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 선더(rolling thunder). 1915년 미국 남동부 그레이트 스모키 산맥에서 태어난 체로키 인디언 치료사. 1960년대 미국 히피 세대들의 영적 지도자로 떠올랐던 인물이다. ‘비를 내리는 인디언’으로 불리던 그는 인디언의 전통적 방식에 따라 환자를 치료하고, 인간과 지구가 조화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가르침을 펴다 1997년 1월 세상을 떠났다.
롤링 선더의 지혜와 비전을 담은 ‘구르는 천둥’과 ‘우르릉 천둥이 말하다’(이하 우르릉 천둥)가 나란히 국내에 소개됐다. ‘구르는 천둥’은 류시화씨가, ‘우르릉 천둥’은 조병준씨가 번역을 맡았다. 두 번역자 모두 오래 전 번역작업을 끝내고 출판 시기만 고른 듯하다. ‘구르는 천둥’은 초판이 나온 지 30년 가까이 지났고, ‘우르릉 천둥’은 99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사실 롤링 선더를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구르는 천둥’이 되지만, 조병준씨의 해석은 독특하다. “롤링 선더를 우리말로 어떻게 옮길까를 놓고 고심했다. 그는 천상의 메시지를 받아 세상을 향해 고함지르는 사람이었다. 구른다는 문자 그대로의 해석보다 천둥이 치는 ‘우르릉’으로 해야 의미가 전달된다고 생각했다.”
‘구르는 천둥’과 ‘우르릉 천둥’, 직역과 의역의 차이만큼 두 책은 롤링 선더의 지혜를 전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구르는 천둥’이 더글러스 보이드라는 백인의 눈에 비친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세계를 담고 있다면, ‘우르릉 천둥’은 롤링 선더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다. 1996년 죽음을 예감한 롤링 선더는 인디언 언어로 자신의 생애를 구술했고, 두 번째 아내 카르멘 해 뜨는 포프(40년을 함께한 첫번째 아내 ‘얼룩 새끼사슴’은 10년 앞서 세상을 떠났다)가 다시 영어로 옮겼다.
인간의 의식세계를 연구하는 칼 메닝거 재단의 연구원이었던 보이드는 1971년 캔자스 주 ‘작은 숲 모임’에서 구르는 천둥의 강연을 들은 후 이 놀라운 인디언 치료사의 활동을 추적하고 기록했다. 이 모임에서 롤링 선더는 다리를 심하게 다친 한 젊은이를 선홍색 날고기와 담배연기, 깃털, 그리고 자신의 입과 손으로 말끔히 낫게 하는 ‘기적’을 보여준다. 물론 그것은 인디언 치료사가 펼치는 일상적인 치료였지만, 영적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방인들의 눈에, 방금 전까지도 걷지도,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던 청년이 동료들과 탁구를 치는 모습은 경이로울 뿐이었다. 기적의 치료에 놀라는 사람들에게 롤링 선더는 자신의 힘이 아닌 자연의 힘임을 역설했다.
“인디언들은 풀을 ‘협력자’라고 부른다. 약초를 캐러 가는 사람은 그 약초의 추장에게 선물을 바치고 존경심을 표한다. 그리고 그 풀을 좋은 목적에 사용하리라는 걸 밝힌다. 음식과 옷을 얻기 위해 동물을 죽일 때는 생명을 빼앗는 것에 대해 그 동물에게 사과하고, 동물의 모든 부분을 잘 사용한다. 인디언들은 아무 이유 없이 동물을 죽이지 않는다.”
“지구는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다. 지구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의 의지를 가진 보다 높은 차원의 인격체다. 사람이 자신의 신체를 존중해야 하듯 지구도 마찬가지다. 지구에 상처를 주는 것은 곧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며,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가하는 것은 곧 지구에 상처를 가하는 일이다.”
‘우르릉 천둥’에서도 같은 가르침이 반복된다. 그러나 누군가에 의해 관찰되고 걸러진 이야기가 아니라 롤링 선더가 직접 한 말이기 때문에 ‘인디언 정신’의 원형에 보다 가깝다. 책은 인디언 치유자의 삶과 치료법을 소개한 ‘치유자의 길’ ‘치유자의 처방’, 지구와 아메리칸 인디언의 역사, 옛 사람들의 통찰력을 이야기한 ‘이 땅의 진정한 역사’, 인간의 탐욕이 저지른 자연 재앙을 예언한 ‘다가올 일들’, 전통 인디언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을 강조한 ‘씨족 어머니들’, 인디언 문화와 정신의 회복을 외친 ‘정치’, 그리고 죽음과 환생, 업보 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위대한 영혼의 길’ 등 총 7장으로 구성돼 있다.
21세기 인디언 정신의 부활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디언 호피족의 예언 중 이런 말이 있다. “백인의 자식들이 인디언 옷을 입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그들은 긴 머리를 하고, 구슬을 달고, 머리띠를 할 것이다. 인디언들은 처음으로 진정한 백인 친구를 얻게 될 것이다.” 학살의 시대에도 인디언들은 ‘평화를 원하는 사람이 충분히 많아지면 그때는 평화가 올 것’을 알고 숨을 골랐다. 롤링 선더의 말대로 모든 일에는 필요한 때와 장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닐까.
구르는 천둥/ 더글러스 보이드 지음/ 류시화 옮김/ 김영사 펴냄/ 368쪽/ 9900원
우르릉 천둥이 말하다/ 우르릉 천둥 지음/ 카르멘 해 뜨는 포프 엮음/ 조병준 옮김/ 나무 심는 사람 펴냄/ 368쪽/ 1만2000원
롤링 선더의 지혜와 비전을 담은 ‘구르는 천둥’과 ‘우르릉 천둥이 말하다’(이하 우르릉 천둥)가 나란히 국내에 소개됐다. ‘구르는 천둥’은 류시화씨가, ‘우르릉 천둥’은 조병준씨가 번역을 맡았다. 두 번역자 모두 오래 전 번역작업을 끝내고 출판 시기만 고른 듯하다. ‘구르는 천둥’은 초판이 나온 지 30년 가까이 지났고, ‘우르릉 천둥’은 99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사실 롤링 선더를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구르는 천둥’이 되지만, 조병준씨의 해석은 독특하다. “롤링 선더를 우리말로 어떻게 옮길까를 놓고 고심했다. 그는 천상의 메시지를 받아 세상을 향해 고함지르는 사람이었다. 구른다는 문자 그대로의 해석보다 천둥이 치는 ‘우르릉’으로 해야 의미가 전달된다고 생각했다.”
‘구르는 천둥’과 ‘우르릉 천둥’, 직역과 의역의 차이만큼 두 책은 롤링 선더의 지혜를 전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구르는 천둥’이 더글러스 보이드라는 백인의 눈에 비친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세계를 담고 있다면, ‘우르릉 천둥’은 롤링 선더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다. 1996년 죽음을 예감한 롤링 선더는 인디언 언어로 자신의 생애를 구술했고, 두 번째 아내 카르멘 해 뜨는 포프(40년을 함께한 첫번째 아내 ‘얼룩 새끼사슴’은 10년 앞서 세상을 떠났다)가 다시 영어로 옮겼다.
인간의 의식세계를 연구하는 칼 메닝거 재단의 연구원이었던 보이드는 1971년 캔자스 주 ‘작은 숲 모임’에서 구르는 천둥의 강연을 들은 후 이 놀라운 인디언 치료사의 활동을 추적하고 기록했다. 이 모임에서 롤링 선더는 다리를 심하게 다친 한 젊은이를 선홍색 날고기와 담배연기, 깃털, 그리고 자신의 입과 손으로 말끔히 낫게 하는 ‘기적’을 보여준다. 물론 그것은 인디언 치료사가 펼치는 일상적인 치료였지만, 영적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방인들의 눈에, 방금 전까지도 걷지도,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던 청년이 동료들과 탁구를 치는 모습은 경이로울 뿐이었다. 기적의 치료에 놀라는 사람들에게 롤링 선더는 자신의 힘이 아닌 자연의 힘임을 역설했다.
“인디언들은 풀을 ‘협력자’라고 부른다. 약초를 캐러 가는 사람은 그 약초의 추장에게 선물을 바치고 존경심을 표한다. 그리고 그 풀을 좋은 목적에 사용하리라는 걸 밝힌다. 음식과 옷을 얻기 위해 동물을 죽일 때는 생명을 빼앗는 것에 대해 그 동물에게 사과하고, 동물의 모든 부분을 잘 사용한다. 인디언들은 아무 이유 없이 동물을 죽이지 않는다.”
“지구는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다. 지구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의 의지를 가진 보다 높은 차원의 인격체다. 사람이 자신의 신체를 존중해야 하듯 지구도 마찬가지다. 지구에 상처를 주는 것은 곧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며,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가하는 것은 곧 지구에 상처를 가하는 일이다.”
‘우르릉 천둥’에서도 같은 가르침이 반복된다. 그러나 누군가에 의해 관찰되고 걸러진 이야기가 아니라 롤링 선더가 직접 한 말이기 때문에 ‘인디언 정신’의 원형에 보다 가깝다. 책은 인디언 치유자의 삶과 치료법을 소개한 ‘치유자의 길’ ‘치유자의 처방’, 지구와 아메리칸 인디언의 역사, 옛 사람들의 통찰력을 이야기한 ‘이 땅의 진정한 역사’, 인간의 탐욕이 저지른 자연 재앙을 예언한 ‘다가올 일들’, 전통 인디언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을 강조한 ‘씨족 어머니들’, 인디언 문화와 정신의 회복을 외친 ‘정치’, 그리고 죽음과 환생, 업보 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위대한 영혼의 길’ 등 총 7장으로 구성돼 있다.
21세기 인디언 정신의 부활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디언 호피족의 예언 중 이런 말이 있다. “백인의 자식들이 인디언 옷을 입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그들은 긴 머리를 하고, 구슬을 달고, 머리띠를 할 것이다. 인디언들은 처음으로 진정한 백인 친구를 얻게 될 것이다.” 학살의 시대에도 인디언들은 ‘평화를 원하는 사람이 충분히 많아지면 그때는 평화가 올 것’을 알고 숨을 골랐다. 롤링 선더의 말대로 모든 일에는 필요한 때와 장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닐까.
구르는 천둥/ 더글러스 보이드 지음/ 류시화 옮김/ 김영사 펴냄/ 368쪽/ 9900원
우르릉 천둥이 말하다/ 우르릉 천둥 지음/ 카르멘 해 뜨는 포프 엮음/ 조병준 옮김/ 나무 심는 사람 펴냄/ 368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