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도
서울, 베이징(北京), 닝보(寧波), 톈진(天津) 찍고 아하~. 6월3일부터 14일까지 11박 12일에 걸쳐 중국 대륙을 종횡하며 3개 국제대회에 출전했던 이창호 9단. 4승 1패의 성적을 올리며 만천하에 다시 한번 이창호의 위력을 알렸다. 첫 관문인 베이징에서 펼친 후지쓰배 8강전에서는 비록 요다(依田紀基) 9단에게 덜미가 잡혔지만 이어 닝보로 이동해 벌인 춘란배에서는 중국의 창하오 9단과 후야오위 8단을 연파하며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곧장 톈진으로 날아가 이번 중국 투어의 마지막 대회인 타타이다배 한중일 최강 초청전 결승 | 이창호 9단(백) : 요다 9단(흑)유쾌 상쾌 통쾌 ‘8일 만의 설욕’이다(泰達)배에서 우승컵에 입맞추며 멋진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동거리가 장장 7000여km를 웃도는 대장정이었다.
요다 9단은 한때 이창호 9단에게 5연승을 구가하며 ‘이창호 천적’으로 명성을 떨쳤던 기사다. 불과 8일 전 후지쓰배에서도 일격을 가한 바 있는데,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타이다배 결승에서 딱 걸렸다.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을까.
참고도
백1, 이창호 9단의 호방한 배꼽점(天元)이 등장했다. 양 진영의 세력을 가르는 중앙점이지만 프로바둑에서는 여간해선 잘 등장하지 않는 천원. 더군다나 돌다리를 두드려보고도 건너지 않는다는 이창호 9단이 둔 점이라 더욱 기상천외하게 느껴진다. 이에 요다 9단은 한술 더 떠 흑2·8. 뭐가 뭔지 모를 허허실실(虛虛實實)의 공중전이 되었다. 마치 1930년대 오청원 9단과 기타니 9단이 공동연구해 발표한 신포석(新布石)을 보는 듯하다. 이래서 라이벌 대결은 재미있다.
공중전이 관건인 상황에서, 흑10은 매우 두터운 점이기는 하지만 한가했다. 흑1이 서로 요소였다. 백쫔 두 점이 일엽편주(一葉片舟)로 전락하며 우하변 흑진이 단박에 살아나지 않는가. 재빨리 백15로 틀을 잡고 21까지 상변을 챙긴 뒤 백29에 뛰어들어 우하귀마저 파버리니 한눈에 보기에도 흑이 집 부족이다. 207수 끝, 백6집 반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