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린성 지안시 고구려 국내성 인근 환도산성(수도 방어용 산성) 아래에 대규모로 자리잡고 있는 고구려 무덤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한-중 간 첨예한 대립각이 세워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해 북한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남한의 공동 대응 제안을 받아들이기엔 북한의 사정이 복잡하다. 북한은 아직까지 중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바 없다.
북한은 왜 침묵하고 있을까. 북한 학계도 중국의 역사 왜곡과 관련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체사관에 입각한 고구려사 서술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 그러나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북한의 대응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외국어대 여호규 교수(사학)는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북한의 사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동북공정과 관련해 ‘평양’을 자주 언급하기 시작했다. 평양 천도 이후의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면서 평양이 과거 중국의 영토였다고 주장한다. “평양이 원래 중국 영토였다”는 중국 학계 일각의 주장이 주류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에 맞서는 데 필요한 남북의 고구려사 공동 연구가 요원하다는 점. 남북 역사학계는 ‘남북역사학자협의회’라는 채널을 만들어놓았지만, 고구려사 부분에선 공조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고구려사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달라 접점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북한은 고구려사의 기원을 기원전 2세기까지 높여놓았고(남한은 기원 전후에서부터 고구려사를 서술한다) 고구려를 고대사회가 아닌 중세봉건사회로 보고 있다. 북한은 고구려를 정통성을 내세우는 정치적 도구로 이용해왔다. 남한 역시 이에 대응해 신라의 천마총을 호들갑스럽게 발굴하기도 했다.
중국은 주체사관에 입각한 북한의 고구려사 서술을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한다. 동북공정이 북의 주체사관과 남의 남북국시대론의 왜곡을 바로잡고 있다는 게 중국의 주장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남과 북이 왜곡한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근거를 내세우고 있는 것. 어쨌든 고구려사에 대한 남북의 ‘견해차’는 공동 대응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장기 전략에 맞서기 위해선 남북 학계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의 남측 인사들은 8월20일 평양에서 학술토론회를 열어 공조 방안을 모색하려 했지만 최근의 남북관계 경색으로 토론회 개최는 물 건너갔다. 북한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