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번 폭파테러 사건의 배후인물로 유력시되는 오사마 빈 라덴을 미국에 넘겨주길 거부해 미군의 보복공격 대상이 된 아프가니스탄은 1인당 소득 800달러(1999년 추정치)의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다. 식량위기가 일어나기 전에도 아프가니스탄의 사정은 비참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5세 이하 어린이 4명 가운데 1명이 죽을 정도로 유아 사망률이 높다. 평균수명 46세에서 알 수 있듯 의료 혜택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가난하다 못해 사람의 시신을 파내 그 유골을 비누 만드는 재료로 걷어가는 나라다.
아프가니스탄은 4년 동안 계속된 가뭄으로 식량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미국이 공습을 시작하면 더 많은 사람이 오도가도 못하고 굶어죽을 판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은 150만 명의 기아인구가 식량을 찾아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다 최근 파키스탄으로 피신한 한 민간단체(NGO) 요원은 “국제사회에서 어떤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면 수십만·수백만 명이 굶어죽는 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아프가니스탄은 65만 km2의 면적에 2500만 명이 살고 있다. 그 가운데 300만 명이 유엔의 구호식량으로 목숨을 이어가지만 여전히 해마다 100만 명이 기아에 허덕인다.
1인 소득 800弗, 20년 전란에 찌든 ‘지구상 최빈국’
이런 비참한 상황에서 허우적대는 아프가니스탄이 동서냉전이 막을 내린 이래 유일 강대국인 미국의 싸움상대로 꼽힌다는 것은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은 발칸의 군사강국 세르비아, 아랍의 맹주를 꿈꾸는 리비아·이라크 등과는 다르다. 20년 넘게 전란에 찌든 나라다. 지난 79년 소련군 침공 때 시작한 내전과 최근 몇 년 동안의 가뭄으로 그나마 있던 산업시설들은 흙먼지로 뒤덮였다. 아프가니스탄 난민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 쪽 집계에 의하면 내전으로 인한 난민은 지금까지 350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이 공습을 시작하면 난민 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미국의 보복공격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아프가니스탄 국경지역은 탈출하려는 난민으로 북새통을 이룬다는 소식이다. 피난 행렬은 지난 9월13일 카불 주재 외교관과 유엔 구호요원들이 철수하면서 더욱 길어졌다.
화요일의 대참사를 겪은 미국 시민은 처음엔 부시 행정부의 보복공격 방침에 90%가 넘는 지지율을 보였다. 이슬람 포비아(Islam phobia: 이슬람 공포증)가 퍼져 애꿎은 아랍계 미국인이 일부 극우분자에게 가혹행위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금씩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보복공격에 대한 지지율은 낮아졌다. 무엇보다 테러사건의 총연출자로 꼽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관련사실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고, 더구나 그가 숨은 곳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공습에 나서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빈 라덴과 조직원들 대신 애꿎은 민간인만 희생할 가능성이 크다. CNN 조사 결과 12일 92%에 달한 전쟁 지지 여론이 15일에는 62%로 떨어졌다.
미국의 탈레반 공격 시점이 임박한 가운데 미 언론들은 조금씩 신중론을 펴는 입장이다. 보복이 또 다른 보복을 낳는 피의 악순환을 피해야 한다는 논리다. ‘뉴욕 타임스’는 15일자 사설에서 “부시 행정부는 테러리즘 지원국가를 끝장내겠다는 듯한 입장이지만 아프가니스탄에다 이란·이라크·시리아·수단이 포함된다면 과연 인구 1억5000만 명이 넘는 이 국가들 모두와 전쟁하겠다는 것이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15일자 사설에서 “진정한 성공전략은 아랍국가의 폭넓은 지지 아래 탈레반 정권에 최후통첩을 보내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는 100여 만 명의 굶주리는 난민이 있고 유엔 식량계획의 지원이 이뤄졌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면서 부시 행정부의 신중한 대처를 주문했다.
“우리는 전쟁중이다”며 처음 기세등등하던 부시 행정부도 시간이 지나면서 상당히 조심스런 태도를 보인다. 막상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려니 쉽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앞서 ‘워싱턴 포스트’가 지적한 아프간 기아문제가 부시 행정부의 우선 고려사항은 아닐 것이다. 미국을 고심하게 만드는 것은 해발 1000여 m가 넘는 산악지대로 이루어진 아프가니스탄의 특이한 지형이다. 미국은 걸프전 때 아라비아 사막의 확 트인 곳에서 군사작전을 펼쳤다. 미국의 우수한 공군력으로 적을 제압하는 데는 사막보다 좋은 환경이 없다. 베트남전에서 미국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고엽제까지 뿌려댔다. 그러나 월맹군과 베트콩의 매복에 걸려 많은 사상자를 낸 쓰라린 체험이 있다.
아프가니스탄도 지형이 험하기로는 베트남과 다를 바 없다. 이번에는 밀림이 아닌 험준한 산악지대다. 군사력에서 미국과 맞먹은 구소련 군대가 패한 까닭도 바로 이런 지형지물 탓이 크다. 자칫하면 제2의 베트남전으로 끌려 들어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테러사건이 일어난 지 나흘 뒤 부시 미 대통령이 “이번 전쟁은 쉽지 않을 것이며 길어질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빈 라덴과 탈레반 지도부를 몰아내고 아프가니스탄에 친미정권을 세운다 해도 뒷마무리가 어렵다. 탈레반 잔존세력이 지난날 소련군에게 그랬던 것처럼 친미정권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펼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 부담이 따른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부시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수렁에 빠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 탈레반 정권을 향해 전쟁 불사를 외치는 것은 탈레반으로 하여금 빈 라덴을 내놓으라는 으름장쯤으로 여겨진다.
탈레반 정권도 이런 부시 행정부의 고민을 훤히 내다볼 것이다. 그러나 그들로서도 빈 라덴을 고분고분 내줄 처지가 못 된다. 탈레반 정권을 위해 싸우는 회교전사들 가운데는 빈 라덴과 마찬가지로 이슬람 원리주의자로 회교 성전(지하드)을 위해 이웃 아랍국가에서 온 6000명 가량의 지원자들이 있다. 빈 라덴을 내줄 경우 탈레반 정권은 중대한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할 때 부시 행정부는 일단 공습에 나선 다음 탈레반 정권과 밀착해 온 파키스탄 정부를 움직여 빈 라덴의 신병 처리문제를 풀어갈 것으로 보인다. 아프가니스탄에 미 지상군이 투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상군 투입은 부시 행정부가 내밀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일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은 4년 동안 계속된 가뭄으로 식량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미국이 공습을 시작하면 더 많은 사람이 오도가도 못하고 굶어죽을 판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은 150만 명의 기아인구가 식량을 찾아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다 최근 파키스탄으로 피신한 한 민간단체(NGO) 요원은 “국제사회에서 어떤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면 수십만·수백만 명이 굶어죽는 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아프가니스탄은 65만 km2의 면적에 2500만 명이 살고 있다. 그 가운데 300만 명이 유엔의 구호식량으로 목숨을 이어가지만 여전히 해마다 100만 명이 기아에 허덕인다.
1인 소득 800弗, 20년 전란에 찌든 ‘지구상 최빈국’
이런 비참한 상황에서 허우적대는 아프가니스탄이 동서냉전이 막을 내린 이래 유일 강대국인 미국의 싸움상대로 꼽힌다는 것은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은 발칸의 군사강국 세르비아, 아랍의 맹주를 꿈꾸는 리비아·이라크 등과는 다르다. 20년 넘게 전란에 찌든 나라다. 지난 79년 소련군 침공 때 시작한 내전과 최근 몇 년 동안의 가뭄으로 그나마 있던 산업시설들은 흙먼지로 뒤덮였다. 아프가니스탄 난민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 쪽 집계에 의하면 내전으로 인한 난민은 지금까지 350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이 공습을 시작하면 난민 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미국의 보복공격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아프가니스탄 국경지역은 탈출하려는 난민으로 북새통을 이룬다는 소식이다. 피난 행렬은 지난 9월13일 카불 주재 외교관과 유엔 구호요원들이 철수하면서 더욱 길어졌다.
화요일의 대참사를 겪은 미국 시민은 처음엔 부시 행정부의 보복공격 방침에 90%가 넘는 지지율을 보였다. 이슬람 포비아(Islam phobia: 이슬람 공포증)가 퍼져 애꿎은 아랍계 미국인이 일부 극우분자에게 가혹행위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금씩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보복공격에 대한 지지율은 낮아졌다. 무엇보다 테러사건의 총연출자로 꼽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관련사실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고, 더구나 그가 숨은 곳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공습에 나서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빈 라덴과 조직원들 대신 애꿎은 민간인만 희생할 가능성이 크다. CNN 조사 결과 12일 92%에 달한 전쟁 지지 여론이 15일에는 62%로 떨어졌다.
미국의 탈레반 공격 시점이 임박한 가운데 미 언론들은 조금씩 신중론을 펴는 입장이다. 보복이 또 다른 보복을 낳는 피의 악순환을 피해야 한다는 논리다. ‘뉴욕 타임스’는 15일자 사설에서 “부시 행정부는 테러리즘 지원국가를 끝장내겠다는 듯한 입장이지만 아프가니스탄에다 이란·이라크·시리아·수단이 포함된다면 과연 인구 1억5000만 명이 넘는 이 국가들 모두와 전쟁하겠다는 것이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15일자 사설에서 “진정한 성공전략은 아랍국가의 폭넓은 지지 아래 탈레반 정권에 최후통첩을 보내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는 100여 만 명의 굶주리는 난민이 있고 유엔 식량계획의 지원이 이뤄졌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면서 부시 행정부의 신중한 대처를 주문했다.
“우리는 전쟁중이다”며 처음 기세등등하던 부시 행정부도 시간이 지나면서 상당히 조심스런 태도를 보인다. 막상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려니 쉽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앞서 ‘워싱턴 포스트’가 지적한 아프간 기아문제가 부시 행정부의 우선 고려사항은 아닐 것이다. 미국을 고심하게 만드는 것은 해발 1000여 m가 넘는 산악지대로 이루어진 아프가니스탄의 특이한 지형이다. 미국은 걸프전 때 아라비아 사막의 확 트인 곳에서 군사작전을 펼쳤다. 미국의 우수한 공군력으로 적을 제압하는 데는 사막보다 좋은 환경이 없다. 베트남전에서 미국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고엽제까지 뿌려댔다. 그러나 월맹군과 베트콩의 매복에 걸려 많은 사상자를 낸 쓰라린 체험이 있다.
아프가니스탄도 지형이 험하기로는 베트남과 다를 바 없다. 이번에는 밀림이 아닌 험준한 산악지대다. 군사력에서 미국과 맞먹은 구소련 군대가 패한 까닭도 바로 이런 지형지물 탓이 크다. 자칫하면 제2의 베트남전으로 끌려 들어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테러사건이 일어난 지 나흘 뒤 부시 미 대통령이 “이번 전쟁은 쉽지 않을 것이며 길어질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빈 라덴과 탈레반 지도부를 몰아내고 아프가니스탄에 친미정권을 세운다 해도 뒷마무리가 어렵다. 탈레반 잔존세력이 지난날 소련군에게 그랬던 것처럼 친미정권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펼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 부담이 따른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부시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수렁에 빠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 탈레반 정권을 향해 전쟁 불사를 외치는 것은 탈레반으로 하여금 빈 라덴을 내놓으라는 으름장쯤으로 여겨진다.
탈레반 정권도 이런 부시 행정부의 고민을 훤히 내다볼 것이다. 그러나 그들로서도 빈 라덴을 고분고분 내줄 처지가 못 된다. 탈레반 정권을 위해 싸우는 회교전사들 가운데는 빈 라덴과 마찬가지로 이슬람 원리주의자로 회교 성전(지하드)을 위해 이웃 아랍국가에서 온 6000명 가량의 지원자들이 있다. 빈 라덴을 내줄 경우 탈레반 정권은 중대한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할 때 부시 행정부는 일단 공습에 나선 다음 탈레반 정권과 밀착해 온 파키스탄 정부를 움직여 빈 라덴의 신병 처리문제를 풀어갈 것으로 보인다. 아프가니스탄에 미 지상군이 투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상군 투입은 부시 행정부가 내밀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