이들이 많아 어민들이 도와준다. 하지만 날씨의 영향을 받는 체험인지라 예약은 받지 않고 그저 현지 날씨가 맑으면 언제든 체험할 수 있다. 체험 비용도 따로 없다. 노 젓는 것을 도와주는 어민에게 감사의 뜻으로 약간의 사례비를 드리면 된다(문의: 장호2리 어촌계장 011-374-7916).
장호항 선착장. 삼척 비치조각공원. 장호항 어시장(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돌아오는 길엔 초곡마을도 들러보자. 장호항에서 삼척시 방향으로 차로 5분 거리인 초곡마을은 마라톤 선수 황영조의 고향. 특히 어린 시절 황영조가 뜀박질을 했던 초곡마을 솔숲 길은 호젓하게 걷기에 아주 좋다. 문암해수욕장 위로 나 있는 이 소나무 길을 따라 가면 초곡굴이 나온다. 예전에 기찻길 터널로 사용하던 굴로 아기자기한 풍경이 돋보인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좁은 터널을 빠져나가면 황영조기념관도 보이고, 그가 달린 42.195km를 1000분의 1로 축소한 몬주익 언덕도 나온다.
또한 삼척항을 거쳐 삼척해수욕장 사이에 나 있는 새천년 해안도로는 드라이브 길로 그만이다. 기암절벽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해안도로 변에는 비치조각공원도 있다. 바다를 향해 널찍하게 들어선 나무갑판과 다양한 모습의 조각상들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그 갑판 아래에 있는 ‘마린데크’ 카페에서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차 한잔 마시는 것도 좋다. 이곳은 맑은 날도 좋지만 파도가 거칠 때 가면 더욱 운치 있다. 아울러 시간을 쪼개 삼척의 명소인 환선굴까지 둘러본다면 동굴의 도시 삼척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 장호항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강릉-동해고속도로 동해 종점(7번 국도)-삼척-근덕-용호해수욕장 장호항(삼척시에서 25km 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