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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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왕따’ 더이상 못참아…

정통부 추진 컴퓨터 강좌 큰 인기 …“부엌데기서 사이버 사장으로 부푼 꿈”

  • 입력2006-02-21 1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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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왕따’ 더이상 못참아…
    “인터넷요? 겁먹지 마세요. 여러분 앞에 놓인 마우스만 까딱까딱 하면 맛있는 요리며 육아용품이며 모든 정보가 여러분 앞에 쏟아지는 겁니다. 남편에게 신문기사도 스크랩해줄 수 있고요, 자녀들의 공부도 도와줄 수 있습니다.”

    3월2일 종로에 있는 서울정보처리학원. 컴퓨터 20대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좁은 강의실에서 강사의 지시에 따라 30, 40대 주부들이 연신 마우스를 이리 저리 옮기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내년 8월까지 주부 100만명에게 인터넷을 가르친다는 계획으로 시작한 주부 인터넷 교육이 3월2일 일제히 시작됐다. 인터넷을 모른다고 남편에게 핀잔을 듣고 인터넷 서핑이나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들에게도 따돌림받던 주부들이 ‘나도 인터넷 항해에 동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인터넷을 처음 접한 주부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초등학교 6학년과 3학년에 다니는 두 자녀를 둔 홍송희씨(43)는 최근 주식 열풍을 반영하듯 “인터넷을 배우고 나면 사이버 주식 거래부터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넷 창업을 준비한다는 30대 주부는 너무 초보 강의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 주부는 “홈페이지를 제작해 스스로 활용하기에는 교육내용이 너무 부실한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달에 20시간 강의계획으로 진행되는 주부 인터넷 교육은 주부들이 인터넷을 통해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살림하는 주부들이 인터넷을 배워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으로 모아진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부엌데기’에서 당당한 ‘사이버 사장’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한 주부들의 사례를 보자.



    다섯 살과 네 살짜리 자녀를 키우느라 직장까지 포기하고 집에 눌러앉았던 서현주씨(32)는 인터넷을 통해 일약 스타로 떠오른 경우. PC통신 주부동호회를 통해 활동하면서 유아용 자료실을 만들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유아영어에 관한 책을 냈는데, 이 책이 일약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것이다. ‘영어 하면 기죽는 엄마를 위한 자신만만 유아영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은 이미 2만부 가까이 팔려나갔고 서씨는 인터넷 홈페이지(www.hippler.pe.kr)를 통해 유아영어에 관해 상담을 요청하는 전국의 주부들에게 일일이 상담 메일을 띄우고 있다. 얼떨결에 이 분야의 스타로 떠오른 것이다.

    PC통신 천리안에서 ‘소중한 탄생’이라는 이름으로 태교와 육아관련 정보제공업(IP)을 하던 김영주씨(38)는 한국방송공사(KBS)가 운영하는 인터넷방송 크레지오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크레지오닥터(www.creziodoctor. co.kr)를 지난 1월 오픈했다. 김씨는 그동안 운영하던 도서 대여점을 정리하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사이트는 여태까지 페이지뷰만도 10만여건에 이를 정도로 인기 사이트로 떠올랐다. PC통신 IP사업까지 포함해 김씨가 거둬들이는 수입은 월평균 300만원 정도. 도서 대여점을 운영할 때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여세를 몰아 3월 중순경 PC통신 유니텔에 최근 인기 직종으로 떠오른 전자상거래 관리사에 대한 사이버 강좌도 개설할 예정이다. 김영주씨는 인터넷 세계에 입문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은 주부들에게 섣부르게 사업에 뛰어들지 말라고 충고한다.

    “무조건 인터넷 사이트를 만든다고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운영비만 축낼 뿐이다. 인터넷상의 콘텐츠와 오프라인상의 사업을 정확히 연계해야만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

    김씨가 PC통신이나 인터넷 사업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IP사업을 통해 확보한 동료 사업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PC통신 ‘주동’(이들은 ‘주부동호회’를 줄여서 이렇게 부른다)에는 이런 스타급 주부들이 적지 않다. 아예 주부들을 위한 컴퓨터 교재를 낸 사람도 있다.

    지난 2월초 반찬 전문 사이트(www.banchan.co.kr)를 개설한 박미정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주부로서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요리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 인터넷 창업에 성공한 경우. 박씨는 무역회사에 다니던 남편까지 끌어들여 부부가 함께 ‘사이버 음식점’을 냈다. 궁중요리 전문가인 무형문화재 황혜성씨의 딸인 요리전문가 한복선씨의 자문을 받아 만든 이 요리 전문 사이트는 단순히 음식의 종류나 조리법을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반찬판매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까지 내놓고 있다. 패키지 요리를 개발해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훌륭한 밥상 한 그릇을 안방까지 배달해준다는 것이다. 남편 금대환씨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요리 관련 사이트는 늘 방문객 수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사이트”라며 성장 가능성을 낙관했다. 금씨는 8000만원을 투자해 1년 정도 준비 기간을 거친 이 사이트가 선을 보이자마자 유력 창투사의 투자 제의도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대환씨 역시 “대학에서의 전공이나 직장생활을 통해 본인이 접해 보았던 분야에서 창업하는 것이 인터넷 사업에서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주부들이 인터넷을 배우게 되면 우선은 정보의 바다를 정신없이 헤엄쳐 다니겠지만 창업을 통해 돈부터 벌 궁리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홈페이지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주부들은 하나같이 다양한 콘텐츠를 연결시켜야만 수익성을 꾀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예를 들어 유명 미용실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려준다거나 육아 사이트에 산후조리원이나 육아용품 쇼핑몰을 설치해 전자상거래와 연결하는 것이다.

    유아영어 교재를 펴내 스타로 떠오른 서현주씨는 이미 예전의 주부가 아니라 인터넷 사업자로 변신했다. 그가 말하는 ‘주부 인터넷 예찬론’은 이렇다.

    “아이들을 두 명쯤 키워 보세요. 동네 슈퍼마켓조차 제대로 갈 수 있나요? 그러나 인터넷만 배우면 웬만한 것들은 안방에서 다 처리할 수 있어요. 아이 키우는 주부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인터넷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소외당한 여성들 다 모여라”

    커리어 우먼 이진민씨, 여성 포털 사이트 준비 … “컴퓨터 몰라도 인터넷 할 수 있다”


    15년간의 카피라이터 경력, 제일기획 최연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99년 런던 국제 광고제 한국 최초 수상. 이처럼 화려한 경력을 가진 커리어 우먼 이진민씨(38)가 꿈꾸는 여성 포털 사이트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업그레이드 우먼즈 라이프’(Upgrade Woman’s Life)다. 오는 5월 출범할 예정인 여성 포털 사이트 마이클럽(miclub.com)을 통해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소외당하거나 무시당해왔던 사람들을 인터넷 공간으로 끌어들여 ‘꿈의 궁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씨가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20∼40세에 이르는 여성들의 자기 표현 욕구. 이들의 과시욕구를 인터넷에서 채워줌으로써 실생활에서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상류층에 속하는 여성들만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자신 두 아이의 엄마인 만큼 주부들의 일상사에도 관심을 기울일 생각이다. 예를 들어 등기 이전 절차나 전화 해지 방법 등 주부들을 번거롭게 하는 행정 절차 등을 한번에 알 수 있도록 ‘행정 도우미’도 만들어 놓을 생각이다.

    이씨는 컴퓨터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여성들에게 ‘컴퓨터는 몰라도 인터넷은 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최근 ‘21세기 여자는 인터넷으로 산다’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 책에서 이씨는 월드 와이드 웹을 나타내는 ‘www’를 ‘what a wonderful world’라고 비유해 주부들에게 알려줄 정도로 쉽게 인터넷에 접근하는 방법을 강조한다. 감각 세대 광고쟁이에서 인터넷지기로 변신한 이진민이 펼쳐 보일 사이버 세상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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