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하월곡동에서 안양까지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서성원씨(33)는 최근 자신의 신용카드 마일리지 실적을 점검해 보고 입가에 미소를 떠올렸다. 1주일에 한번씩 들르는 주유소의 주유 실적만으로 적립한 마일리지가 최근 서울-로스앤젤레스를 왕복할 수 있는 분량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출퇴근 거리가 두배쯤 되는 서씨가 기름만 많이 넣었다고 해서 마일리지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서씨가 갖고 있는 신용카드는 모두 세 종류. S정유사와 제휴되어 있는 B카드와 K항공사와 제휴한 S카드, 그리고 N백화점과 제휴되어 있는 L카드 등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처럼 주변의 부탁으로 신용카드를 만들어 그때그때 구분없이 사용해오던 서씨는 1년 전부터 승용차에 기름을 넣을 때는, 기름값 1000원당 1마일을 적립해주는 다른 카드사에 비해 월등히 많은 1000원당 3마일을 제공하는 B카드를, 일반 물품을 구매할 때는 항공사 마일리지는 1000원당 1마일이지만 대신 제휴업체가 월등히 많은 S카드를 사용한다.
적립 마일리지로 온라인서 물건도 구매
이렇게 세분화된 마일리지 전략을 구사한 결과 서씨는 한 달에 국내선 편도보다도 많은 600마일을 적립하면서 1년 반 만에 서울-LA 왕복 항공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서씨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마일리지와 포인트제를 활용한 ‘마일리지 테크’에 성공해 짭짤한 재미를 본 것이다. 서씨는 “신용카드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만드는 것을 삼가고 2개 정도의 카드를 만들어 포인트를 분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항공사의 상용고객 우대제도를 의미하던 마일리지 제도가 신용카드는 물론 휴대전화, 철도 여행 등 모든 분야로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마일리지 세상이 눈앞에 열리고 있다. 마일리지나 포인트 적립 제도는 생필품 구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피자나 치킨 등 먹을거리를 주문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지장면 두 그릇만 시켜도 스티커 한 장씩을 나눠주고 시내에서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 퀵서비스를 불러도 오토바이맨들이 스티커 한 장을 붙여주고 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생활 주변에 널려 있는 마일리지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절약의 포인트가, 기업 입장에서는 마케팅의 승부수가 달려 있는 셈이다.
전통적 마일리지 방식은 적립한 마일리지에 따라 상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기업 입장에서는 자기 이윤의 범위 내에서 마일리지를 공급할 수밖에 없고 마일리지 폭도 작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면 적립한 마일리지를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방식. 그러나 무엇보다 최근에 눈에 띄는 것은 적립 마일리지를 온라인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사이버머니로 전환해주는 업체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온-오프라인 통합 마일리지 서비스업체인 머니텐(www.money10.co.kr)은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주유소와 슈퍼마켓을 표적으로 삼아 600개 정도의 가맹점을 확보해 마일리지 서비스에 들어갔다. 고객 회원들은 기름을 넣거나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산 금액의 일정 비율을 마일리지로 되돌려받은 뒤 이렇게 얻은 사이버머니를 온라인상에 구축되어 있는 이 회사의 다양한 제휴사에서 물품을 구매할 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회사 이상만 대표이사는 “마일리지는 이제 단순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라고 말했다.
메타랜드에서 운영하는 ‘넷포인트’(www.netpoints.co.kr)도 비슷한 경우.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한번의 클릭으로 조성모 음반을 공짜로 얻는다’는 식의 광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일정 포인트 이상을 적립한 회원에게 조성모 3집 CD를 무료 배포하는 마케팅을 펼쳐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포인트가 모자란 사람들은 제휴은행의 신용카드에 회원 가입하면 즉석에서 수십만 포인트를 얻어 무료 CD를 손에 쥐기도 했다.
최근 마케팅 분야에서 화제가 되는 것들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해 마일리지를 교류하는 신종 기법들이다.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마일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늘어나다보니 소비자들도 마일리지를 단순히 사은 서비스 수준으로 인식하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자신들의 무형 자산으로 중요시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는 마일리지나 포인트 제도와 관련한 상담이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소보원에는 올해 들어서만 지난해에는 없던 20건 정도의 마일리지 관련 불만 사례가 올라왔다.
일부 신용카드사의 경우 고객 폭증으로 인해 포인트 적립 부담이 늘어나자 항공 마일리지로 전환이 가능한 포인트를 종전의 5000포인트에서 5만포인트로 10배나 인상하면서 고객들에게 제대로 통보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5만포인트는 5000만원어치를 사용해야만 가능한 숫자라며 ‘항공 마일리지를 주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수십만 마일의 마일리지를 쌓아놓은 항공 이용자들의 경우 항공사측의 약관 변경으로 1회 여행에 대한 공제 마일리지가 늘어나게 되면 앉아서 몇만 마일을 도둑맞는 셈이라고 항의하는 사례도 있다. 마일리지를 그때그때 사용하지 않고 나중에 공짜 해외여행을 꿈꾸다가 항공사의 마일리지 약관이 변경될 경우 눈앞에서 금싸라기 같은 몇만 마일이 날아가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마일리지나 포인트 제도에 관한 소비자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마일리지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현금이나 다름없는 자신의 고유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마일리지가 현찰과 똑같이 취급받는 추세에 비하면 마일리지 제공업체들의 인식 수준은 아직 낮은 편. 대한항공의 경우 보너스 제도의 변경은 ‘3개월 전에 사전 고지한 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의 신청의 경우 항공편 탑승일이나 보너스 지급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할 수 없도록 문을 닫아놓고 있다.
소보원 안현숙 과장이 진단하는 마일리지 서비스의 실상도 ‘실’(實)보다는 ‘허’(虛)에 가깝다.
“마일리지는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맨 처음에는 서비스 내용이 다소 부풀려지는데다가 제대로 이행이 안 되는 것도 적지 않다. 마일리지 서비스의 구체적 이행 근거도 부족한 현실이다. 카드사의 마일리지는 엄청난 돈을 써도 2만∼3만원짜리 상품 하나 주는 것에 불과하다.”
소보원의 또다른 관계자는 “마일리지 제도는 의무사항이 아니라 고객을 붙잡기 위한 부가 서비스의 대상이기 때문에 이를 해당 기업에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마일리지나 포인트 제도에 대한 불만이 발생하더라도 적극적 피해 구제는 어렵다는 말이다.
고객 관리에 적극 활용해야 효과 극대화
그렇다면 반대로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고민이 없을까. 중국집부터 항공사까지 마일리지 마케팅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마일리지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칫 마일리지를 통해 매출은 늘리지 못하고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가격 할인만 해주고 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 고려대 이두희 교수(경영학)는 “마일리지 마케팅을 단순히 판매 촉진을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고객 정보 DB를 구축해 이를 고객관계관리(CRM)에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일리지를 통해 얼마나 끈끈한 고객을 확보하는지가 관건이라는 말이다.
마일리지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마일리지를 가지고 기업들은 얼마나 많은 충성 고객을 확보하느냐, 소비자들은 얼마나 짭짤한 자투리돈을 많이 챙기느냐를 놓고 물고 물리는 두뇌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서씨가 갖고 있는 신용카드는 모두 세 종류. S정유사와 제휴되어 있는 B카드와 K항공사와 제휴한 S카드, 그리고 N백화점과 제휴되어 있는 L카드 등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처럼 주변의 부탁으로 신용카드를 만들어 그때그때 구분없이 사용해오던 서씨는 1년 전부터 승용차에 기름을 넣을 때는, 기름값 1000원당 1마일을 적립해주는 다른 카드사에 비해 월등히 많은 1000원당 3마일을 제공하는 B카드를, 일반 물품을 구매할 때는 항공사 마일리지는 1000원당 1마일이지만 대신 제휴업체가 월등히 많은 S카드를 사용한다.
적립 마일리지로 온라인서 물건도 구매
이렇게 세분화된 마일리지 전략을 구사한 결과 서씨는 한 달에 국내선 편도보다도 많은 600마일을 적립하면서 1년 반 만에 서울-LA 왕복 항공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서씨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마일리지와 포인트제를 활용한 ‘마일리지 테크’에 성공해 짭짤한 재미를 본 것이다. 서씨는 “신용카드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만드는 것을 삼가고 2개 정도의 카드를 만들어 포인트를 분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항공사의 상용고객 우대제도를 의미하던 마일리지 제도가 신용카드는 물론 휴대전화, 철도 여행 등 모든 분야로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마일리지 세상이 눈앞에 열리고 있다. 마일리지나 포인트 적립 제도는 생필품 구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피자나 치킨 등 먹을거리를 주문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지장면 두 그릇만 시켜도 스티커 한 장씩을 나눠주고 시내에서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 퀵서비스를 불러도 오토바이맨들이 스티커 한 장을 붙여주고 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생활 주변에 널려 있는 마일리지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절약의 포인트가, 기업 입장에서는 마케팅의 승부수가 달려 있는 셈이다.
전통적 마일리지 방식은 적립한 마일리지에 따라 상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기업 입장에서는 자기 이윤의 범위 내에서 마일리지를 공급할 수밖에 없고 마일리지 폭도 작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면 적립한 마일리지를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방식. 그러나 무엇보다 최근에 눈에 띄는 것은 적립 마일리지를 온라인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사이버머니로 전환해주는 업체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온-오프라인 통합 마일리지 서비스업체인 머니텐(www.money10.co.kr)은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주유소와 슈퍼마켓을 표적으로 삼아 600개 정도의 가맹점을 확보해 마일리지 서비스에 들어갔다. 고객 회원들은 기름을 넣거나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산 금액의 일정 비율을 마일리지로 되돌려받은 뒤 이렇게 얻은 사이버머니를 온라인상에 구축되어 있는 이 회사의 다양한 제휴사에서 물품을 구매할 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회사 이상만 대표이사는 “마일리지는 이제 단순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라고 말했다.
메타랜드에서 운영하는 ‘넷포인트’(www.netpoints.co.kr)도 비슷한 경우.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한번의 클릭으로 조성모 음반을 공짜로 얻는다’는 식의 광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일정 포인트 이상을 적립한 회원에게 조성모 3집 CD를 무료 배포하는 마케팅을 펼쳐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포인트가 모자란 사람들은 제휴은행의 신용카드에 회원 가입하면 즉석에서 수십만 포인트를 얻어 무료 CD를 손에 쥐기도 했다.
최근 마케팅 분야에서 화제가 되는 것들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해 마일리지를 교류하는 신종 기법들이다.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마일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늘어나다보니 소비자들도 마일리지를 단순히 사은 서비스 수준으로 인식하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자신들의 무형 자산으로 중요시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는 마일리지나 포인트 제도와 관련한 상담이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소보원에는 올해 들어서만 지난해에는 없던 20건 정도의 마일리지 관련 불만 사례가 올라왔다.
일부 신용카드사의 경우 고객 폭증으로 인해 포인트 적립 부담이 늘어나자 항공 마일리지로 전환이 가능한 포인트를 종전의 5000포인트에서 5만포인트로 10배나 인상하면서 고객들에게 제대로 통보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5만포인트는 5000만원어치를 사용해야만 가능한 숫자라며 ‘항공 마일리지를 주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수십만 마일의 마일리지를 쌓아놓은 항공 이용자들의 경우 항공사측의 약관 변경으로 1회 여행에 대한 공제 마일리지가 늘어나게 되면 앉아서 몇만 마일을 도둑맞는 셈이라고 항의하는 사례도 있다. 마일리지를 그때그때 사용하지 않고 나중에 공짜 해외여행을 꿈꾸다가 항공사의 마일리지 약관이 변경될 경우 눈앞에서 금싸라기 같은 몇만 마일이 날아가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마일리지나 포인트 제도에 관한 소비자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마일리지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현금이나 다름없는 자신의 고유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마일리지가 현찰과 똑같이 취급받는 추세에 비하면 마일리지 제공업체들의 인식 수준은 아직 낮은 편. 대한항공의 경우 보너스 제도의 변경은 ‘3개월 전에 사전 고지한 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의 신청의 경우 항공편 탑승일이나 보너스 지급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할 수 없도록 문을 닫아놓고 있다.
소보원 안현숙 과장이 진단하는 마일리지 서비스의 실상도 ‘실’(實)보다는 ‘허’(虛)에 가깝다.
“마일리지는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맨 처음에는 서비스 내용이 다소 부풀려지는데다가 제대로 이행이 안 되는 것도 적지 않다. 마일리지 서비스의 구체적 이행 근거도 부족한 현실이다. 카드사의 마일리지는 엄청난 돈을 써도 2만∼3만원짜리 상품 하나 주는 것에 불과하다.”
소보원의 또다른 관계자는 “마일리지 제도는 의무사항이 아니라 고객을 붙잡기 위한 부가 서비스의 대상이기 때문에 이를 해당 기업에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마일리지나 포인트 제도에 대한 불만이 발생하더라도 적극적 피해 구제는 어렵다는 말이다.
고객 관리에 적극 활용해야 효과 극대화
그렇다면 반대로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고민이 없을까. 중국집부터 항공사까지 마일리지 마케팅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마일리지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칫 마일리지를 통해 매출은 늘리지 못하고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가격 할인만 해주고 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 고려대 이두희 교수(경영학)는 “마일리지 마케팅을 단순히 판매 촉진을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고객 정보 DB를 구축해 이를 고객관계관리(CRM)에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일리지를 통해 얼마나 끈끈한 고객을 확보하는지가 관건이라는 말이다.
마일리지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마일리지를 가지고 기업들은 얼마나 많은 충성 고객을 확보하느냐, 소비자들은 얼마나 짭짤한 자투리돈을 많이 챙기느냐를 놓고 물고 물리는 두뇌싸움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