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이 완연한 이즈음 “화를 다스리는 것은 곧 나를 다스리는 일”이라고 말하는 베트남 출신의 선지식(善知識) 틱낫한 스님(77)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4월 출간된 그의 책 ‘화(Anger)’(명진출판)는 올 3월 초까지 70만부 넘게 팔렸고, 이미 서점에는 ‘귀향’(모색) ‘틱낫한의 사랑법’(나무심는사람)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김영사) 등 15권의 책이 깔려 있지만 3월에만 그의 책이 10여권이나 추가로 나올 예정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출간되는 ‘힘’(명진출판)을 비롯해 ‘죽음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이레) ‘내 스승의 옷자락’(청하) 등은 ‘지금 일에 전념함(mindfulness)’ 같은 스님의 사상을 조금씩 변주하는 책들이다.
‘화’를 출간한 명진출판과 환경 전문 공익재단인 ‘환경재단’은 때맞춰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스님을 초청했다. 3월16일∼4월2일까지 20일간 스님은 전국을 돌며 종파와 종교를 초월한 영성과 평화, 환경 등 인류 상생의 메시지를 설파할 예정이다(표 참조).
초청 당사자인 명진출판측은 “내한 소식이 일반에 알려지면서 하루에 200∼300통의 문의전화가 폭주해 다른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전했다. 내한 일정 가운데 200명이 참가하는 ‘틱낫한 스님과 함께하는 3일간의 수행’(3월28∼30일), 직장인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동국대 강연’(3월31일∼4월2일) 등 유료강연회는 접수 이틀 만에 매진됐다.
이런 열풍의 배경은 뭘까. 우리나라에도 빼어난 선지식들이 많은데 왜 하필 그에게 열광하는 것일까. 우선 무엇보다 그의 메시지가 간명하고 핵심을 찌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쾌도난마다.
4월2일까지 전국 돌며 인류 상생 메시지 설파
“내가 사는 플럼빌리지(plum village·자두마을)에서는 우리의 마음을 밭에 비유한다. 그 밭 속에는 아주 많은 씨앗이 있다. 기쁨, 사랑,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씨앗이 있는가 하면 짜증, 우울, 절망 같은 부정적인 씨앗도 있다. 우리는 자신이 가진 부정적인 씨앗이 아닌 긍정적인 씨앗에 물을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평화의 길이며, 행복을 만드는 법칙이다.”(‘화’ 중에서)
어떤 이들은 국내 독자들이 달라이 라마 이후 새로운 영적 지도자를 찾고 있던 중에 틱낫한을 만난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출판평론가 김갑수씨는 “틱낫한 스님은 다른 영적 지도자들보다 더 겸손해 보이고 일반인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다”며 “그가 제시하는 수련법들은 아주 실제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틱낫한 스님이 머물고 있는 프랑스의 수행처인 플럼빌리지를 직접 방문해 스님을 만나고 돌아온 불자이자 번역가인 진형준씨는 “처음 스님을 보는 순간 ‘소요하는 평화’라는 문구가 저절로 떠올랐다”며 “식민지 베트남의 어두운 현실을 피와 눈물로 체험한 아픔을 갖고 있으면서도 출가 이후 일관되게 갖고 있는 평화와 자유의 가치를 몸으로 실천해왔기 때문에 그 내공이 여느 분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이한 것은 그의 여러 저작물 가운데 유독 ‘화’라는 책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려나갔다는 점. 이는 우리 사회가 그만큼 ‘화’로 멍들어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욕구불만, 지나친 경쟁, 과도한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진씨는 “특권층의 비리, 불평등한 분배, 공공의 정의가 무시되는 현실 등 때문에 사람들이 스스로 속물화하고 체념하며 분노를 쌓아둔다”며 “이런 현실 때문에 스님의 평화롭고 지혜로운 메시지가 담긴 ‘화’가 많이 팔린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불교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이 삼독심(三毒心)이다. 이는 탐욕(貪), 어리석음(癡), 화(瞋)를 의미한다. 틱낫한 스님이 이 가운데 주로 화를 언급하는 것은 그것이 갖고 있는 폭력성 때문. 스님은 모든 불행의 근원인 화를 안고 사는 것은 독을 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한다고 말한다.
스님은 자신의 책에서 화를 다스리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제시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맹세나,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훈련들, 호흡을 자각하는 법,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수련법 등에서부터 운전명상, 세수명상, 미소명상 등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갖가지 명상법들을 알려준다. 이런 방법들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안고 사는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1926년 베트남 중부지역에서 태어나 16세 때 선불교에 입문한 틱낫한 스님은 “모든 불교는 다 삶에 참여하고 있다”며 참여불교(Engaged Buddhism)를 강조하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관념으로서의 종교가 아닌, ‘민중의 고통을 덜어주는 종교’를 실천하기 위해 사회운동을 벌여온 스님은 1960년대 미국 프린스턴 대학과 컬럼비아 대학에서 수학하면서 비교종교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또 베트남전쟁으로 인한 난민과 부상자를 돕기 위해 사회청년봉사학교를 설립했으며, 전쟁의 뿌리가 미국에 있다고 판단하여 미국으로 건너가 여러 지역을 순회하며 반전평화운동을 펼쳐나갔다.
그는 선불교 승려이긴 하지만, 시대를 앞서서 초교파주의를 실천했다. 그래서 그의 미국 순회강연을 도와준 사람들도 가톨릭 신부들이었으며, 1967년 그를 노벨평화상에 추천한 이도 다름아닌 마틴 루터 킹 목사였다.
1966년 베트남전쟁이 격화되자 틱낫한은 종전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워싱턴에서 5개 항목으로 된 평화제안서를 발표했다. 베트남 공산 정부는 이를 매우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았고, 이후 틱낫한은 베트남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1973년 프랑스로 망명한 스님은 “시대가 변하고 대중이 달라지면 종교도 달라져야 한다”며 1975년 파리 근교에 초교파적 명상공동체인 ‘스위트 포테이토’를 설립했다. 이후 스님은 1982년 프랑스 남부 보르도 지방에 명상수련센터인 ‘플럼빌리지’를 세웠다. ‘영적인 오아시스’라 불리는 이곳에서는 오늘도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이 종교와 인종의 벽을 허물고 마음의 평화를 위해 수행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출간된 그의 책 ‘화(Anger)’(명진출판)는 올 3월 초까지 70만부 넘게 팔렸고, 이미 서점에는 ‘귀향’(모색) ‘틱낫한의 사랑법’(나무심는사람)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김영사) 등 15권의 책이 깔려 있지만 3월에만 그의 책이 10여권이나 추가로 나올 예정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출간되는 ‘힘’(명진출판)을 비롯해 ‘죽음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이레) ‘내 스승의 옷자락’(청하) 등은 ‘지금 일에 전념함(mindfulness)’ 같은 스님의 사상을 조금씩 변주하는 책들이다.
‘화’를 출간한 명진출판과 환경 전문 공익재단인 ‘환경재단’은 때맞춰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스님을 초청했다. 3월16일∼4월2일까지 20일간 스님은 전국을 돌며 종파와 종교를 초월한 영성과 평화, 환경 등 인류 상생의 메시지를 설파할 예정이다(표 참조).
초청 당사자인 명진출판측은 “내한 소식이 일반에 알려지면서 하루에 200∼300통의 문의전화가 폭주해 다른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전했다. 내한 일정 가운데 200명이 참가하는 ‘틱낫한 스님과 함께하는 3일간의 수행’(3월28∼30일), 직장인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동국대 강연’(3월31일∼4월2일) 등 유료강연회는 접수 이틀 만에 매진됐다.
이런 열풍의 배경은 뭘까. 우리나라에도 빼어난 선지식들이 많은데 왜 하필 그에게 열광하는 것일까. 우선 무엇보다 그의 메시지가 간명하고 핵심을 찌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쾌도난마다.
4월2일까지 전국 돌며 인류 상생 메시지 설파
“내가 사는 플럼빌리지(plum village·자두마을)에서는 우리의 마음을 밭에 비유한다. 그 밭 속에는 아주 많은 씨앗이 있다. 기쁨, 사랑,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씨앗이 있는가 하면 짜증, 우울, 절망 같은 부정적인 씨앗도 있다. 우리는 자신이 가진 부정적인 씨앗이 아닌 긍정적인 씨앗에 물을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평화의 길이며, 행복을 만드는 법칙이다.”(‘화’ 중에서)
어떤 이들은 국내 독자들이 달라이 라마 이후 새로운 영적 지도자를 찾고 있던 중에 틱낫한을 만난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출판평론가 김갑수씨는 “틱낫한 스님은 다른 영적 지도자들보다 더 겸손해 보이고 일반인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다”며 “그가 제시하는 수련법들은 아주 실제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틱낫한 스님이 머물고 있는 프랑스의 수행처인 플럼빌리지를 직접 방문해 스님을 만나고 돌아온 불자이자 번역가인 진형준씨는 “처음 스님을 보는 순간 ‘소요하는 평화’라는 문구가 저절로 떠올랐다”며 “식민지 베트남의 어두운 현실을 피와 눈물로 체험한 아픔을 갖고 있으면서도 출가 이후 일관되게 갖고 있는 평화와 자유의 가치를 몸으로 실천해왔기 때문에 그 내공이 여느 분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이한 것은 그의 여러 저작물 가운데 유독 ‘화’라는 책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려나갔다는 점. 이는 우리 사회가 그만큼 ‘화’로 멍들어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욕구불만, 지나친 경쟁, 과도한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진씨는 “특권층의 비리, 불평등한 분배, 공공의 정의가 무시되는 현실 등 때문에 사람들이 스스로 속물화하고 체념하며 분노를 쌓아둔다”며 “이런 현실 때문에 스님의 평화롭고 지혜로운 메시지가 담긴 ‘화’가 많이 팔린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2003년 2월 프랑스 플럼빌리지에서 비구니 스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틱낫한 스님(왼쪽 사진 오른쪽). 서울 교보문고 매장에서 틱낫한 스님의 책을 읽는 독자.
스님은 자신의 책에서 화를 다스리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제시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맹세나,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훈련들, 호흡을 자각하는 법,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수련법 등에서부터 운전명상, 세수명상, 미소명상 등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갖가지 명상법들을 알려준다. 이런 방법들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안고 사는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1926년 베트남 중부지역에서 태어나 16세 때 선불교에 입문한 틱낫한 스님은 “모든 불교는 다 삶에 참여하고 있다”며 참여불교(Engaged Buddhism)를 강조하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관념으로서의 종교가 아닌, ‘민중의 고통을 덜어주는 종교’를 실천하기 위해 사회운동을 벌여온 스님은 1960년대 미국 프린스턴 대학과 컬럼비아 대학에서 수학하면서 비교종교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또 베트남전쟁으로 인한 난민과 부상자를 돕기 위해 사회청년봉사학교를 설립했으며, 전쟁의 뿌리가 미국에 있다고 판단하여 미국으로 건너가 여러 지역을 순회하며 반전평화운동을 펼쳐나갔다.
그는 선불교 승려이긴 하지만, 시대를 앞서서 초교파주의를 실천했다. 그래서 그의 미국 순회강연을 도와준 사람들도 가톨릭 신부들이었으며, 1967년 그를 노벨평화상에 추천한 이도 다름아닌 마틴 루터 킹 목사였다.
1966년 베트남전쟁이 격화되자 틱낫한은 종전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워싱턴에서 5개 항목으로 된 평화제안서를 발표했다. 베트남 공산 정부는 이를 매우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았고, 이후 틱낫한은 베트남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1973년 프랑스로 망명한 스님은 “시대가 변하고 대중이 달라지면 종교도 달라져야 한다”며 1975년 파리 근교에 초교파적 명상공동체인 ‘스위트 포테이토’를 설립했다. 이후 스님은 1982년 프랑스 남부 보르도 지방에 명상수련센터인 ‘플럼빌리지’를 세웠다. ‘영적인 오아시스’라 불리는 이곳에서는 오늘도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이 종교와 인종의 벽을 허물고 마음의 평화를 위해 수행에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