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대우자동차 간 매각 협상이 GM측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올해 내 본계약 체결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과 대우차 주변에서는 “대우차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업체가 GM밖에 없다 해도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판을 깨는 게 나은 것 아닌가” 하는 극단적인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통상 국제적인 기업 인수 합병(M&A) 거래에서는 본계약 체결 전까지 협의 내용을 비밀에 부치는 게 관례. 대우차 매각 협상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협상의 당사자인 대우차와 대우차 대표 채권자인 한국산업은행, 그리고 GM측 어디에서도 본계약 협상에 관련한 논의 내용을 확인하기 힘든 상태. 그러나 “GM측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얘기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차라리 판 깨는 게 나은 것 아닌가”
여기에 GM측의 언론 플레이나 여론 공세도 대우차와 채권단보다 한수 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우차 매각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한때 GM측 얘기만 듣고 ‘GM이 협상안을 제시했는데도 대우차나 채권단에서 반응이 없어 협상이 늦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들을 찾아다니며 해명하느라 쓸데없는 정력만 낭비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지난 9월21일 대우차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MOU 체결 즉시 GM이 최종 실사에 착수해 올해 내 구속력 있는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GM은 11월 말까지 현장 실사를 마쳤고, 현장 실사와 병행해 온 본계약 협상도 12월4일부터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 양측은 GM이 국내 로펌인 김&장의 자문을 받아 대우차측에 제안해 놓은 25종류의 계약서 초안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고 있다.
GM측이 밀어붙이고 있다는 얘기는 바로 이 초안에 담긴 내용이 MOU의 정신을 ‘합리적으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 MOU에 따르면 채권단과 GM은 각각 4억 달러와 1억9700만 달러를 출자해 새로운 법인을 만들고, 이 법인이 대우차 창원공장과 군산공장 등 대우차의 영업 및 자산 일부를 인수하게 된다. GM은 이를 인수하는 대가로 채권단에 신설법인 주식 12억 달러어치를 지급한다.
GM의 무리수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특별소비세 면제 요구. GM은 본계약 협상에서 GM이 인수한 이후 신설법인이 파는 자동차 가격에 부과하는 특소세를 5년간 면제해 달라고 요구, 정부와 채권단을 당혹스럽게 했다. 당초 MOU에도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요구 사항인 데다 특정 기업의 특소세 면제를 위해 법을 개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 정부와 채권단은 GM측을 겨우 설득한 끝에 ‘특소세 6개월 유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말 도쿄 모터쇼 현장을 방문한 GM 잭 스미스 회장의 발언 내용도 한때 대우차 및 채권단 관계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스미스 회장은 당시 “대우자동차와 관련된 어떤 ‘부채’도 떠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5억1000만 달러를 한도로 퇴직급여 충당금, 협력업체 관련 채무 등 상거래 ‘부채’를 인수하기로 한 MOU 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발언이다. 그러나 스미스 회장이 떠맡지 않겠다고 한 것은 대우차의 ‘부채’가 아니라 ‘국내 금융권 차입금’인 것으로 확인돼 대우차 및 채권단 관계자들은 뒤늦게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후문.
MOU 내용 가운데 논란의 핵심은 부평공장 설비에 대한 처리. MOU에 따르면 부평공장은 계속 가동함으로써 신설법인에 완성차, 엔진, 변속기 및 부품을 공급하고, 향후 신설법인이 적절하다고 판단할 때 인수하게 된다. 이에 대해 대우차 노조 등에서는 “부평공장을 어떻게 유지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본계약 협상에서도 이 문제를 반영하려는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일부 언론에서 “대우차와 GM이 내년 부평공장에서 매그너스와 라노스 후속모델인 T-200(프로젝트명) 등 2개 차종을 연간 20만대씩 생산해 GM측이 판매를 책임지기로 사실상 합의했다”고 보도해 관심을 끌었다. 보도대로라면 대우차 노조가 요구한 고용승계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생산 규모다.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대우차 노조 최종학 대변인은 “부평공장 유지 발전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계약이 체결된다면 부평공장이 생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본계약 체결 이후에는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끊기는 데다 아직 정산하지 않은 협력업체들의 납품 대금 1조5000억원도 처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 이와 관련, 대우차 협력업체들은 납품 대금 정산을 요구하며 12월11일부터 부품 공급을 중단하고 있다.
물론 회사측에서는 노조의 이런 우려가 과장된 것이라고 말한다. 대우차 고위 임원은 “부평공장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으며, 앞으로 제조비용은 신설법인에 부담시키면 되므로 생존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이어 “부평공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가동률이 40% 수준만 돼도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게 됐다”면서 “세계적으로 이런 공장은 없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MOU 내용을 보면 GM이 부평공장에 대해 어떤 보장도 하지 않으면서 부평공장을 다른 업체로 매각할 수도 없게 돼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대우차를 GM에 매각하기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였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GM이 오랜 동안 상당한 규모로 대우차를 유지하도록 본계약이 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본계약에서 이런 보장이 없다면 극단적인 경우 채권단이 대우차 매각 대금으로 받게 될 신설 법인의 장기 우선주 12억 달러가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GM이 2, 3년 후 대우차 인수를 위해 투입한 신설법인 출자분 4억 달러를 포기하고 철수하겠다고 하면 신설법인 주식은 아무런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 게다가 국내 채권단이 신설 법인에 빌려주기로 한 장기 운영자금도 떼일 수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얘기다. GM도 MOU 체결 발표문에서 “대우차 인수를 통해 글로벌 영업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 시장 진입과 경쟁력 있는 완성차 플랫폼 포트폴리오 구성 등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 대우차에 대한 관심이 ‘대우차 고사’ 차원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우차 관계자도 “현재 GM은 유럽이나 남미, 아시아 태평양 쪽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한국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고 대우차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적인 계약은 극단적인 경우까지 감안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본계약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대우차 및 채권단 관계자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MOU 체결 발표 후 여론은 골치 아픈 대우차가 팔리게 되니 다행이라는 분위기여서 협상 내용에는 관심도 없고, 따라서 채권단을 응원해 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 정부나 여론이 자신들에게 힘을 실어달라는 얘기다.
채권단 관계자들은 이런 점에서 무리한 요구를 내놓는 GM보다 정부측 태도가 더 섭섭하다고 말한다. 정부는 채권단에 “협상을 올해 내로 끝내라”고 재촉만 하고 있을 뿐 협상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관심도 보이지 않기 때문. “어차피 본계약 체결이 올해 안에는 어렵게 된 마당에 GM의 밀어붙이기에 ‘버티기’로 맞서는 채권단의 힘을 빼는 일만은 없어야 할 것”이라는 채권단 관계자의 지적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통상 국제적인 기업 인수 합병(M&A) 거래에서는 본계약 체결 전까지 협의 내용을 비밀에 부치는 게 관례. 대우차 매각 협상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협상의 당사자인 대우차와 대우차 대표 채권자인 한국산업은행, 그리고 GM측 어디에서도 본계약 협상에 관련한 논의 내용을 확인하기 힘든 상태. 그러나 “GM측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얘기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차라리 판 깨는 게 나은 것 아닌가”
여기에 GM측의 언론 플레이나 여론 공세도 대우차와 채권단보다 한수 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우차 매각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한때 GM측 얘기만 듣고 ‘GM이 협상안을 제시했는데도 대우차나 채권단에서 반응이 없어 협상이 늦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들을 찾아다니며 해명하느라 쓸데없는 정력만 낭비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지난 9월21일 대우차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MOU 체결 즉시 GM이 최종 실사에 착수해 올해 내 구속력 있는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GM은 11월 말까지 현장 실사를 마쳤고, 현장 실사와 병행해 온 본계약 협상도 12월4일부터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 양측은 GM이 국내 로펌인 김&장의 자문을 받아 대우차측에 제안해 놓은 25종류의 계약서 초안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고 있다.
GM측이 밀어붙이고 있다는 얘기는 바로 이 초안에 담긴 내용이 MOU의 정신을 ‘합리적으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 MOU에 따르면 채권단과 GM은 각각 4억 달러와 1억9700만 달러를 출자해 새로운 법인을 만들고, 이 법인이 대우차 창원공장과 군산공장 등 대우차의 영업 및 자산 일부를 인수하게 된다. GM은 이를 인수하는 대가로 채권단에 신설법인 주식 12억 달러어치를 지급한다.
GM의 무리수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특별소비세 면제 요구. GM은 본계약 협상에서 GM이 인수한 이후 신설법인이 파는 자동차 가격에 부과하는 특소세를 5년간 면제해 달라고 요구, 정부와 채권단을 당혹스럽게 했다. 당초 MOU에도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요구 사항인 데다 특정 기업의 특소세 면제를 위해 법을 개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 정부와 채권단은 GM측을 겨우 설득한 끝에 ‘특소세 6개월 유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말 도쿄 모터쇼 현장을 방문한 GM 잭 스미스 회장의 발언 내용도 한때 대우차 및 채권단 관계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스미스 회장은 당시 “대우자동차와 관련된 어떤 ‘부채’도 떠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5억1000만 달러를 한도로 퇴직급여 충당금, 협력업체 관련 채무 등 상거래 ‘부채’를 인수하기로 한 MOU 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발언이다. 그러나 스미스 회장이 떠맡지 않겠다고 한 것은 대우차의 ‘부채’가 아니라 ‘국내 금융권 차입금’인 것으로 확인돼 대우차 및 채권단 관계자들은 뒤늦게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후문.
MOU 내용 가운데 논란의 핵심은 부평공장 설비에 대한 처리. MOU에 따르면 부평공장은 계속 가동함으로써 신설법인에 완성차, 엔진, 변속기 및 부품을 공급하고, 향후 신설법인이 적절하다고 판단할 때 인수하게 된다. 이에 대해 대우차 노조 등에서는 “부평공장을 어떻게 유지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본계약 협상에서도 이 문제를 반영하려는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일부 언론에서 “대우차와 GM이 내년 부평공장에서 매그너스와 라노스 후속모델인 T-200(프로젝트명) 등 2개 차종을 연간 20만대씩 생산해 GM측이 판매를 책임지기로 사실상 합의했다”고 보도해 관심을 끌었다. 보도대로라면 대우차 노조가 요구한 고용승계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생산 규모다.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대우차 노조 최종학 대변인은 “부평공장 유지 발전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계약이 체결된다면 부평공장이 생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본계약 체결 이후에는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끊기는 데다 아직 정산하지 않은 협력업체들의 납품 대금 1조5000억원도 처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 이와 관련, 대우차 협력업체들은 납품 대금 정산을 요구하며 12월11일부터 부품 공급을 중단하고 있다.
물론 회사측에서는 노조의 이런 우려가 과장된 것이라고 말한다. 대우차 고위 임원은 “부평공장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으며, 앞으로 제조비용은 신설법인에 부담시키면 되므로 생존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이어 “부평공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가동률이 40% 수준만 돼도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게 됐다”면서 “세계적으로 이런 공장은 없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MOU 내용을 보면 GM이 부평공장에 대해 어떤 보장도 하지 않으면서 부평공장을 다른 업체로 매각할 수도 없게 돼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대우차를 GM에 매각하기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였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GM이 오랜 동안 상당한 규모로 대우차를 유지하도록 본계약이 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본계약에서 이런 보장이 없다면 극단적인 경우 채권단이 대우차 매각 대금으로 받게 될 신설 법인의 장기 우선주 12억 달러가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GM이 2, 3년 후 대우차 인수를 위해 투입한 신설법인 출자분 4억 달러를 포기하고 철수하겠다고 하면 신설법인 주식은 아무런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 게다가 국내 채권단이 신설 법인에 빌려주기로 한 장기 운영자금도 떼일 수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얘기다. GM도 MOU 체결 발표문에서 “대우차 인수를 통해 글로벌 영업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 시장 진입과 경쟁력 있는 완성차 플랫폼 포트폴리오 구성 등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 대우차에 대한 관심이 ‘대우차 고사’ 차원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우차 관계자도 “현재 GM은 유럽이나 남미, 아시아 태평양 쪽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한국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고 대우차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적인 계약은 극단적인 경우까지 감안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본계약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대우차 및 채권단 관계자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MOU 체결 발표 후 여론은 골치 아픈 대우차가 팔리게 되니 다행이라는 분위기여서 협상 내용에는 관심도 없고, 따라서 채권단을 응원해 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 정부나 여론이 자신들에게 힘을 실어달라는 얘기다.
채권단 관계자들은 이런 점에서 무리한 요구를 내놓는 GM보다 정부측 태도가 더 섭섭하다고 말한다. 정부는 채권단에 “협상을 올해 내로 끝내라”고 재촉만 하고 있을 뿐 협상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관심도 보이지 않기 때문. “어차피 본계약 체결이 올해 안에는 어렵게 된 마당에 GM의 밀어붙이기에 ‘버티기’로 맞서는 채권단의 힘을 빼는 일만은 없어야 할 것”이라는 채권단 관계자의 지적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