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5일 국회기자실에서 기자회견 중인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한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관망하던 한 전 대표가 결단을 내린 데에는 최근의 정국 상황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의 잇따른 말실수, 방미외교가 불러온 굴욕외교 논란과 지지층 이탈 등이 한 전 대표의 결단을 부추긴 배경이라는 것. 한 전 대표는 학자, 학교 선후배 등 지인들을 통해 그동안 밑바닥 여론을 청취했다. 한편으로는 신당 논의의 핵인 노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DJ)과의 회동을 추진하는 등 ‘때’를 기다리는 행보도 병행했다. 최근 한 전 대표는 호남민심의 향배 등에 대한 측근들의 보고서를 주의 깊게 읽었다는 후문이다. 이 보고서에는 “노대통령의 우향우 행보에 대한 신주류 인사들의 위기감이 대단하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결단을 내린다면 지금이 적기”라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는 것. 한 전 대표 주변에서는 노대통령이 방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부터 중대결단설이 흘러나왔다.
노무현-한화갑 회동에 냉담했던 청와대가 ‘이상’을 감지, 5월27일 민주당 의원들의 부부동반 만찬에 앞서 30여분간 시간을 할애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한 전 대표측은 “그런 비공식 티타임은 무의미하다”며 제의를 거부했다.
한 전 대표의 한 측근은 “한 전 대표가 이미 갈 길을 정해놓았다”고 말한다. 이는 민주당의 정통성을 지키는 소극적 수성이 아니라 그 이상의 ‘정치구상’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JP(김종필 자민련 총재)와의 새로운 관계설정이다. JP는 앞으로 한 전 대표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한 전 대표측으로 분류되는 장전형 민주당 부대변인은 “최근 만난 적은 없지만 앞으로 만날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만난다면 인연의 끈은 ‘내각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