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규ㆍ김준술 지음/ 생각의 나무 펴냄/ 240쪽/ 9800원
그러던 인도가 1990년대 중반 대외 개방정책을 본격화하면서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으로 IT 인력을 수출할 만큼 첨단 정보산업의 메카로 떠올랐다. 그리고 ‘브릭스’란 말에서 알 수 있듯 인도는 세계 경제의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며 세계 미디어의 각광을 받고 있다.
10억6000여만명의 인구와 한반도의 15배에 달하는 땅덩어리를 갖고 있는 나라. 그러나 이제야 덩칫값을 하기 시작한 나라 인도. 인도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던 이장규ㆍ김준술 두 기자가 인도로 날아갔다. 그리고 현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19단의 비밀 다음은 인도다’에 풀어놓았다. 이 책은 저자들이 서문에 말한 대로 인도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밝힌 책도, 권위 있는 해설서도 아니다. 그러나 인도를 방문할 계획이 있거나 인도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익한 책임이 분명하다. 인도의 경제뿐 아니라 사회ㆍ문화ㆍ역사ㆍ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주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말이다.
저자들은 중국을 뛰어넘을 유일한 나라로 인도를 꼽았다. 경제규모 면에서는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을 차례로 따라잡고 2030년에는 일본까지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만큼 인도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런 평가의 배경에는 바로 교육이 있다.
인도의 아이들은 구구단 대신 ‘19단’을 줄줄 외운다. 세계의 어린이들이 학교에 들어가서야 겨우 구구단을 외우고 복잡한 계산을 위해 전자계산기를 두드릴 때 인도 어린이들은 19단을, 그것도 영어로 외운다. 이 19단 교육이 인도를 최고의 IT 강국이자 수학이 강한 나라로 만드는 데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인도는 어린 학생들에게 19단을 가르치면서 남다른 수학 감각을 길러주고 이를 바탕으로 이공계를 집중적으로 양성하는 공학입국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덕분에 뛰어난 젊은 인재들이 많이 양성됐고, 마이크로소프트·인텔·구글 등 세계 유명 기업들이 값싸고 유능한 인재를 구하기 위해 인도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인도는 장구한 역사에 걸맞게 화려한 문화유산을 갖고 있다. 타지마할, 아잔타 불교 유적 등이 대표적 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관광자원이다. 그러나 인도의 관광산업은 매우 낙후돼 있다. 낡고 불편한 도로와 숙박은 물론, 쇼핑 등을 위한 편의시설도 태부족이다. 관광 인프라만 구축하면 금세 관광객들이 몰려들 텐데 정작 인도인들은 급할 게 없어 보인다. 저자들은 이에 대해 인도인들이 돈맛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랜 사회주의 탓도 있겠지만 내세를 중시하는 윤회사상이 현실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좀 못살면 어때? 다음 세상에 부자로 태어날 텐데” 하는 식이다. 그러나 인도의 관광자원이 미개발 상태인 것은, 반대로 관광산업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의미한다. 저자들은 인도의 관광산업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빰칠 정도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고 단언했다.
저자들은 인도의 어두운 부분도 하나하나 꼬집었다. 부족한 산업 인프라와 뿌리깊은 가난의식, 권위적 관료주의와 분파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그럼에도 세계로 비상하는 인도의 기세 앞에 이런 결점은 커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해외 투자는 중국에 집중돼 있다. 달리 투자할 만한 곳이 없었기에 현지 투자의 불리함도 감수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인도는 우리에게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지금은 IT 위주의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산업에 주로 투자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중국에 몰리고 있는 제조업 분야도 인도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중국 다음은 인도’인 상황이 점차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Tips
브릭스(BRICs) 2003년 6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지금은 세계 경제의 열쇠말(키워드)로 자리잡았다. 경제적 신흥 잠재 강국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4개국의 알파벳 머리글자를 따 합성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