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된 김두한의 육성을 재정리한 단행본과 테이프.
특히 동아닷컴(www.donga.com)을 통해 육성 오디오파일이 공개되자 컴퓨터 사용에 익숙지 않은 독자들로부터 청취방법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 이에 동아일보사는 녹취된 김두한의 육성을 재정리해 단행본 ‘조선제일의 협객 김두한이오’을 펴내고 60분짜리 테이프 2개로 오디오북을 만들었다.
책의 내용은 1969년 김두한씨가 동아방송 인기프로였던 ‘노변야화’에 출연해 56회에 걸쳐 털어놓은 인생역정으로, 녹음은 했으나 방송되지 않은 ‘5·16군정과 6·3사태’에 대한 증언을 추가했다. 오디오북에는 김두한씨의 어린 시절 회고부터 방송에서 누락된 부분까지 모두 12회분을 담았다.
‘김두한 육성증언’이 화제를 몰고 온 이유는 단지 허구의 드라마를 뒷받침해주는 역사적 증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라디오 대담이라는 한계에도 김두한씨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실감나는 묘사와 감칠맛 나는 말솜씨로 듣는 재미를 더해준다. 안개 낀 장충단에서의 하야시패와의 맞대결이나 헌병과 싸우다 죽을 뻔한 이야기는 가히 ‘만담가’ 수준. 이 대담을 진행했던 권오기 당시 동아일보 논설위원(전 통일부총리)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청취자들의 반응이 워낙 좋아 방송기간을 늘린 출연자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김두한씨의 증언 가운데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거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특히 ‘김좌진 장군의 아들’인가 하는 부분의 진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이에 대해 권오기씨는 “사실 여부를 떠나 ‘나는 장군의 아들이므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버팀목 삼아 자신을 제어한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제일의 협객 김두한이오’는 일제시대 항일주먹으로, 해방 후 우익의 행동대로 이름을 떨쳤던 한 사나이의 생생한 고백이다. 사람 하나쯤 때려죽이고도 눈도 깜짝하지 않는 백색테러의 주인공이, 곰보딱지 얼굴과 의외로 작고 고운 손을 부끄러워하며 가슴에 품었던 여인을 향한 사랑을 수줍게 고백할 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주먹 하나로 정글 같은 세상을 헤쳐온 김두한씨의 32년 전 증언이 답답한 우리의 현실을 잠시 잊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