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무대와 서정적인 안무, 정교한 의상으로 특징지어지는 영국 발레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줄 로열 발레단의 신데렐라 공연(왼쪽)과 마농 공연 장면.
“영국 왕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다양한 레퍼토리와 신선한 기획으로 매번 전 세계 발레 팬들을 흥분시키는 영국 로열발레단이 한국을 찾아옵니다. 수준 높은 영국 발레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열린 문으로 함께 들어가보시죠.”(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장운규·영국 London studio center 출신으로 영국 로열발레단 수석 무용수인 ‘데이비드 월’에게 사사)
영국 로열발레단을 설명하면서 세계 3대 발레단이니, 영국 왕실의 특별한 후원을 받고 있다느니 등의 수사를 동원하는 것은 오히려 결례일지 모른다. 그 이름만으로 전 세계 모든 발레인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세계 발레의 현대사를 응축한 상징이기 때문이다. 로열발레단은 ‘세기의 흥행사’ 세르게이 디아길레프가 이끌던 발레 뤼스의 무용수, 니네트 드 발루아가 1931년 세운 빅 웰스 발레단이 모태가 됐다. 러시아의 마린스키(키로프)나 볼쇼이는 물론이고 프랑스의 파리 오페라발레단이나 스웨덴 왕립발레단에 비해 역사가 짧지만, 걸출한 안무가들과 스타들이 배출되며 세계적인 발레단으로 도약했다.
영국 런던의 코벤트가든 내의 로열오페라 하우스에 자리하고 있는 로열발레단은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두 개의 발레단과 저명한 무용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엘리자베스 여왕의 동생인 마거릿 공주가 죽기 전까지 무려 46년간 이끌어왔다. 현재는 찰스 왕자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국 로열발레단이 95년 ‘지젤’ 서울 공연 이후 꼭 10년 만에 한국을 찾아온다는 소식에 국내 발레 팬들의 흥분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6월29일부터 7월3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려질 로열발레단의 이번 레퍼토리는 ‘신데렐라’와 ‘마농’이다. ‘신데렐라’와 ‘마농’은 로열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이자 20세기 발레의 고전으로 꼽히는 작품이지만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작품이다. 화려한 무대와 서정적인 안무, 정교한 의상으로 특징지어지는 영국 발레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만족시켜줄 것이다.
먼저 6월29일부터 7월1일까지 세 차례 공연되는 ‘신데렐라’는 영국 발레의 기초를 다졌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프레데릭 애시턴이 직접 안무한 작품이다. 프로코피예프의 서정적인 선율이 그대로 안무에 녹아 있는 작품으로, 발레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묘사와 풍부한 상상력의 조화가 일품이다. 새언니 역을 맡은 여장 발레리노들의 익살스런 팬터마임 연기는 발레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로열발레단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발레리나 다시 버셀이 첫 공연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비롯해 지난 2000년 ‘지젤’로 로열발레단에 화려하게 데뷔한 캐나다 출신 발레리나 타마라 로조(7월1일), 일본 출신 발레리나 요시다 미야코(30일) 등이 한국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관능적이면서도 비장함이 흐르는 슬픈 사랑이야기, 마농
마스네의 오페라 음악을 토대로 안무가 케네스 맥밀런이 재창조해낸 ‘마농’은 관능미와 비장감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작품. 맥밀런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로미오와 줄리엣’(65년)과 함께 20세기 최고의 고전으로 불리는 ‘마농’은 세계 유명 발레단의 레퍼토리로 자주 공연될 만큼 대중적인 작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1막의 ‘데 그리외의 침실 장면’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침실 장면에 버금갈 정도로 아름답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두 주인공의 비장하면서 관능적인 2인무는 압권이라는 평가. 7월2일 첫날 공연에서는 로열발레단 주역 무용수로 활약하고 있는 루마니아 출신 발레리나 알리나 코조카루가 청순미와 관능미를 뽑내고, 7월3일 무대는 ‘신데렐라’에서 주역을 맡았던 다시 버셀이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