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일부터 12일까지 계속된 ‘2001교향악 축제’는 이색 이벤트를 마련했다. 연주회 시작 20분 전부터 음악평론가 홍승찬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가 곡 해설과 감상예절을 구수한 입담으로 관객들에게 전한 것이다. 예술의전당 안호상 공연기획팀장은 12년째에 접어든 이번 교향악 축제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난해한 현대음악과 연주단체가 선호하는 곡보다 우리 청중이 좋아하고, 아끼는 레퍼토리를 골라 무대에 올렸습니다. 처음 시도한 콘서트 가이드와 리뷰제(아마추어 비평가 모집) 또한 일반 음악팬들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지요.”
이렇듯 청중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은 덕분에 관객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30%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음악적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 교향악단들은 갈 길이 바쁘다. 1945년 광복과 더불어 창단한 고려교향악단을 기점으로 교향악 운동도 반세기를 넘어섰건만 여전히 ‘국내용’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연히 말레이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고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수석단원 연봉이 5만 달러(한화 약 7500만원), 평단원 4만 달러였다. 연봉 10만 달러 이상을 받는 미국 LA 필하모닉의 경우를 따지지 않더라도, 우리와 비슷한 경제력을 가진 동남아국가의 교향악단이 우리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국내 최고 대우를 받는 KBS 교향악단 단원 평균 연봉이 약 2500만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대부분 명문 음대 출신에 유학까지 다녀온 사람들이다). 말러 시리즈 등의 기획공연으로 돌풍을 일으킨 부천필의 경우 작년에 크게 증액한 예산이 20억원 수준이고, 수석단원의 연봉은 1600만원을 겨우 넘는다. 사실 이런 대우를 받으며 부천필이 오늘날과 같은 연주력을 지니게 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민간과 지방교향악단을 살펴보면 정말 눈물겨울 정도다. 코리안 심포니는 예술의전당 전속 오케스트라로 계약을 한 뒤 그나마 연간 예산이 15억원이 되었고, 그중에서 5억원은 자체 연주수익으로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민간교향악단에서는 아예 월급이 없고 연주 때마다 10만원 남짓한 수당을 준다. 단원들의 급여 수준이 최소한의 생계비도 안 되는 상태니 그밖에 오케스트라 지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해 마산시향을 방문했을 때 한여름의 축축한 습기마저 느껴지는 체육관 지하 연습실에서 단원들은 땀을 흘리며 연습중이었다. 1984년 창단한 마산시향은 아직까지 비상임체제로 운영된다. 마산시향의 올해 예산은 인건비와 연주회 경비를 포함해 약 7억원 정도. 이마저 80% 이상을 인건비로 지출한다. 물론 제대로 된 전용홀은 생각조차 못하였다.
그나마 대구문예회관 대극장은 연주홀의 가장 기초적인 요건이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녹음장비도 없다. 그래서 대구시향이 대구에서 한 연주는 카세트 테이프 몇 개로 보관되어 있을 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녹음한 베를린 필의 연주 테이프가 지금도 CD로 복각되어 전 세계에서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음악자료가 생명인 교향악단에서 연주를 담은 음원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지방교향악단은 부산 대구 광주 등의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고, 대부분 전체 단원 중 비상임단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안정된 합주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결국 단원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레슨에 매달리고, 연습시간 부족으로 연주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러다 실력이 뛰어난 단원들마저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떠나면 교향악단 운영은 마비상태가 된다. 부천필의 경우 지난 1년 사이 수석단원 2명이 떠났다.
단원들의 처우가 이러한대 오케스트라 운영의 중추역할인 매니징파트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시립교향악단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 버밍엄 시립교향악단은 교향악단 운영국에서 본부 인원 9명, 기획팀(합창단까지 포함해서) 9명, 마케팅부 7명, 재정부 7명, 청중 교육담당 2명, 전용홀 관리 5명 등 총 39명이 매니징을 한다. 그러나 국내 교향악단의 경우 수십 년 동안 단무장과 사무원 1명의 운영체계를 유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기획연주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교향악단 전체 예산 중 기획예산은 10%도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한 교향악단도 별로 없다. 2년 후 연주 스케줄과 협연자까지 상세히 나와 있는 외국 교향악단과 비교하면 부끄러울 뿐이다.
이같은 문제점들이 여러 차례 지적되었지만 개선이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교향악단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부족 때문. 공연상품은 투자한 만큼 회수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 이는 음악 선진국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결국 국민의 문화 수준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공연예술매니지먼트협회 강석흥 회장은 “앞으로 20년 안에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우리 클래식 인구는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미래의 청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음악교육이 없기 때문이지요”라고 경고했다. 교향악단의 현실을 논하기 전에 청중 계발의 필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다. 예술의전당 교향악 축제를 기획해 온 정동혁 과장은 “치밀한 기획과 홍보가 이루어지려면 반드시 교향악단 사무국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교향악단의 미래가 그렇게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부천시향은 작게나마 기획-홍보-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무국을 구성하고 법률적인 걸림돌이 된 조례를 개정했다. 수원시향의 경우는 더 고무적이다. 올해 예산을 전년에 비해 무려 57% 인상한 22억으로 증액하고, 단원 11명을 충원하는 등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시민들에게 음악 서비스 차원에서 수원시향을 지원할 것입니다. 예술단을 총괄하는 기획실을 만들어 체계적인 교향악단 운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무광 수원시 부시장의 다짐이다. 지방 교향악단 중 유일하게 외국인 지휘자를 둔 대구시향도 작년에 예산을 14% 인상하고, 팀파니와 피아노를 바꾸었다. “대구 소재의 많은 음악대학에서 배출하는 우수 인력을 교향악단에서 흡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외국의 유명 지휘자를 객원으로 초청하고, 외국 유명 오케스트라와의 교류도 활성화할 것입니다”(문희갑 대구시장).
교향악단은 한 나라, 한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단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관심과 기업의 문화지원, 음악교육의 정상화, 그리고 국민들의 음악에 대한 애정만이 고사 직전의 교향악단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이렇듯 청중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은 덕분에 관객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30%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음악적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 교향악단들은 갈 길이 바쁘다. 1945년 광복과 더불어 창단한 고려교향악단을 기점으로 교향악 운동도 반세기를 넘어섰건만 여전히 ‘국내용’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연히 말레이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고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수석단원 연봉이 5만 달러(한화 약 7500만원), 평단원 4만 달러였다. 연봉 10만 달러 이상을 받는 미국 LA 필하모닉의 경우를 따지지 않더라도, 우리와 비슷한 경제력을 가진 동남아국가의 교향악단이 우리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국내 최고 대우를 받는 KBS 교향악단 단원 평균 연봉이 약 2500만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대부분 명문 음대 출신에 유학까지 다녀온 사람들이다). 말러 시리즈 등의 기획공연으로 돌풍을 일으킨 부천필의 경우 작년에 크게 증액한 예산이 20억원 수준이고, 수석단원의 연봉은 1600만원을 겨우 넘는다. 사실 이런 대우를 받으며 부천필이 오늘날과 같은 연주력을 지니게 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민간과 지방교향악단을 살펴보면 정말 눈물겨울 정도다. 코리안 심포니는 예술의전당 전속 오케스트라로 계약을 한 뒤 그나마 연간 예산이 15억원이 되었고, 그중에서 5억원은 자체 연주수익으로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민간교향악단에서는 아예 월급이 없고 연주 때마다 10만원 남짓한 수당을 준다. 단원들의 급여 수준이 최소한의 생계비도 안 되는 상태니 그밖에 오케스트라 지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해 마산시향을 방문했을 때 한여름의 축축한 습기마저 느껴지는 체육관 지하 연습실에서 단원들은 땀을 흘리며 연습중이었다. 1984년 창단한 마산시향은 아직까지 비상임체제로 운영된다. 마산시향의 올해 예산은 인건비와 연주회 경비를 포함해 약 7억원 정도. 이마저 80% 이상을 인건비로 지출한다. 물론 제대로 된 전용홀은 생각조차 못하였다.
그나마 대구문예회관 대극장은 연주홀의 가장 기초적인 요건이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녹음장비도 없다. 그래서 대구시향이 대구에서 한 연주는 카세트 테이프 몇 개로 보관되어 있을 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녹음한 베를린 필의 연주 테이프가 지금도 CD로 복각되어 전 세계에서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음악자료가 생명인 교향악단에서 연주를 담은 음원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지방교향악단은 부산 대구 광주 등의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고, 대부분 전체 단원 중 비상임단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안정된 합주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결국 단원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레슨에 매달리고, 연습시간 부족으로 연주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러다 실력이 뛰어난 단원들마저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떠나면 교향악단 운영은 마비상태가 된다. 부천필의 경우 지난 1년 사이 수석단원 2명이 떠났다.
단원들의 처우가 이러한대 오케스트라 운영의 중추역할인 매니징파트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시립교향악단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 버밍엄 시립교향악단은 교향악단 운영국에서 본부 인원 9명, 기획팀(합창단까지 포함해서) 9명, 마케팅부 7명, 재정부 7명, 청중 교육담당 2명, 전용홀 관리 5명 등 총 39명이 매니징을 한다. 그러나 국내 교향악단의 경우 수십 년 동안 단무장과 사무원 1명의 운영체계를 유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기획연주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교향악단 전체 예산 중 기획예산은 10%도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한 교향악단도 별로 없다. 2년 후 연주 스케줄과 협연자까지 상세히 나와 있는 외국 교향악단과 비교하면 부끄러울 뿐이다.
이같은 문제점들이 여러 차례 지적되었지만 개선이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교향악단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부족 때문. 공연상품은 투자한 만큼 회수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 이는 음악 선진국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결국 국민의 문화 수준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공연예술매니지먼트협회 강석흥 회장은 “앞으로 20년 안에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우리 클래식 인구는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미래의 청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음악교육이 없기 때문이지요”라고 경고했다. 교향악단의 현실을 논하기 전에 청중 계발의 필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다. 예술의전당 교향악 축제를 기획해 온 정동혁 과장은 “치밀한 기획과 홍보가 이루어지려면 반드시 교향악단 사무국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교향악단의 미래가 그렇게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부천시향은 작게나마 기획-홍보-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무국을 구성하고 법률적인 걸림돌이 된 조례를 개정했다. 수원시향의 경우는 더 고무적이다. 올해 예산을 전년에 비해 무려 57% 인상한 22억으로 증액하고, 단원 11명을 충원하는 등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시민들에게 음악 서비스 차원에서 수원시향을 지원할 것입니다. 예술단을 총괄하는 기획실을 만들어 체계적인 교향악단 운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무광 수원시 부시장의 다짐이다. 지방 교향악단 중 유일하게 외국인 지휘자를 둔 대구시향도 작년에 예산을 14% 인상하고, 팀파니와 피아노를 바꾸었다. “대구 소재의 많은 음악대학에서 배출하는 우수 인력을 교향악단에서 흡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외국의 유명 지휘자를 객원으로 초청하고, 외국 유명 오케스트라와의 교류도 활성화할 것입니다”(문희갑 대구시장).
교향악단은 한 나라, 한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단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관심과 기업의 문화지원, 음악교육의 정상화, 그리고 국민들의 음악에 대한 애정만이 고사 직전의 교향악단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