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틴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사원’.
그래서 터키를 찾는 것은 ‘차이’가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는 일이 된다. 이스탄불에 도착하는 이방인들은 그리스 신화 시대부터 수천년의 역사와 문화가 차곡차곡 쌓인 거리에서, 원래는 이처럼 자연스러웠을 조화와 공존의 멋을 한껏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 직항으로 11시간, 터키의 중심 이스탄불에 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역사학자 토인비의 말처럼 ‘인류 문명의 거대한 야외 박물관’인 이곳에서 과연 무엇을 볼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먼저 들르는 곳은 비잔틴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성 소피아(Hagia Sofya) 사원. ‘성스러운 지혜의 성당’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사원은 둥근 천장과 십자형 평면구도, 모자이크 성화 장식 등 기독교의 상징을 충실히 구현하고 있는 외양으로 유명하다. 서기 537년 이 건물을 완성한 비잔틴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감동받아 “솔로몬이여, 이제 내가 당신을 이겼노라”고 외쳤다고 한다.
화산 폭발과 대규모 지진 활동으로 형성된 잿빛 응회암들이 오랜 풍화 작용을 거쳐 독특한 암석군을 이루고 있는 카파도키아 지역 풍경, 초기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 살았던 이 지역 동굴 수도원 내부.(위부터)
오스만투르크 전사들이 성 소피아 사원만큼의 건축물을 짓지 못해 이 성당을 남겨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바로 맞은편의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 일명 블루 모스크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슬람 제국의 영광을 상징하는 모양으로 지어진 이 모스크는 서로 다른 99가지 파란색의 타일 2만1000여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눈부신 야경과 갖가지 꽃이 장식된 정원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제는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성 소피아 사원과 달리,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에서는 여전히 종교의식이 행해지고 있다.
가톨릭의 성지인 에페스 지역의 ‘셀수스 도서관’.
11세기에 이스탄불(당시에는 콘스탄티노플)을 찾은 한 프랑스 여행가는 “금이나 은으로 된 물건, 갖가지 형태의 의상, 여러 가지 성물(聖物) 등 훌륭한 물건이 너무도 많아서 그것을 모두 이야기하려면 현기증이 난다. 항구에는 언제나 배가 들어차 있다. 인간이 원하는 것 가운데 이곳으로 실려오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기록을 남겼다. 그가 느꼈을 경이로움을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톱카프 궁전이다.
눈부신 야경으로 유명한 이스탄불의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 역사적인 기독교 유적지 셀축의 조형물.(위부터)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쓴 터키 여행기에는 “터키 콘스탄티노플에 가면 그랑 바자에 꼭 한 번 들러봐야 한다. 이 도시의 심장부가 바로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구경거리와 화려함과 떠들썩함이 가히 압도적이다. 동서양이 이곳에서 거대한 장을 벌인다. 그만한 군중과 다채로운 의상, 다양한 상품들은 다른 어디를 가도 보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세월이 흘러 도시 이름은 이스탄불로 바뀌었지만, 안데르센이 경탄했던 시장 ‘그랑 바자’만은 여전히 그때 모습 그대로 남아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좁은 골목으로 이어진 시장은 40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가게들이 가득 메우고 있는데, 세계적 명성의 터키 융단, 금은 보석과 촛대, 터키 특유의 물담배를 피울 수 있는 담배 파이프와 도자기, 향신료, 각종 의류까지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다’.
터키 트로이 유적지에 서 있는 모형 트로이 목마.
이스탄불을 떠나 다른 도시까지 방문할 수 있다면, 터키 서남부의 ‘파묵칼레 온천’이 갈 만하다. 새하얀 석회봉과 종유석의 계단식 온천으로 유명한 파묵칼레는 35℃의 탄산수가 신경통에 특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묵칼레 산 정상의 호텔에는 고대 유적지의 무너진 대리석 기둥을 그대로 살려둔 온천탕이 있어 로마시대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대형 트로이 목마가 서 있는 ‘트로이 유적지’는 이스탄불에서 버스로 9시간 거리, 온천에 사는 신비한 물고기가 피부병을 치료해준다는 터키 중부의 ‘캉갈 온천’은 13시간 거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