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30일 MBC TV ‘음악캠프’ 생방송 도중 성기를 노출해 파문을 일으킨 인디밴드 ‘카우치’ 멤버 오모 씨와 신모 씨가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는 있는 것이다. 우리에 비해 훨씬 자유로운 미국에서조차 지난해 2월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에서 재닛 잭슨이 한쪽 가슴을 노출한 사건에 대한 대응은 강경했다. 당시 해당 방송사는 사상 최대인 55만 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또 생방송이라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위해 5초 시차를 두고 녹화 방송하는 이른바 ‘5초룰’이 만들어졌다. 당사자인 재닛 잭슨이 들끓는 비난 여론 속에 그래미를 비롯한 각종 시상식과 행사에서 배척당했음은 물론이다.
언더그라운드와 펑크의 정신이 저항과 자유에 있다는 점을 백번 인정하더라도 이번 사건에 대한 일벌백계는 불가피해 보인다.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또한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또 한 번 도를 넘어선 마녀사냥의 광풍이 몰아치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잠시 1992년 ‘뉴키즈온더블록’ 내한공연 때의 기억을 되살려보자. 당시 공연장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당국은 공연 관계자들을 구속하고 언론은 일제히 마녀사냥에 나섰다. 그뿐 아니다. 그로부터 한동안 정부가 외국 가수들의 내한공연 자체를 불허하는 웃지 못할 촌극까지 빚어졌다.
홍대 앞 클럽을 중심으로 형성된 언더그라운드 문화는 그간 한국 대중음악계의 고질적 병폐인 음악적 편식 현상을 해소하는 대안적 가치를 지녀왔다. 언더그라운드는 휩쓸림과 싹쓸이 현상을 극복하고 음악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최소한의 안전판이었다. 나는 이번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우리가 언더그라운드 문화 전체를 매도하고 그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언더그라운드 가수들 스스로도 냉정하게 자신들의 위치와 존재가치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사회적 동의를 얻지 못하는 돌출행동은 스스로를 고사시키는 자해행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어느 쪽에서든 우리 사회가 이제 적절한 반성과 대응을 기대해도 좋을 성숙하고 건강한 사회가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