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사람은 낮에 조는 경우가 많다.
히프노스가 뿌려놓은 잠의 씨앗 때문일까. 절세미인 프시케가 아니더라도 잠의 마수에 걸려든 사람들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잠의 씨에 중독된 한 중학생의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는 잠이 얼마나 무서운 질병이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아들은 아무 문제 없이 학교에 잘 다니던 모범생이었습니다. 1년 전 어느 날, 아침에 아들이 늦잠을 자서 힘들게 깨워 학교에 보내려는데, 졸린다면서 다시 자기 방에 들어가 자는 겁니다. 몸이 안 좋은가 해서 그날은 집에서 쉬게 했죠. 그런데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식사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겁니다. 일주일을 밥 먹고 잠만 자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하더군요. 이상했지만,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그런 모양이다 하고 그냥 넘겼습니다. 그런데 그 후 비슷한 일이 3개월마다 반복해서 일어났습니다. 정신자세가 글러 먹었다고 여러 번 몽둥이를 들기도 했죠.”
과연 이 남학생은 무엇이 문제일까? 정신적으로 해이한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신들리기라도 한 건가? 그리스 신화에선 이를 노한 신이 분풀이한 탓이라고 해석했지만 현대의학에선 수면질환으로 진단한다.
봄, 여름철에 식곤증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학교, 직장, 지하철 등에서 꾸벅꾸벅 조는 사람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졸음이 많은 것을 ‘병’으로 생각하거나 심각한 문제로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졸음이 많은 것은 병이다. 이는 사회생활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앞서 예로 든 중학생의 경우처럼 지나친 수면현상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과수면증’이라고 한다.
원인질환 따라 치료방법도 달라
하지만 오는 잠을 쫓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수마(睡魔)’라고 표현했을까. 여신 헤라의 명령을 받고 제우스의 연인 이오를 감시하던 백안(百眼)의 거인 아르고스도 결국 잠이 드는 바람에 헤르메스의 칼에 죽임을 당했다. 100개의 눈도 잠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던 것. 위험한 기계를 조작하는 근로자, 자동차 운전자, 비행기나 헬리콥터 조종사 등의 경우, 졸음으로 인해 주의력이 떨어지면 대형사고를 일으킬 소지가 많다는 것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실제 조사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자가진단 결과 문제가 있으면 병원을 찾아 수면다원검사 등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잘 조는 것이 단순한 생리적인 현상인지 병적인 증상인지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위해 우선 자가진단표를 참조해 자신의 졸음 현상을 진단하고 병적이라고 생각되면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상자 참조). 병원에서는 과수면증 여부를 진단하고 원인을 찾기 위해 수면다원검사와 수면잠복기반복검사를 시행한다. 전자는 환자로 하여금 검사실에서 하룻밤을 자게 해 수면시간 동안 환자의 뇌파, 안구운동, 근육 긴장도, 코골이, 호흡 관련 흉곽운동 등 다양한 정보를 얻는 검사이며, 후자는 환자가 낮에 얼마나 빨리 잠드는지를 확인하고 이때 안구운동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검사하는 것이다. 이 검사 결과가 원인질환의 확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필요에 따라 기타 다른 검사가 추가되기도 한다.
과수면증의 치료법은 원인질환에 따라 달라진다. 기면병은 현대의학으로는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지만, 그 증세를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학생인 경우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중추신경자극제는 과수면증을, 항우울제는 탈력발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상황이 허락한다면, 하루 중 일정 시간을 정해 낮잠을 자는 것도 증세를 개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후군은 비만, 음주, 안정제 등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우선 이를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도 좋아지지 않는다면, 기구를 사용하는 방법과 수술적 방법을 고려한다. 전자는 코 위에 마스크를 씌워 잠자는 동안 지속적으로 압력이 있는 공기를 불어넣어서 기도가 폐쇄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지속성 비강기도 양압호흡기)이고, 후자는 비강수술, 구개수구개인두성형술, 레이저 코골이 수술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