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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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보다 더 흥미로운 ‘음악에 얽힌 뒷얘기’

  • 입력2003-11-27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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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보다 더 흥미로운  ‘음악에 얽힌 뒷얘기’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 부에나비스타소셜 클럽의 쿠바 음악,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의 보사노바, 아말리아 호드리게스의 파두, 테오도라키스의 렘베티카….

    서양 팝 일색이던 우리 귓전을 언제부턴가 ‘월드 뮤직’들이 감싸고 있다. 영화나 TV 드라마 주제가, CF, 라디오 음악 전문 프로그램들을 통해서다.

    이런 음악들의 깊이와 신선함은 잠든 우리 의식을 일깨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월드 뮤직’을 좀더 깊이 이해하고 그 음악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이해하기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유럽의 변방과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음악들은 듣는 것만으로 그 음악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거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정복하기보다는 정복당했던 민족들, 경제적 부보다는 삶의 흥겨움과 진실한 사랑을 우선적으로 추구했던 사람들, 쉼 없는 노동과 운명적인 가난, 그리고 절망 속에서 음악을 위안 삼던 사람들의 이야기 말이다.

    오랜 세월 고난의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가난은 여전하고 정복자들이 남겨놓은 야만의 잔재 또한 그대로지만 그들의 음악은 높이 솟아올라 세계로 퍼지고 있다. ‘월간 음악’ ‘월간 스테레오’ 편집장을 지냈고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음악평론가 서남준(사진)씨가 펴낸 ‘월드뮤직 멀리서 들려오는 메아리’(대원사 펴냄)는 ‘월드 뮤직’을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그는 이 책에서 훌륭한 음악 자체뿐만 아니라 그 음악을 만들어낸 민족의 역사와 문화, 역사적 굴욕과 불평등, 독재체제에 저항한 음악가들의 삶까지 다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흑백간의 증오와 대립을 없애고 소외된 노인과 어린이를 구제하는 데 헌신해온 미리엄 마케바, ‘어째서 가난한 사람들은 평생 가난한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슴에 품고 자신의 언어로 노래하면서 누에바 칸시온 운동을 이끌었던 아타유알라 유팡키와 비올레타 파라라, 수차례 투옥과 석방을 거듭하며 그리스의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기차는 8시에 떠나고’의 미키스 테오도라스키 같은 이들의 뒷얘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작가는 음악을 더 깊이 있게 들을 수 있는 비법도 공개했다. “플라멩코 특유의 마성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두엔데(Duende)’가 있습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귀신’ ‘요정’ ‘비단의 일종’이지만 시인 로르카는 ‘피로 가득 찬 영혼의 마지막 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말하자면 두엔데는 사람의 마음을 안타깝게 조여가면서 도취로 이끄는 하나의 ‘어두운 힘’이라고나 할까요. 우리는 바로 이 두엔데가 기예로 표현됐을 때 전율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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